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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삽화는 조재철 시민기자님의 재능기부로 이뤄졌습니다. [편집자말]
7살 난 딸아이가 즐겨보는 EBS 프로그램 가운데 <위인극장>이란 게 있습니다. 이날은 세종대왕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누구나 쉽게 글을 읽고 써야 한다는 세종대왕과 중국의 한자를 계속 써야 한다는 신하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세종대왕이 신하대신들에게 물었습니다.

세종대왕 : "좋다, 그렇다면 방귀 소리를 한자로 한번 써보거라."
양반들 : "네? 폐하 그, 그건…."
세종대왕: "거봐라, 한자로는 우리가 말하는 대로 쓸 수가 없지 않느냐. 우리 글이 필요한 이유니라."

방귀 소리를 쓰라는 세종대왕의 말에 딸아이는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세종대왕은 교육을 적게 받은 이나 많이 받은 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한글을 만드셨습니다. 그런데 편집기자 일을 할수록 한글 맞춤법은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니 어쩌면 좋습니까. 이 현실을.

ⓒ 조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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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틀린 표현을 지적해주는 오탈자 신고 게시판을 확인할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편집부는 뭐하는 겁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잡고…'라는 지적까지 받는 날엔… 그냥 바로 퇴근하고 싶어집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건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다'는 말로 위로받기 힘든 곳이 바로 이 바닥, 편집부니까요.

저는 편집 일을 더러 축구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편집기자들은 골키퍼, 시민기자들은 키커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수없이 들어오는 공(생나무)을 잘 막아내는 것, 비문이나 오탈자, 제목 등 이른바 '편집기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본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까지 등등을 거쳐 최대한 골을 먹지 않아야 하는 운명의 골키퍼가 편집기자가 아닐까 하는.

물론 제아무리 잘난 골키퍼(편집기자)라도 골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기사에서 다룬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거나, 제목에 치명적인 오타가 나거나 하는 그런 경우죠. 승부차기에서 골을 막지 못했을 때의 골키퍼 심정,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박찬운 기자님의 '카이사르의 죽음에서 박정희를 읽다' 기사에 오탈자신고 화면입니다. 독자의 작은 관심이 보기 좋은 지면을 만듭니다.
 박찬운 기자님의 '카이사르의 죽음에서 박정희를 읽다' 기사에 오탈자신고 화면입니다. 독자의 작은 관심이 보기 좋은 지면을 만듭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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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적으로 오탈자를 걸러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재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이 없는 만큼 쓰는 사람이 우선 조심하고, 편집기자들도 좀 더 잘 봐야겠지요. 그리고 오탈자 신고를 통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예리한 지적도 필요합니다.

너무 원론적인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민기자들이 자주 틀리는 표현들. 한번 읽어보시면 "어머, 이게 맞는 거였어?"라고 놀라실 분들, 분명 있을 텐데요. 이제라도 알고 쓰자고요.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내고 갈게요. 승부차기에서 골 먹은 골키퍼 심정 안다고 자신있게 말한 저는 '오바'한 걸까요? '오버'한 걸까요? 제일 먼저 정답을 댓글로 달아주시는 분께,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바로 달아주세요.

틀리기 쉬운 표현들


① 금새? 금세!

"약효가 금새 나타난다"

부사 중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단어일 겁니다. '지금 바로'를 뜻하는 말은 '금새'가 아니라 '금세'입니다. '금시에'가 줄어들어 '금세'가 되었습니다.

② 되려? 되레!

되려 화를 내다. (X)
되레 화를 내다. (O)

표준어에서 '도리어'의 준말은 '되레'가 맞습니다.

③ 빌어? 빌려!

"이 글로 본의 아니게 당사자에게 심적으로 어려움을 드렸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X)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O)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의 뜻을 나타내는 '빌리다'를 써서 '이 자리를 빌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④ [띄어쓰기] ~보다
비교할 때 쓰는 '보다'는 조사로 붙여 씁니다.

6호선 보다는 2호선이...(x)
6호선보다는 2호선이...(0)

⑤ 허구헌? 허구한!

'허구헌'이 아니라 '허구한'입니다. 세월이 매우 오래된 것을 나타내는 '허구하다'에서 활용하여 '허구한 날', '허구한 세월'과 같이 씁니다. '허구한'에는 주로 부정적인 어감이 담겨 있습니다.

허구한 날 술 마시니 몸이 견뎌낼까
신세 한탄 하며 보낸 허구한 세월

⑥ 일일히? 일일이!

⑦ 염두한?, 염두에 두다!

"국정원이 사이버사령부에 지원했다고 밝혀진 102억 원(2012년 45억 원, 2013년 57억 원)을 염두한 질문이다."(X)

'염두(念頭)'는 '생각의 시초', '마음속'을 의미하는 명사입니다. 여기에는 '-하다'가 붙을 수 없으며, 주로 '염두에 두다', '염두에 없다'처럼 쓰입니다.

⑧ 쳐먹다? 처먹다!

함부로 또는 많이 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쳐-'가 아니라 '처-'를 써야 한다. '처넣다' '처먹다' '처바르다' '처박다' '처담다'와 같이 '처-'는 동사 앞에 붙어 '함부로, 많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쳐'는 '치다'의 활용인 '치어'가 줄어든 말로, '치다'의 뜻이 살아 있다. '회 쳐 먹다' '소금을 쳐 먹다' '돌로 쳐 죽이다'가 대표적인 예이다.

⑨ 그리고 나서? 그러고 나서!

⑩ 웬일, 왠지

웬일은 어찌 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낸다.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
네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이게 웬일이냐?

그 이야기를 듣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는 왠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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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21년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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