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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벗기를 모두 마친 참매미의 모습
 허물벗기를 모두 마친 참매미의 모습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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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은 지금 쪽배축제가 한창이다. 과거 육로가 없던 시절, 화천에서 서울까지의 이동은 북한강을 이용한 수로가 유일했다. 때문에 쪽배와 뗏목에 장작을 싣고 서울로 떠난 화천 사람들의 쪽배엔 돌아올 때면 소금이나 상활용품으로 그득했다. 이것을 재연한 것이 쪽배축제이다. 화천읍내 옆 북한강 한가운데 자리한 붕어섬에서 열리는 축제장에는 강수영장, 하늘가르기, 수상자전거 등 물위에서 즐길 수 있는 4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풍성하다.

축제가 시작되면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사무실은 축제가 열리는 붕어섬 한가운데에 만들어진다. 관광객들의 불편해소와 각종 프로그램 점검, 시설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위해서다. 또 매일 아침에 개최되는 회의를 위한 보고서도 이곳에서 작성된다. 지난 27일, 쪽배축제 개막식이 끝난 오후 10시. 어둑한 붕어섬을 거닐다가 환상적인 장면을 목격하곤 넋을 빼앗겼다. 참매미의 변태. 이 장면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난해엔 손전등을 들고 매미의 허물 벗는 장면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

"와~ 이런 거 첨 봐요. 신기하다."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 우리 부서 막내직원인 이진희씨를 호출했다.

"'변태 이야기' 어때요?"

한 마리의 생명체가 탄생하는 현장. "이 장면을 <오마이뉴스> 기사로 쓰고 싶은데, 제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진희씨는 "붕어섬 변태 이야기"로 하잔다.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다.

"그런데 포털에 네 이름 치면 연관 검색어가 '변태'로 나오면 어쩌지?"
"그런 거 개의치 않아요. 아니면 되니까."

짧은 생에 대한 아쉬움인가... 애환이 느껴지는 소리

붕어섬. 이곳에서 지금 쪽배축제가 한창이다. 8월11일까지 운영된다.
 붕어섬. 이곳에서 지금 쪽배축제가 한창이다. 8월11일까지 운영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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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엔 '참매미'들이 유독 많다. 유원지이지만 오염원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여름 참매미들의 울음소리는 붕어섬 개울물 소리와 어울려 싱그러움을 더한다. 매미는 땅 속에서 3~5년 정도에 따라 길게는 10년을 넘게 애벌레로 생활하는 녀석도 있단다. 털매미, 말매미, 참매미, 풀매미 등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매미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 종류가 무려 15종에 이른다.

옛날 가뭄이 심할 때 참매미가 울면 비가 온다 하여 시골사람들은 참매미를 신성시 했다. 10여 초 정도 계속되는 참매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애절함이 느껴진다. 맴맴맴 소리를 6번 또는 7번으로 끊어 서너 번 반복하다 마지막에 맴 소리를 길게 빼는 것이 참매미 울음소리다. 애환이 서려 있는 듯 느껴진다. 수년간 성충이 되기 위해 어두운 땅 속에서 살다 어렵게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그 기간은 불과 20일 정도이다. 참매미의 울음은 그 짧은 생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 듯하다.

땅 속에서 성충 되기를 준비한 참매미 애벌레는 야음을 틈 타 밖으로 나온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땅 위로 나온 애벌레는 빠른 속도로 근처에 있는 나무나 풀로 올라가 허물벗기(변태)를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미의 변태를 발견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먼저 애벌레의 등 상단부가 갈라지고 머리부터 날개, 다리의 순서대로 변태가 진행된다.

대략 3시간 정도 진행되는 변태 과정을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얼마나 심한 고통이 동반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날개가 마르고 근육이 굳어지기 전까지 매미의 몸은 푸른색을 띠다가 점차 검정색으로 변해 인근 숲으로 날아간다.

참매미의 변태 과정을 공개합니다

땅에서 나온 애벌레의 몸이 갈라지며 성충(매미)이 나오고 있다.
 땅에서 나온 애벌레의 몸이 갈라지며 성충(매미)이 나오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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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로부터 몸을 빼내기 위해 애쓰는 참매미
 허물로부터 몸을 빼내기 위해 애쓰는 참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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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중인 참매미가 꼬리 부분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변태 중인 참매미가 꼬리 부분을 빼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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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에 성공한 참매미. 이젠 날개와 몸을 말려야 한다.
 변태에 성공한 참매미. 이젠 날개와 몸을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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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를 마친 참매미가 자신의 허물을 부여잡고 있다.
 변태를 마친 참매미가 자신의 허물을 부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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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날개가 오무라지고 몸의 근육이 완성될 차례다.
 이젠 날개가 오무라지고 몸의 근육이 완성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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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의 완전한 참매미가 탄생했다.
 한마리의 완전한 참매미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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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미는 허물만 남기고 미련없이 떠났다.
 참매미는 허물만 남기고 미련없이 떠났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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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모기들의 극성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매미의 변태과정을 지켜보는 일이란 참 힘든 일이었다. 나는 주로 새나 곤충들이 연출하는 장면을 포착하기를 좋아한다. 이번에 포착한 참매미의 변태 과정은 사실 발견 자체가 어려운 경우다. 일단 어느 곳에 매미 애벌레가 등장할지 추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곳에서 조용히 변태 과정이 진행된다.

어쨌든 이곳 붕어섬에 참매미의 빈 허물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많은 수의 참매미 애벌레가 붕어섬에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 붕어섬에서 변태 중인 참매미를 발견하면, 가능한 한 매미가 방해받지 않도록 해주길 당부한다. 단 며칠간의 화려한 삶을 위해 수년간 땅 속에서 어려움을 감내한 매미의 수고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허물을 벗고 숲으로 날아간 참매미
 허물을 벗고 숲으로 날아간 참매미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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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신광태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태그:#참매미, #변태, #화천, #붕어섬, #쪽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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