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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에게 명함을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사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는 '가업승계자 특별전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가업을 잇는 학생이 보다 쉽게 특성화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특별전형은 조리·제과, 패션, 디자인, 세무, 관광, 의료, 미용, 경영, 건설, 금속, 기계, 재료 등 대부분 학과에 적용될 예정이며, 모집 정원은 학과별 정원의 20% 이내라고 한다.

이 조치가 서울시교육청의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전형요강을 보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입학요건을 보면 대강의 예측은 할 수 있다. 이 전형에 응시하기 위한 가업 승계 학생은 부모가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전형에서는 미래설계계획서와 담임추천서, 출석·내신 성적, 부모의 기업경영기간 등을 평가하며, 2차 전형은 가업 승계 관련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심층면접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결국, 부모가 '사업자등록한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전형방법에 응시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이는 일정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집안의 자제에만 해당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방법은 특별전형을 넘어 '특혜전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업승계 의식이 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하는지'... 먼저 이해 구해야

'특별전형 시행으로 가업승계 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며, 기업의 안정적인 세대 이전 기반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 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중소기업의 안정적 세대 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자식에게 부모의 사업을 물려주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일까? 원인에 대한 진단도 잘못돼 있고 그 처방도 아이디어 수준이다.

대기업에는 유리하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산업구조를 애써 외면하고 일회적 아이디어로 의식의 확산과 중소기업의 안정적 세대 이전을 전망한다니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특별전형으로 기대하는 욕심이 너무 크다.

말하자면 이 정책은 잘 돼도 문제, 잘못 돼도 문제인 그런 종류의 숙고 없는 전시성 사업이다. 이 정책이 잘 정착되어 소기의 목적을 거둔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차별을 가져온다. 특성화고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싶지만, 부모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가업이 없는 학생에게는 큰 불이익이다. 이 정책이 정착되지 못한다면, 행정력의 낭비는 물론이요, 학교현장에 혼선을 초래한 전시성 사업으로 지목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도 실익이 없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당장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만약 시교육청이 이 문제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면 먼저 '가업승계 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며,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세대 이전 기반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설득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가업승계자 특별전형'인지에 대해 다른 차원의 토론이 필요하다.


태그:#가업승계자 특별전형, #특성화고,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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