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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 시민기자가 '빨간펜 첨삭지도' 콘셉트로 새로운 형식의 뉴스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이슈가 되는 칼럼이나 논평, 또는 기자회견이나 발언 등을 대상으로 적절한 소재를 선정한 후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친절히 알려 드립니다. 이 연재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모바일 우선'을 지향합니다. '이봉렬의 첨삭 뉴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전효성의 트위터 사과문
 전효성의 트위터 사과문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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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긍정적인 의미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하는 뜻으로 쓰이는 건가 하고 무의식 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한 사이트에서 의미가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던 사실은 이 일이 일어나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 20일,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 전효성의 트위터 사과문 내용 중 일부.

전효성씨,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네요. 효성씨가 말한 대로라면 그날의 방송 내용이 이해가 돼요. 문제가 되었던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말에 효성씨의 해명을 대입하면 "저희는 자기가 좋아한다고 굳이 다른 멤버에게 권하지는 않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에요"가 되니까요.

그 말이 나올 때의 상황도 보면 멤버들과 관련된 문제를 푸는데 사회자가 "겨우 세 개 맞았습니다. 그저 그렇습니다"라며 멤버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다는 투로 핀잔을 주자, 핑곗거리라고 내놓은 게 그 발언이잖아요. 문맥상으로도 정황상으로도 효성씨의 해명이 이해가 돼요.

소속사인 TS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고 민주적인 팀이라고 했는데 단어선택을 잘 못 한 것 같다"고 한 어처구니 없는 해명과 확연히 비교되네요. 소속사의 해명을 대입하면 "저희는 민주화를 시키지 않는 민주적인 팀이에요"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효성씨가 더 욕을 들었던 거에요. 성의 없는 거짓 해명은 하지 않는 것만 못 해요.

거기에 '일베' 사이트와 상당히 가까워 보이는 변희재씨가 트위터를 통해 전효성씨 역성을 들었고, '일베'에서는 효성씨를 돕는다며 음반도 사고 속옷도 사서 인증을 해 대는 바람에 효성씨와 그들의 관계가 더 의심받게 된 측면도 있고요.

이미 한 차례 사과한 이후 또 다른 논란을 예상하고도 다시 한번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린 것은 그 말실수에 대해 사과는 하지만 패륜사이트인 일베와 연관 짓는 것까지는 도무지 참기 어려워서가 아닌가 짐작되는데, 어떤가요?

사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유래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쓰는 단어들이 참 많아요. 효성씨가 말한 단어가 '민주화'가 아닌 다른 단어였다면 이렇게까지는 욕을 먹지 않았을 거에요.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화'만큼 큰 무게를 가지는 단어는 드물어요. 게다가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민주화가 뒤로 갔다고 다들 느끼거든요. 5·18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의 폭동이라고 우기는 이들도 나왔어요.

이런 시기에 효성씨가 '민주화'란 단어를 경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처럼 보이니 그동안 이 사회에 쌓였던 분노들이 제일 만만해 보이는 아이돌 스타에게 쏟아진 거죠. 전 사실 이 대목이 좀 비겁해 보이기도 해요. 아무튼 이번 일을 교훈 삼아 효성씨의 다짐 대로 "앞으로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더 성숙해지도록" 해 주세요.

효성씨의 진심이 담겨 있는 사과문에 95점 드릴게요.


태그:#전효성, #민주화, #일베, #쉴드는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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