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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곽승희입니다.

우선 '선물' 잘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기분 좋았던 MB에게 돌직구 질문 던졌더니…' 이 기사가 나간 뒤, 15일까지 저와 강신우 기자에게 보내준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문자 그리고 댓글들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제 할 도리,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묻고 그 답변을 받아내는 기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받는 것 같아 사실, 착찹한 마음도 듭니다. 언론에 대한, 시국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이 어떠한가 확인할 수 있어서입니다.

MB에게 질문한 후 받은 10만인클럽 선물
▲ 10만인클럽의 선물 MB에게 질문한 후 받은 10만인클럽 선물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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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답답하셨나 봅니다. "속이 시원하다"는 말씀을 가장 많이 주셨는데요. 누구나 궁금해 하는 사실인데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 현실의 참담함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또 "살아 있네"라는 말씀 속에는 죽어 있는 언론 현실에 대한 개탄인 듯하여 기자 초년생인 저로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김당 편집국장은 저희 신입기자들을 정기자로 발령내면서 세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1일에 한 번은 팀장의 지시에 따른 기사를 쓴다 
▲1주에 한 번은 독자적인 기획에 따른 기사를 쓴다 
▲1개월에 한 번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사를 쓴다

오연호 대표도 수습을 마친 신입 기자들에게 "한 달간 회사의 어떤 선배에게도 지시를 받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울리는 기사를 쓰라"고 말했습니다.

예, 지금 제 가슴은 뛰고 있습니다. "국민이 궁금한 걸 알려주어야 기자다", "기자가 살아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 "앞으로도 돌직구 부탁한다"는 10만인클럽 회원님들과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의 기대와 당부 새기며 뛰겠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님, 원세훈 국정원장한테 대선 개입 지시하셨습니까?"
"대선 개입 보고 받으셨나요?"
"임명권자로서 책임감 느끼지 않으십니까?"

저에겐 앞으로 잊지 못할 세 가지 질문이 되었는데요. 지난 13일 포항에 내려간 이명박 전 대통령(아래 MB)에게 던졌던 질문입니다. 남은 지면에서 이 질문들이 나오기까지 저의 고민과 과정, 그리고 현장 취재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사실 이 질문들은 10월 중순 '[국정원 댓글 재판 중간정리] 국정원, 경찰 그리고 사이버사령부'를 제작할 때부터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3주 가까이 시간을 들여 국정원과 군의 사이버 활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영상이 올라갈 때쯤 제 얼굴은 여드름으로 뒤덮였습니다. 원인은 스트레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란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 내용을 알고, 분노한 이들이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여드름도 심해졌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왜 아무도 MB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거지? MB가 임명한 국정원장이, MB 재임시절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데.'

하지만 어디에도 MB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MB를 찾아가야겠다. 나라도 직접 물어봐야겠다.'

누구도 묻지 않았던 질문, 그리고 너무나 궁금했던 대답

논현동 사저 앞에서 노숙하면 만날까, 테니스장 앞에서 기다려볼까 하던 중 MB의 포항 방문 뉴스를 들었습니다. 12일 밤 강신우 오마이TV 카메라 기자와 함께 KTX를 탔고 13일 아침부터 MB를 따라 붙었습니다.

하지만 환영인파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MB에게 마이크를 들이댈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포항시청 환영 행사를 끝내고 고향마을 기념관을 방문할 때를 노렸습니다. MB는 1층을 둘러본 후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서울시장 시절 영상을 감상했고, 저는 통로쪽에 쭈그려 앉은 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그가 나타났습니다!

먼저 1층으로 내려가 질문할 기회를 노리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경호원들을 뚫고 들어갈 타이밍을 노려야 했습니다. 타사 취재기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카메라 기자 몇명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MB일행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반대쪽에 대기하고 있던 강신우 기자에게 곧 질문하겠단 의미의 눈짓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자 MB가 보였습니다.

포항 고향을 찾은 MB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질문을 던지는 현장
▲ MB 돌직구 질문 포항 고향을 찾은 MB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질문을 던지는 현장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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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님, 원세훈 국정원장한테 대선 개입 지시하셨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 "…."

- 대선 개입 보고 받으셨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 : "어…."

- 임명권자로서 책임감 느끼지 않으십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 "여기까지 따라왔어."

- 대답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부지런도 하다, 허허."

MB는 그렇게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대신 경호원들이 마이크를 든 제 팔을 쳐내며 앞을 막았습니다. 계속 따라붙는 저를 옆으로 밀쳐내기까지 했습니다. 순간 저는 튕겨져 나갔고, 수로에 빠질 뻔했습니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다 정치면이 아닌 사회면 사건사고로 기사화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순간 스쳤습니다. 다행히 몸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기습 질문을 던진 후 MB 근처에 가는 일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미 얼굴이 알려져 경호원들이 저를 주시했고 근접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죽도시장에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왔습니다. 하지만 한 경호원이 "한 번만 더 근접하면 어떤 행동을 할지 나도 모른다"며 막아섰고, MB는 그렇게 멀어져 갔습니다. 건장한 경호원의 경고에 솔직히 겁도 났습니다. 다른 기자들 무리와 제가 그렇게 갈라쳐지는 순간, 고립감도 느꼈습니다.

저는 계속 묻겠습니다, 그리고 답변도 받아내겠습니다

이날 여러 언론사가 MB 포항 방문을 따라다녔습니다. 대선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국정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고, 그 국정원장을 임명한 당사자가 눈 앞에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오마이뉴스> 오마이TV의 질문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그 내용을 뉴스에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묻지도 싣지도 않은 언론도 있습니다.

앞으로 MB를 볼 일은 더욱 많아질 겁니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도 냈고, 전직 대통령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고 싶단 말도 하셨으니까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묻고 싶습니다.

이번에 독자들이 주신 후속 질문들은 제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4대강 관련 질문을 해보라는 권유가 많으셨습니다. 하겠습니다. 질문만이 아니라 답변도 받아낼 수 있도록 집요하게 파고들겠습니다.

제가 '87년'생인데요. 사랑이 아닌 나라 걱정에 '여드름 꽃'이 피는 일은 좀 슬프네요. 또 뵙겠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로, 오마이TV 영상으로.

이상 곽승희 기자였습니다.


태그:#이명박, #국정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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