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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강가에 옮겨온 사석은 이끼로 가득하고 하얀 거품이 일면서 악취까지 풍긴다.
 강가에 옮겨온 사석은 이끼로 가득하고 하얀 거품이 일면서 악취까지 풍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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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지구는 어떤 곳?
삼락공원이 속한 낙동강 삼락지구에는 경작지 143만 평 위에 계류장·산책로 등이 조성됐다. 지난 2009년 12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부산광역시가 583억 원(국비 540억 원·시비 43억 원)을 투입해 2012년 10월 준공식을 했다.
낙동강 '현장 리포트 OhmyRiver!'팀은 첫째 날이었던 지난 7일 자전거리포터와 지원팀으로 나뉘어 출발했다. 나는 차량을 이용해 취재에 나선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 다음 집결지로 향하는 도중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부산시 사상구 삼락공원을 돌아봤다.

삼락공원의 겉모습, 황량했다. 낙동강 변 삼락생태공원에 들어선 벤치와 대형파라솔 사이로 잔디가 깔린 공간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었다. 공원 중간지점으로 들어가자 흙길 사이로 갈대밭과 맹꽁이 서식지 산책로가 나왔다. 그곳에서는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더 들어간 지점, 강변에서 주워놓은 것으로 보이는 각종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보인다. 포댓자루가 삭아서 내용물이 드러나 보였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를 돌려서 더 깊숙이 강가로 들어갔다. 물가에는 군데군데 녹조가 떠 있었다. 대리석과 잔돌로 말끔하게 깔아놓은 시설물에 들어가봤지만, 바닥의 이끼 때문에 발을 딛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미끄러웠다. 물가에는 떠밀려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와 하얀 거품이 있었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된 공원... 이용객은 없다

인공시설물이 가득한 구간에는 이용객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공시설물이 가득한 구간에는 이용객을 찾기가 어려웠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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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흙길에는 이용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갈대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흙길에는 이용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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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길을 멈추고 산책을 나왔다는 노부부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노부부는 "공원에 돈을 퍼부으면 사람들이 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웰빙 웰빙' 하던데 공무원들은 그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준공 표지석에 수백억 원을 썼다고 적혀 있던데 다 국민들 혈세만 축내는 낭비"라고 꼬집어 말했다.

민은주 국장은 "이곳은 부산 농민회를 중심으로 밭농사를 많이 짓던 농민들의 피땀이 어린 공간이었다, 그런 곳을 정부가 다 수용해 주민이 사용할 친수시설공간을 만들려고 했었다"며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평생 일자리를 빼앗기고 도심속으로 들어간 농부들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식생·지형을 고려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비용도 절감하고 자연생태의 기본 취지를 살렸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원) 설계를 하는 분들이 '친수공원'이라는 기본 틀에 각종 시설물만 포함하는 식으로 공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 국장은 4대강 시설물을 두고 "이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이곳만 봐도 인공적인 시설물보다는 사람 손이 덜 탄 구간이 붐빈다, 사람들은 어느 지역을 가도 똑같이 볼 수 있는 공원에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다.

나오는 길, 자전거 운전에 서툰 민 국장이 넘어졌다. 민 국장은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리다 또 넘어졌는데 하필이면 넘어진 장소가 국궁장 뒤였다. 가림막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는데 혹시 날아오는 화살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이용객도 없는데 캠핑장·카누장... 레저활동 시설 일변도

산책로 한 쪽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다.
 산책로 한 쪽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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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휴식 장소에서 민은주 국장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둔치 공간에 오토캠핑장을 만들었지만 현재 이용률이 저조한 상태다, 관리비만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락공원 오토캠핑장은 총 62개 사이트 중 30개가 시범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초 62개를 모두 완공할 계획이다. 이어 "낙동강 하구부터 자연탐사선이라는 명목으로 배를 띄워 유람선으로 운용하려 한다, 게다가 카누·카약·윈드서핑 등 레저활동으로만 자연 공간을 활용할 계획도 있다"며 "일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저공간이 필요한 건 알겠지만, 낙동강 하구가 철새서식지임을 고려했을 때 (이런 사업 방침은)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간 중심의 4대강 사업부지 활용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낙동강은 철새들이 많이 찾기로 유명한 곳이다. 10월 하순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오리류와 쇠기러기·큰기러기·고니류(큰고니와 고니)·논병아리·민물도요·힌물떼새·왕눈물떼새·댕기물떼새 등의 철새 수십만 마리가 찾는다. 하지만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철새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철새 감소 이유에 대해 "기온 차로 줄어들고 있다"는 반면,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에 의한 영향으로 서직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업부지 활용이 한쪽에 치우치다보니 강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민 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수질 개선을 부르짖으며 낙동강에 보를 89개나 만들었다"며 "이로써 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4대강 사업 이후) 봄·여름·가을까지 녹조가 심각할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녹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갈조류가 번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민 국장은 "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천의 수질을 살려야 하는데 이미 지천 수질이 4~5급수 이상으로 높게 나오면서 썩었다, 접근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라며 "4대강 사업이 낳은 수질 악화로 그나마 남아있던 야생 동식물까지도 떠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낙동강의 수문을 개방해 자연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4대강 사업, #생태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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