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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청소년기는 분명 자신과 세계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키워나가는 시기에 속할 것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고민으로 이어지기 쉽고, 따라서 걱정과 궁금함이 꼬리를 물기도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사안은 바로 성(性)이 아닐까. 인간의 욕구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며 자극적인 요소도 있고, 많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선 '성'은 다소 지나치게 부끄럽고 무겁게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을 도와줄 '제대로 된 성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성소수자'들이다.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 땅의 아이들에게

<무지개 성 상담소>의 표지.
 <무지개 성 상담소>의 표지.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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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출간된 책 <무지개 성 상담소>는 동성애자인권연대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 4곳의 인권단체가 공동으로 집필한 결과물이다.

책의 구성은 '주위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다 자살한 한국의 성소수자 청소년'의 이야기로 맺은 머릿말,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그것을 바로잡는 사실로 이루어져 있다. 청소년을 위한 정보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덧붙여져 있는 점이 돋보인다.

본문에도 소개된 바에 따르면, LGBT로 알려진 성소수자는 L(레즈비언), G(게이), B(바이섹슈얼-양성애자), T(트랜스젠더-성전환자)로 크게 나누어 구분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이 만나 사랑하는 것'만'이 '일반적'인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자 <무지개 성 상담소>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차분하게 짚으며 설명한다.

'동성애는 질병이며 치료하면 변할 수 있다'라거나 '동성애자와 친하게 지내면 다른 아이들도 전염된다'는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사협회는 수십 년 전에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치료대상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으며, "동성애는 치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던 콜럼비아 대학 로버토 L. 스피처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하고 동성애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그리고 책의 상당 부분은 '성별과 다르게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모습과 행동만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의 호소, 혹은 "같은 성별의 친구를 짝사랑 중인데 괜찮은가요?" 하는 고민들이다. 사실 성고민과 연애문제는 또래의 아이들 누구나 하기 마련인데, '성별'이라는 요소가 추가되었을 따름이다.

더 이상 한국에서 편견으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없길

처음 느껴보는 감정, 말 못할 두근거림이 왜 누군가에게는 '죄책감'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마도 '동성애는 나쁜(혹은 잘못된) 것'이라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잘못된 아이를 바로잡자'는 비뚤어진 교육관을 만나면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더욱 가혹하게 괴롭히게 된다.

<무지개 성 상담소>에서도 말하듯이, '동성애는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므로 신의 섭리에 맞지 않다'는 말은 틀렸다. 오히려 과학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조와 펭귄·돌고래·오랑우탄 등 470종의 동물에게서 동성애가 발견되었으며, '동성애 혐오'를 하는 동물은 인간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종을 서로 혐오하고 괴롭히는 이유가 '동성애'인 경우야말로 인간이 유일한 셈이다.

본문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선생님으로부터 학대당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아이들은 말한다. "그냥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그 말 한마디 만이라도 듣고 싶었어요"라고. 무관심과 오해로 아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또 하나의 폭력인 것이다.

한국의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말하며, 제1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돌이켜볼 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할 이유가 되지 않음을 기억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의 권리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 아이의 성별이나 정체성과 무관하게 말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동성결혼을 인정하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땅이었으면 한다.

더 이상 편견으로 힘들어하며 목숨을 끊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며, 자신의 성적 지향으로 고민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너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야. 다 괜찮단다"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사랑이 혐오보다 더 존중받을 감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무지개 성 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외 씀 | 양철북 | 2014.1. | 1만2000원)



무지개 성 상담소 -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동성애자인권연대 외 지음, 양철북(2014)


태그:#성소수자, #무지개 성 상담소, #청소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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