북한의 광명성 발사와 3차 핵실험을 두고 한반도는 긴장의 연속이다. UN안보리가 소집돼 추가 제제안 결의가 진행되고 있고, 우리 군은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공개했다. 미군은 연일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결코 대화로 해결될 수 없다며 강경한 제재를 주장하고 나섰고, 박근혜 당선자 역시 유화책은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주도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방안이 빠진 대북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일각에서는 남한의 핵무기 개발 또는 주한미군의 핵무기 재배치(195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남한에 수백기의 핵무기가 존재했으므로 재배치라 함)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도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제국주의가 핵무기를 잡으면 우리도 핵무기를 잡아야 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 우리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고, 중국에 추가 핵실험을 통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양쪽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현 상황은 병역의무는 다하지 않은 채 전쟁 등 군사적 강경책을 주장하는 집단을 일컫는 '치킨호크'(Chicken hawk·병아래 매)와 앤드류 제이콥스(Andrew Jacobs)라는 미국 국회의원을 떠오르게 한다.
병역 기피자지만 전쟁 주장하는 위선자들, '치킨호크'195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판사 출신 하원의원 앤드류 제이콥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한 번 밖에 당선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제이콥스 리스트'로 무척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제이콥스는 민주당 하원의원이었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선을 포기하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참전했다. 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 연방의원들 중 병역기피나 면제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는 '제이콥스 리스트'라 불렸는데, 이 리스트 발표로 그는 전국적인 인물이 됐다.
'제이콥스 리스트'는 미국 정가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전쟁을 주장하던 보수강경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병역을 기피하거나 면제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2차대전이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훨씬 많았다. 분노한 유권자들은 연방의원 선거 때 리스트에 오른 의원 대부분을 낙선시켜 버렸다.
이때 생긴 말이 바로 '치킨호크'다. 앤드류 제이콥스는 실제는 겁 많은 병아리면서 겉으론 매인 척하며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떠밀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던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베트남전에 이어 제이콥스 리스트가 다시 부활한 것은 40년이 지난 2000년대 부시정권 당시였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이라크전과 아프칸전을 일으켰다. 이때 전쟁을 주장했던 공화당 신보수 정치인들인 '네오콘' 중 상당수가 치킨호크였다.
이라크 선제 공격을 주장하고 이를 주도했던 딕 체니 부통령·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칼 로브 백악관 부실장·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국방부 부장관인 폴 울포위츠·리처드 펄 국방위원장·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깅리치 의원 등이 병역 미필자 또는 징집 기피자였던 것이다.
대통령·국무총리·여당대표·국정원장도 군 미필이었던 MB정부이런 치킨호크들이 과연 미국에만 있을까. 우리나라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계속 제기된 바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발발 당시 강경론을 주장하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황식 국무총리·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함께 이만의·정종환 장관과 정정길 대통령 실장 등 주요 인사들은 군 면제자들이었다.
특히, 당시 군부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상한' 사격 자세와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해 '보온 상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당·정·청의 수장인 대통령·국무총리·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모두 병역 면제자였던 것이다.
정부는 치킨호크 정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었는데,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여성이라 해당 없음) 모두 군대 경험이 없다. 현 김황식 총리는 병역 면제고, 차기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아들이 병역 면제자다. 정운찬 전 총리도 면제자였고, 낙마한 김용준 내정자는 자신과 함께 두 아들도 병역면제자다. 원세훈 국정원장 자신도 면제자였으며 아들의 군 복무 특혜시비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차기 정권의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는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두드러기 질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미국의 전쟁옹호론자·강경파들이 주로 보수당인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9대 국회의원들의 병역면제 현황을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공직자와 선출직 의원 등에 대한 병역사항을 공개한 지난 병무청 자료(2012년 6월 8일)에 의하면, 제19대 국회 남성 국회의원 253명 가운데 19%에 이르는 47명의 의원들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군면제 국회의원 중 민주통합당이 26명으로 가장 많고, 새누리당20명·진보정의당 1명 순이다. 그러나 사유를 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해찬·김기식 의원 등 민주화 운동 시기 시국사건 수형(受刑) 때문에 면제된 민주당 의원 수는 18명인데, 새누리당은 하태경 의원 1명뿐이다. 이에 반해 질병과 고령·행방불명 등 개인 신상을 이유로 한 군면제는 민주당 8명, 새누리당 19명이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질병을 이유로 군면제를 받았다.
여기에는 질병과 생계곤란을 이유로 면제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있고, 새누리당 대변인 출신의 홍일표·조해진 의원·정의화 비대위원장도 질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맡았던 윤진식 의원도 병역 면제자다.
19대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 중 병역면제자는 14명이다. 새누리당이 10명(김태환 2명, 박성효·심윤조·이현재·나성린·안홍준·주영순·최경환·길정우)이고, 민주당이 3명(김진표·문희상· 이낙연), 무소속이 1명(박주선)으로 새누리당 의원의 아들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들이 질병면제인 경우는 새누리당 의원 8명, 민주당 3명, 무소속 1명인데, 새누리당 길정우과 김태환 의원의 아들 등 2명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 군면제를 받았다. 특히, 김태환 의원의 아들 2명은 국적 포기와 질병으로 군면제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18대 국회의원 병역 면제 현황도 비슷하다. 2008년 6월 병무청 보도자료 및 2010년 <서울신문> 보도내용을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 병역면제자 24명 중 수형은 2명인데 반해 질병 17명·고령 2명 등 개인 신상 병역 면제가 21명이었다. 민주당은 17명의 병역 면제자 중 수형 면제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질병 4명·장기대기 3명·고령 2명 등이었다. 이밖에 자유선진당이 2명, 민주노동당·진보신당·친박연대·창조한국당·무소속이 각 1명씩 병역 면제자였다.
물론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같이 병역을 제대로 이행한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병역 면제, 특히 질병이나 고령 등 개인 신상을 이유로 한 면제자가 많다.
강경론 부추기는 보수언론사주 일가도 병역면제 수두룩지금 현재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고, 나아가 핵무장론까지 주장하는 분위기는 보수언론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언론도 치킨호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보수 언론사주 일가의 병역 면제 현황이 논란이 돼 왔다. 지난 2000년 2월 17일 <미디어오늘>의 보도와 2006년 11월 23일 KBS 시사프로그램 <쌈> 등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언론사주 일가의 병역 면제율은 무려 42%에 이르렀다.
이 자료에 의하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형제는 과체중과 심장병으로 면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폐질환으로 면제,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과 김병건 부회장은 미필 또는 미신고(부인은 아들 병역 면제 청탁 뇌물로 군의관에 2천만 원 제공해 유죄 선고), 조희준 <국민일보> 회장은 미국 영주권으로 면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과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도 질병으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전·현직 구분 없음).
이런 보수언론들이 연일 대북 강경론을 부추기고 있다. 사주들이 직접 병역을 면제받기도 했지만 일가까지 병역을 기피한 보수언론들이 강경대응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통합진보당에는 병역면제 국회의원 없어지난 14일, 북핵 규탄 결의안이 참석 국회의원 185명의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의결됐다. 통합진보당은 반대의 의미로 표결에 불참했고, 진보정의당은 찬성 표결을 했지만 진보정당 모두 결의안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라는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곧바로 한나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종북 정당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비난했다. 보수 언론들도 "어느 나라 정당인지 모르겠다"며 통합진보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전쟁이나 군사적 대결·강경책이 아닌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은 종북세력으로, 반국가 정당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애국가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보수정치권과 보수언론의 딱지붙이기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종북정당·반국가세력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병역면제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이다. 국회의원 병역 현황에 의하면 통합진보당의 6명 국회의원 중 김미희·김재연 의원 등 여성의원을 제외한 4명의 남성 국회의원인 이상규·김선동·오병윤·이석기 의원이 모두 병역 의무를 필했다.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통합진보당에는 병역면제 의원이 한 명도 없다.
현 정부·새누리당·보수언론 등이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상당수가 병역면제자인 점 자체가 역설이다. 치킨호크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나아가 이들이 병역 면제자가 한 명도 없는 통합진보당에 국가관을 들먹이며 종북정당·반국가세력·안보위해집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