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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 청소노동자 "인간인데 어떻게 말도 안 하고 살죠?"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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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인데 어떻게 말도 안 하고 살아요? 기분 좋으면 콧노래도 부르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건데. 엄마들인데 어떻게 쥐죽은 듯이 일만 해요? 그럼 말이 아니죠.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나가지 말고 오줌도 싸러 가지 말고 근무만 하라고 하세요."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이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24일째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천막 안. 노조 분회장인 윤화자씨는 '작업 도중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을 삼가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도급계약서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달에 115만 원 정도 받는다는 윤 분회장은 중앙대가 청소노동자들을 향해 '대자보나 구호 1회당 100만 원' 지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을 비판하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솔직히 파업하면서 구호를 외치지 않는 곳이 어딨어요? 구호 외친다고 100만 원? 그럼 100만 원 물으라고 하세요. 우리는 월급 100만 원 안 받고 죽을래요."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24일째를 맞는 8일 오후 교내 천막 농성장 앞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24일째를 맞는 8일 오후 교내 천막 농성장 앞에서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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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동작 흑석동 중앙대 청소노동자 천막 농성장 옆 게시판에 붙어 있는 '의혈안녕기금' 현황판.
 8일 서울 동작 흑석동 중앙대 청소노동자 천막 농성장 옆 게시판에 붙어 있는 '의혈안녕기금' 현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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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분회장은 "근무 조건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사용자인 중앙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7시에 출근해서는 일을 하지 못해요. 법학관 화장실 하나 하는 데에만 1시간이 걸려요. 새벽 5시에 나와요. 그럼 2시간은 무임금으로 일을 하게 돼요."

하지만 중앙대 측은 "학교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니까 책임이 없다"며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랑 알아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 청소노동자 문제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서울과학기술대(서울과기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청소로 월 130여만 원을 벌어서, 척추 협착증을 앓고 있는 남편과 함께 생계를 꾸려가던 박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쓰레기 분리수거 한 번 잘못했다는 이유로 11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제가 휴지 한 조각 버렸다고 경위서도 아니고 시말서를 쓰라고 하니까 황당해서 소장실로 가서 '소장님 여기가 공산국가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2013년) 말일에 내가 짤릴 줄 알았습니까... 저는 '시말서 쓸 일도 아닌데 시말서를 썼습니다'고 그랬더니 (사장이) '안 받아줍니다, 당신 안 씁니다'고 해서 '아, 그렇습니까' 그러고 그냥 나와 버렸어요."

노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8일 오후 서울과기대 정문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당한 박씨가 조속히 복직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항의서한을 총장실에 전달했다.
 노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8일 오후 서울과기대 정문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당한 박씨가 조속히 복직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항의서한을 총장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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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과기대 정문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당한 박씨가 조속히 복직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항의서한을 총장실에 전달했다.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사태부터 해마다 끊이지 않는 불합리한 청소노동자 계약, 고용 문제. 과연 해법은 뭘까.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노동자의 일터가 책임을 질 수 있게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간접고용을 이용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비용이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은 사실 노동자 월급을 쥐어짜는 것밖에 없는데 상식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직접고용을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기적으로 간접고용(용역)을 하더라도 원사업자가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일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현장을 방문했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용자의 직접고용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뒤, "이를 위해 간접고용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먼저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인권침해 내용이 있는 중앙대와 용업업체의 도급계약서와 관련 ""어떻게 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담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직접고용을 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면서 "다른 업체를 중간에 끼워넣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그:#청소노동자, #중앙대, #서울과기대, #시말서, #대자보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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