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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롭고 협력적인 마을에 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책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콘크리트 디스토피아' 서울 곳곳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지난해 8월 21일 첫 기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마을이 왜 희망인지 짚어본 <오마이뉴스>의 '마을의 귀환' 기획시리즈의 마지막 기사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편집자말]
'지나온 추억, 여름에서부터 추워진 오늘까지도 함께 꿈꾼 하나의 소원….'

요즘 가장 '핫'한 듀오 '악동뮤지션'이 부른 'Officially Missing you'의 가사다. 폭염으로 취재 일정이 취소될 정도로 더웠던 지난해 8월 시작된 '마을의 귀환' 기획시리즈. '빙하기'를 떠올릴 정도로 추웠던 겨울을 지나 여전히 조금은 쌀쌀한 초봄,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난 8개월간 취재팀은 국내 20여 개 공동체를 취재했고, 지난 2월에는 열흘간 영국을 찾아 영국의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 현장을 기사에 담았다(특별기획 '마을의 귀환' 기사 보러가기).

'마을의 귀환'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취재팀은 3월 28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에서 좌담회를 준비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성과와 한계, 과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과장,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관장이 참석했다.

김낙준 과장은 도봉구에서, 유창복 센터장은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 '마을 살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정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 몸담았던 정석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마을만들기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마을의 귀환'에서 여러 차례 소개했던 성대골 마을의 김소영 관장은 '도시형 에너지 자립마을'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주민들, 마을공동체 사업 만만하게 보게 됐다"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홍현진, 강민수 기자가 8개월 간의 '마을의 귀환'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나아갸야 할 방향에 대해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장과 함께 좌담회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홍현진, 강민수 기자가 8개월 간의 '마을의 귀환'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나아갸야 할 방향에 대해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장과 함께 좌담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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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진 <오마이뉴스> 기자(이하 오마이뉴스) : 서울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조례가 공포된 것이 지난해 3월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1년, 어떻게 평가하나?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이하 유창복) : 1년 6개월이 된 것 같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하자고 한 지. 처음에는 '우리 시장 잘 뽑았다, 마을을 하자고 다 하네' 기쁜 마음이었다. 하지만 풀뿌리에서는 고민이 있었다. 관 주도의 우려 때문이었다. 관 주도가 되어버리면 실질적으로 동네 사는 주민이 등장하기 보다는 기관이나 단체들이 중심이 되고 그러면 망하는 거다. 바텀업(bottom-up, 아래에서 위로)은 시간이 필요한데, 탑다운(Top-down, 위에서 아래로)에 길들여진 행정이 이를 기다리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간조직을 통한 주민주도형 사업을 대도시에서 유례없이 통 크게 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됐다.

일단, 일반 주민이 만만하게 보고 들어오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에 사업 실행을 해보니까 생각보다는 일반 주민들이 참여를 많이 해서 고무적이다. 마을 사업을 주민들이 조금은 만만하게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이하 정석) : 제가 서울시정을 가까이에서 본 지 20년이 됐다. 1994년부터 연구원에서 지켜봤고, 2007년 이후에는 한발 뒤에서 봤다. 큰 흐름으로 보면 먼 길을 돌아서 온 느낌이다. 이 흐름(마을만들기) 이 시작된 게 1990년대 초중반부터다. 전국적인 흐름이었다. 서울시정에서도 90년 중후반에 사부작사부작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시의 핵심인 도시계획과에서 마을단위 도시계획을 준비했고, 시정의 인프라를 개혁했다. 당시 했던 '종세분화'라는 게 재개발 억제 장치였다. 주거지구 용적률을 400%까지 올렸다가 250%로 낮췄다. 그런데 2002년 이명박 시장이 들어오고 나서 뉴타운이 시작됐고, 오세훈 시장까지 갔다가, 박원순 시장 취임하면서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온 느낌이다.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이하 김낙준) : 저 같은 경우, 동네에서 종세분화 운동에 참여했고 마을활동도 했는데 이제는 행정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어느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웃음) 제가 지난해 5월 23일 서울시에 첫 출근을 해서 10개월 됐다. 행정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갈 길은 멀다. 예산 만들고 조례제정은 할 수가 있는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사람을 성장시키는 게 마을사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그만큼 공무원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공무원들도 달라졌다. 하지만 막상 뭔가에 부딪히면 기존의 관행이 앞서있다.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과 대화가 안 통한다... 담당자 1년에 3번 바뀌어"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장.
 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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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관장(이하 김소영) : 저는 2009년도 10월부터 마을살이를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제가 마을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우연히 2009년 가을 신종플루 바람이 불면서 쌍둥이 딸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이 한 달간 휴관을 했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다가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됐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하다가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 관장까지 맡게 됐다.

요즘 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관과의 소통문제다. 대화가 안 통한다. 오늘 아침에도 구청 환경과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30분 이야기하면 틀어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어차피 답은 마을 안에 있기 때문에 마을사업은 절대 관이 주도를 할 수가 없다.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언제든지 손 내밀면, 최소한의 눈높이만 맞춰주면 좋겠는데.

김낙준 : 구청하고 협업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나? 

김소영 : 마을이 지속하려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회계와 같은 행정력이 있어야 한다. 풀뿌리의 근성만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제 입장에서는 부서를 섞어줬으면 좋겠다. 마을 일이 이리 돌고, 저리 돌다가 직원이 바뀐다. 주민자치센터 담당자가 1년에 3번 바뀌었다. 건축, 자치행정, 도시개발과가 통합됐으면 한다.

정석 : 행정조직이 옛날 공급시대에 맞는 행정조직이다. 새로 도시를 만들 때 너는 수도 만들어, 너는 건물 짓는 것 허가해, 도시계획은 니가 담당하고. 이런 식으로 기능위주로 조직을 만들었다. 담당하는 사람도 기능전문가다. 그런데 마을 일은 기능전문가가 안 맞다. 마을의 여러 일을 아는 장소 전문가가 필요하다. 성대골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고, 그 일을 꿰고 있는 성대골 전문가 공무원.

오마이뉴스 : 공무원과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중간지원 역할을 하기 위해 마을센터가 있지 않나? 

유창복 : 센터는 관조직 내부에 있지 않다. 바깥에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갑을관계에서 '을'이다.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잘하나 못하나 하는 관리 대상이다. 센터가 주민욕구를 잘 알고 프로세스를 잘 안다고 하니까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센터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면 아직은 미미하다.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럼 센터는 왜 있는가? 다른 관점에서 센터의 역할이 있다. 주체의 관점이다. 마을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의식의 성장이다. 그래서 센터는 사업목표를 3가지로 잡았다. 하나는 '주민의 등장'을 광범위하게, 씨 뿌리듯이 해야 한다. 넓게, 다양한 씨앗을 뿌린다. 두 번째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씨앗들이 컸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원방식의 문제. 행정이 움터 오르는 씨앗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마을 지향적 감수성을 빨리 익혀야 한다. 절대 쉽지 않다. 관과 민은 통역이 필요한 사이다. 그래서 센터가 생각했던 게 찾아가는 서비스다. 그래서 지난해에 현장조사활동가, 컨설턴트, 상담가 등 다양한 방식의 인력을 뽑아서 교육을 했다. 자원을 배급하는 게 아니라 주민이 필요할 때 갖다 쓰는, 배식이 아닌 뷔페식 지원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건 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관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관이 할 수 있는 지원방식이 아니다.

"회계 따지지 말고 '100만원 프로젝트' 했으면"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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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가졌던 의문이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마을공동체냐', '중산층을 위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있다. 

유창복 : 제가 먼저 말을 하겠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먼저 받기 때문에. 마을이 가장 필요한 곳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이다. 돈 있으면 시장에서 다 사면되는 것 아닌가. 애를 잘 키우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끼리끼리 걱정하다가 우리끼리 해보자면서 시작한 게 마을이다. 여기에서 전제는, 우리가 하려는 게 농촌부락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마을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새롭게 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 필요는 저소득층, 장애인, 결손가정이 가장 절실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마을 만들기를 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여유가 있어야 의논도 하는 거니까. 사회적 약자일수록 협동적 관계 맺기를 하기 힘들다. 모순이 있다.

그렇다보니 마을사업 신청하는 것을 보면, 저소득층은 단체나 기관과 연계한다. 중산층은 '만만하네' 생각하고 주민모임으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저소득층에게는 철저하게 바텀업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김소영 : 성대골은 자생적으로 필요를 느끼면서 확대해갔다. 이번에 성대골 마을학교에 다섯 가정이 더 들어왔다. 세 가정은 성대골 때문에 이사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대골은 내버려둬야 하나? 이렇게 오기까지 진통이 있었다. '우리끼리만 잘 하자'고 하면 자멸할 수 있다. 연대와 인적자원들의 교류가 중요하더라. 그래서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 적정기술자들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서로 돕고 혼자 못 일어나겠으면 딛고 일어날 수 있었는데 성대골은 지금은 그걸 못 찾겠다. 내부적으로는 고달프다. 성대골을 폐쇄적이라고 생각하고 성대골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고… 고단함을 지지할 공동체가 필요하다. 관은 아닌 것 같다. 구청하고 이야기해보면 마찰이 있고. 단체는 마을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

오마이뉴스 : 성과가 있는 만큼 고민도 따르나보다. 

김소영 : 시에서 성대골 마을을 에너지 자립마을 관광특구로 발표했다. 우리와 상의도 없이. 그런데 보여줄 게 없다. 성대골은 5년 안에는 가시적인 뭔가를 보여줄 계획이 없다.  
김낙준 : 행정의 변호를 한다면 성대골은 특수한 경우다. 성과주의 때문에 했다기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에너지 자립마을이 뭔지 모르니까 학습하고 알리는 데 좋은 지점에 있는 게 성대골이다.

오마이뉴스 : 성과주의는 문제가 있지만 시 예산을 투입하는 건데 기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김낙준 : 마을공동체의 성과는 주민의 활동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거나 이런 것들, 특히 지속성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산이 투여됐기 때문에 아웃풋(Output, 성과)을 볼 수밖에 없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전에 유창복 센터장이 '100만원 프로젝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계 따지지 말고, 100만원 투자해서 성공하면 성공한대로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결과물만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영수증 처리가 안 되니까… 쉽지가 않다.
김소영 : 그래도 지난해보다 올해 사업계획서는 많이 말랑말랑해졌다. 인건비를 지원하려는 것도 그렇고, 현장의 고충을 반영한 것 같다.

"'간지나는' 싱글들, 어떻게 활용할까"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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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마을 현장을 다녀보면 공간이야기를 많이 한다. 수시로 가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김낙준 : 구의 유휴공간을 더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주민자치센터에 가면 불편함이 있다.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을 둘러보며) 이런 공간도 마을공간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웃음) 시에서 25개 구당 한 곳씩은 공간지원을 하려고 했는데 시의회에서 줄여서 15개를 지원한다. 한 곳당 5000만 원씩. 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주민의 몫이다. 우리의 목표는 '10분 동네 프로젝트'다. 걸어서 10분이면 동네에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 거다. 
김소영 : 키(열쇠)를 많이 복사해야 한다. 저는 저희 마을학교 키를 100개 복사하는 것이 목표다.(웃음)
정석 : 시나 구가 사회적으로 공급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빈집을 기증받아서 거기다가 문패를 달아줄 수도 있다. 병원의 한 공간, 어르신들이 사는 아파트의 방 하나, 외국에 나가있는 사람의 여유 있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기업체로부터 공간을 무상으로 기부 받아서 서울시는 세금을 내주고, 주민에게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 : 저희가 영국에서 봤던 '에셋 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가 그런 방식이다.

강민수 <오마이뉴스> 기자 : 기존 동 단위로 가면 자치위원장, 부녀회장들이 있다. 이 분들이 몇 십 년 동안 이 동네에서 가졌던 기득권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을사업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 같다. 신구 세력의 조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정석 : 실제로 온수동에서 그런 문제가 불거졌다.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열댓 분이 새롭게 주민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기존 통장들과 새로운 주민모임의 갈등이 끝까지 갔다. 딴지를 걸고, 음해를 하기도 하고. 지금도 안 풀린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적은 돈을 받으면서 마을을 위해 희생해왔던 분들인데. 
김낙준 : 주민자치위원장, 통장들이랑 미리 상의 안하면 문제가 된다. 마을사업과 동이 밀접하게 같이 가야한다. 마을사업 중에 주민자치위랑 결부된 게 많다. 사전에 이야기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 현장을 다녀보면 주부들과 청년들이 마을만들기에 가장 열심인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유창복 : 마을을 지키고 이끌어 가는 것은 백수들이다. 마을에서 시간과 공간을 어슬렁거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이 도시사회에서 백수가 누굴까. 취직 안 되는 청년 백수들,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대표적이다. 마을센터에서는 청년과 은퇴자, 여성들이 마을의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30대 후반 싱글도 있다. 건축학 개론의 주역들. 고액연봉도 받아봤고, 세상의 어처구니없음도 맛봤고, 뭘 해도 간지가 나야하고. 문화적 자본이 높아서 어떻게 늙어갈지 고민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마을에 끼면 세대를 연결하는 아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을 살이 참 좋다'는 문화,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면"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정석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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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마을만들기 흐름이 이전부터 있었지만,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부터다. 박 시장 퇴임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김소영 : 성대골은 '도시형 에너지 자립마을'이 되기 위해 갈 때까지, 박 시장이 물러나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가야한다.
김낙준 : 이건 서울시가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구'로 가야한다. 그렇게 가게 될 것 같다. 이미 정부의 재정문제는 심각하다. 무슨 문화센터, 여성 센터, 청소년 센터, 어르신 복지센터 등등 이런 것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상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결국 마을 단위로 들어가서 '마을복지센터'로 통합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장기적으로 이런 계획을 가지고 권한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이전한다면, 마을에서 활동가와 구가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유창복 : 지난해에는 '마을의 등장'이 화두였다면 올해는 연결이 화두다. 되는 마을들은 되는 마을들끼리, 초짜들은 초짜들끼리 연결될 수 있는 거점으로 '마을넷'이 역할을 해야 한다. 연결이 제일 중요하다. 마을은 내버려둬도 간다. 박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내놓은 것이 아니고, 박 시장이 안 내놨어도 했을 것이다. 지금 상황이 갖는 의미는 박 시장이 서울전체에 마을만들기 지원을 위해 자원을 쓰겠다는 데 있다. 자원을 잘 쓰게 하는 것이 마을만들기의 핵심이다. 자원이 배로 가지 않고 근육으로 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끼리 서로 하소연하고, 도와주고, 관계망이 넓어지면 그게 다 근육이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 내년이면 선거 국면으로 가는데, 시장이 바뀌어도 휩쓸려가지 않을 정도로 마을 사업이 어느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보나.

정석 : 마을만들기는 전국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수원, 강릉, 완주 등. 그 흐름을 새로 누가 오더라도 무시 못 한다. 성과가 있냐, 없느냐 따지기는 하겠지만. 
유창복 : 그래서 지난해에 가장 애를 쓴 게, 자치구별 마을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민간이 모여서 의논할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정석 : '마을살이를 하며 사는 게 참 좋다'는 문화가 얼마만큼 대중들에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정도 싹이 나서 빼도 밖도 못하는 상황이 오면 새 시장도 없애지 못할 거다. 그런 측면에서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역할이 크다. 또 하나. 새 정부의 재개발, 재건축 정책이 어떻게 되느냐도 관건이다. 정책은 늘 정치다. 황당할 정도로 재개발을 하는 이유는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불이 붙어버리면 마을공동체는 작아 보인다. 그러한 흐름을 눌러주고, 관계를 잘 이어줘야 한다.


태그:#마을의 귀환, #마을,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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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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