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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스스로도 이제는 익숙한 ‘향토사학자’ 보다는 ‘정치인’으로 불리기를 더 선호한다.
▲ "제가 나온 이유는..." 유씨 스스로도 이제는 익숙한 ‘향토사학자’ 보다는 ‘정치인’으로 불리기를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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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은 바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다”
▲ 이른 아침, 충남 서천 풍경 “서천은 바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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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광(54)씨는 충남 서천에서 나고 자랐다. 청년시절 타지에서 유학한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서천 사람'으로 살아왔다. 결혼도, 직장도, 아이를 키워낸 것도 모두 서천에서 했다. 50년이 넘는 세월이다. 이런 그가 요즘 새벽잠을 잊었다. 5시면 일어나 파란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선다. '하루의 시작이 빠르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서천은 바다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 8일부터 1박 2일, 충남 서천군 군수 출마예정자 유승광씨와 함께 다녔다. 유씨는 하루에 약 200여 명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눴다. 단순히 악수만 하고 헤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이름을 밝히고 인사를 하고 자신이 왜 출마했는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상황마다 반응이 달랐다. '고생한다, 기대한다'는 말을 듣다가도 금세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른 아침, 포구에서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이 그랬다. "어르신 어떻게 나오셨냐"는 인사에 "알 거 없슈"란 답이 돌아왔다. 유씨의 파란 넥타이가 마땅치 않은 눈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참여한 공식후보는 1만 20명, 경쟁률은 평균 2.5 대 1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종전만을 의미한다.

경선을 거치며 사라져간 후보자들은 제외됐다. 입후보 예정자를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3만이 넘는다. 이제 선거까지 90여 일 남았다. 선거출마를 결심한 예비후보자들은 하루에 14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있다. 이들 입에서 자연스레 '시간이 부족해 하루가 짧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묵찌빠를 해서라도 후보를 결정해야죠"

유승광 후보자는 5시면 일어나 파란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다. 하루의 시작이 빨랐다.
▲ 시간이 부족하다 유승광 후보자는 5시면 일어나 파란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다. 하루의 시작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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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유승광씨는 부인과 사별했다.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유씨가 24년 교직생활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즈음이다. 평생 서천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생각한 것을 더 많은 서천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유씨 스스로도 이제는 익숙한 '향토사학자'보다는 '정치인'으로 불리기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천의 역사현장을 누비고 있다. 유씨가 1997년 처음 공론화시킨 대한민국 최초의 성경전래지 마량에서 주민들을 만나 새정치를 강조했고, 역사 교사로서 국정원 규탄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월남 이상재 선생 동상 앞에서 서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서천 주민들 역시 '교사'에서 '정치인'으로 변한 유승광씨를 걱정반 기대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날 서천 한산면에서 만난 봉서사 본호 스님도 그 중 하나다. 봉서사 주지인 본호 스님은 돌려 묻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 한 명과 통합신당 후보 세 명 구도로 치러지는 거죠? 그럼 안 봐도 뻔 한 게임이 되겠네요."

봉호스님의 말은 이랬다. 통합신당 후보들은 구체적인 논의조차 제대로 한 번 못하고 있다. 후보자마다 적게는 4년의 시간을 준비했다. 서천만 하더라도 후보자 중 한 명은 이번이 세 번째 출마인 사람도 있다. 10년을 넘게 기다린 것이다. '통합'이란 단어가 중앙처럼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이대로 가면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 한 명과 룰도 없이 집안 싸움한 통합신당 다자 후보 간의 대결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서천 한산면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유승광씨에게 "묵찌빠를 해서라도 빨리 결정을 보라"고 강조했다. 유씨는 "위든 아래든 요구가 더욱 분명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당신은 뭘 할 수 있는데?"

 “서울보다 천 배 살기 좋은 서천을 만들겠다”
▲ “당신은 뭘 할 수 있는데?” “서울보다 천 배 살기 좋은 서천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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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서면 홍원항에서 만난 김준태 할아버지(74)는 대뜸 유승광씨에게 "당신은 지역을 위해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물었다. 유씨는 순간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서울보다 천 배 살기 좋은 서천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대번 유씨의 말을 잘랐다.

"그런거 말고… 시스템 말이여. 해안도로를 홍원항까지 어떻게 넣을 것이며, 경제는 어떻게 살릴 거야? 서천을 위해 뭘 할 수 있어?"

유씨는 "새겨듣겠다"고 말하며 "어르신 고견을 달라"고 했다. 그 때부터다. 김 할아버지는 속에 감춰뒀던 말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지역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있는 답변이었다. 그는 어민들을 위한 장소, 즉 어망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과 관광도시 서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반 시설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유승광씨는 모든 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적으며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하나다. 전국 중소도시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서천 전체 인구 6만 중 27.5%가 65세 이상 장년층이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인 11.8%와 차이가 크다. 청년층의 비율 역시 해마다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청년을 위한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승광씨는 이 부분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는 서천의 문화와 자연을 경제와 함께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립생태원을 주목했다.

"서천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다행이 서천엔 국내 최대의 국립생태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생태원은 위치만 서천에 있을 뿐, 지역민과의 동의나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생태원내 컵라면을 갖다 놓고 파는 것만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미진합니다. 생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서천보다 거주 환경이 나은 군산에 살고 있고요. 지역경제와 무관한 경제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태그:#지방선거, #안철수, #유승광,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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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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