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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네 번이나 참가한 윤영근씨
▲ 윤영근씨 200km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네 번이나 참가한 윤영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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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를 달린 것은 20여 회. 그것도 부족해 200km를 달린 것도 네 번이나 된다고 한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 옆에 자리한 미나리광시장의 광명고추. 윤영근씨는 그곳에서 15년째 고추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윤영근씨가 유명해진 것은 울트라 마라톤이라고 하는 100km, 200km를 달리면서 부터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좀 고쳐보겠다고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뛰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100km는 15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고, 200km는 2박 3일을 달려야 합니다. 물론 달릴 때는 내가 왜 이 짓을 하지? 라고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완주를 하고 나면 다음에는 어디서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지 알아보고는 하죠."

올 해 100km를 완주할 때의 모습.
▲ 100km 완주 올 해 100km를 완주할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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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곡을 달리기로 버텨

지난 15일 오전에 미니리광 시장을 찾았다. 윤영근씨는 고추장사를 하기 전에는 우체국에 다니던 공무원이었다. 충북 보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여기저기 직장을 수도 없이 옮겨 다녔다고 한다.

"아마 열 번도 직장을 더 옮긴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다가 조금 조건이 좋은 곳에서 오라고 하면 옮기고는 했죠, 한 직장에 1년 이상을 붙어있지를 못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화성 봉담에서 동업으로 공장을 차렸는데, 사기를 당해 망했죠. 납품은 하는데 수금이 안되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업자가 모두 수금을 해서 달아나 버렸어요."

지금이야 웃지만 당시에는 몸도 마음도 병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재 미나리광시장에서 고추를 팔기 시작했다. 윤영근씨에게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이다. 누가 달리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달리면서 스스로를 이겨냈다.

윤영근씨가 중국산 고추를 보이고 있다. 꼭지가 없고 색이 시커멓다고 한다
▲ 중국산 고추 윤영근씨가 중국산 고추를 보이고 있다. 꼭지가 없고 색이 시커멓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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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한 편에 설치한 고추 빻는 기계. 그 자리에서 바로 고추를 빻으면 확인할 수가 있다고 한다.
▲ 고추빻는 기계 가게의 한 편에 설치한 고추 빻는 기계. 그 자리에서 바로 고추를 빻으면 확인할 수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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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할 터

"100km는 15시간 이상을 달려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 물도 마시고, 간단하게 음식을 먹기도 하죠. 그럴 때가 쉴 수 있는 시간이고요. 200km는 금요일 오후에 출발을 해서 일요일 12시까지 목적지에 들어오면 됩니다. 시간 안에만 들어오면 등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탈락 처리가 되기 때문에, 체력의 안배를 잘 해야 합니다."

윤씨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는 이미 이름께나 날리고 있다고 주변에서 귀띔을 해준다. 1999년부터 달리기 시작한 윤씨는 이미 10년 이상을 전국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00km 마라톤은 400명 정도가 참가해 70% 정도가 완주를 하고, 200km 마라톤은 150명 정도가 달리기 시작해 완주는 고작 50여 명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체력과 인내심이 강해야만 한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나중에는 정말 악만 남게 되죠. 그리고 완주를 했을 때의 그 기분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내년에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달리기 42.195km, 수영 3.9km, 사이클 180km를 시간 안에 완주해야죠."

태양초는 고추의 끝에 주름이 잡혀 있다. 우측손에 들고 있는 것이 태양초.
▲ 태양초와 반태양초 태양초는 고추의 끝에 주름이 잡혀 있다. 우측손에 들고 있는 것이 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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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의 생이 완연히 다르다. 태양초는 푸른갈색이 나지만, 반태양초는 노란색이 닌디. 왼쪽 손에 든 것이 반 태양초.
▲ 꼭지부분 꼭지의 생이 완연히 다르다. 태양초는 푸른갈색이 나지만, 반태양초는 노란색이 닌디. 왼쪽 손에 든 것이 반 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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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로 지켜 낸 고추장사의 양심

대담을 하는 도중에도 연신 사람들이 고추를 사러 온다. 그동안 궁금했던 태양초 고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심심찮게 언론의 회자꺼리가 되는 중국산 고추나 태양초가 아닌 것들을 속여 팔았다거나 색소를 집어넣은 고추 등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개 100% 태양초는 가격대가 안 맞아 장사꾼들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태양초 고추는 꼭지가 파란 갈색이 나고, 고추의 끝에 주름이 잡힙니다. 그리고 가격이 상당히 비싸죠. 요즈음은 반태양초라고 해서 대개 비닐하우스 같은 곳에서 건조를 시킨 고추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반태양초는 꼭지 부분이 노란색을 띠고 있죠."

하지만 반태양초만 해도 상품이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고추를 태양초라고 속여서 팔거나 아니면 색소를 넣어 파는 행위 등은 전통시장에서는 할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고추를 사서 바로 빻기 때문이다.

원산지 표시를 한 영양고추
 원산지 표시를 한 영양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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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사면 그건 100% 중국산이죠"

윤영근씨에게 소비자들이 중국산 고추를 태양초로 속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은 모른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중국산 고추와 국내산이 다르다고 하면서 요령을 알려준다.

"중국산 고추는 대개 꼭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추의 밑부분이 상당히 넓죠. 소비자들이 고추를 살 때 무조건 싼 것을 달라고 하면 100% 중국산입니다. 북한산이라고 하는 것도 대개는 중국산으로 보시면 됩니다. 국내산 반태양초가 한 근에 1만5000원 정도하는데, 5000원에 판다고 하면 중국산과 고추씨를 함께 빻은 것이거나 색소를 넣은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것을 사면 안됩니다. 더구나 중국산 중 금탁이라는 고추는 우리 고추와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우리나라 고추씨를 이용한 것들이니까요."

요즈음은 성수기라 밥 먹을 시간도 없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예전에는 9월부터 12월까지는 장사를 하느라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었단다.

2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스스로 속이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는 고추장사 윤영근씨. 김장 준비를 하기 위해 연신 들락거리는 손님들 때문에, 긴 시간 붙들고 있기가 미안하다. 양심을 속이지 않는다는 고추장사 윤영근씨. 내년에 도전하는 철인 3종경기의 완주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영근, #고추장사, #울트라마라톤, #철인 3종 경기, #태양초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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