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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낮은 곳으로부터 봄이 오고 있다. 계곡물 소리가 커진만큼 봄은 가까이 왔다.
▲ 고드름 계곡의 낮은 곳으로부터 봄이 오고 있다. 계곡물 소리가 커진만큼 봄은 가까이 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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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도 지나고 날이 따스하여 봄이 곁에 온 것만 같습니다. 겨울산에도 봄이 왔을까 싶어 아침 집을 나섰습니다. 혹시나, 봄꽃이라도 만나면 실컷 보고 올 생각으로 도시락까지 챙겼지요.

그런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온통 겨울입니다. 아직도 산에는 흰눈이 가득하고, 계곡도 꽁꽁 얼어있습니다.

계곡 소에 떨어졌던 나뭇잎들이 잎맥만 남았다. 앙상한 잎맥만 남았지만, 그들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
▲ 나뭇잎 계곡 소에 떨어졌던 나뭇잎들이 잎맥만 남았다. 앙상한 잎맥만 남았지만, 그들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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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온통 겨울이 아닙니다. 계곡 얼음 아래에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아, 이렇게 봄이 오는구나!'

지난 가을 계곡 소에 떨어졌던 나뭇잎들이 잎맥만 남기고 물 속에서 봄을 기다립니다. 잎맥들이 너무 선명합니다.

집에 와서야 드는 아쉬움, '몇 장쯤은 주워왔어도 되는데...'

봄을 맞이하여 산행을 하는 이들, 아직 산은 눈이 가득하지만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 산행 봄을 맞이하여 산행을 하는 이들, 아직 산은 눈이 가득하지만 계곡의 물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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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여 산을 찾은 분들이 많습니다. 산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조금 천천히 올라가도 좋을텐데 그저 바쁘게 올라갑니다. 그래도, 이렇게 자연의 품에 안길 줄 아는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겠지요.

저는 계곡을 걸었습니다. 겨울에만 걸을 수 있는 길이지요. 동물들의 발자국을 따라 걷습니다. 그런 곳이 얼음이 더 두껍게 얼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렇게 걷다가 물소리가 힘찬 곳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봄이 보이고, 들립니다.

계곡물이 흐르며 어는 고드름은 두루뭉실 둥글둥글하다. 물이 흐르면서 날카로운 부분을 녹여주기 때문이다.
▲ 고드름 계곡물이 흐르며 어는 고드름은 두루뭉실 둥글둥글하다. 물이 흐르면서 날카로운 부분을 녹여주기 때문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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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모양도 재미있습니다. 처마끝에 달린 고드름과는 달리, 흐르는 물에 녹아내려 둥글둥글 모난 부분이 없습니다.

봄이구나, 봄! 절로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겨울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지만, 봄은 반드시 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천천히 오더라도,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봄은 오고, 한 번 오기 시작한 봄은 꽃샘추위 있을지언정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법이 없습니다.

역사의 계절도 그러합니다. 잠시 주춤거리며 겨울로 간 것 같지만, 오는 봄 결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역사의 겨울, 겨울공화국으로 인해 몸과 마음 움추러든 분들에게 이 맑은 계곡물 소리가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봄이 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들어보실래요? 계곡 저 낮은 곳에서 봄이 오고 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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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소리 동영상 보기
(김민수 목사의 '들풀교회' 사이트의 '자연에서 길어 올린 글'에 들어가면 '봄의 소리'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봄의 소리, #계곡, #고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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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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