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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유모차와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나온 주부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정부의 늦장대응과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지 않았다"며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요구했다.
▲ 유모차 끌고 거리로 나선 엄마들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유모차와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나온 주부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정부의 늦장대응과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지 않았다"며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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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낮 서울 강남역 앞. 검정 옷차림에 노란 리본을 단 엄마들이 줄지어 섰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거나 힙시트로 아이를 멘 엄마 100여 명은 각자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두 줄로 나란히 도보를 걸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슬픔과 분노를 잊지 않겠습니다"라 적힌 피켓들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애도와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기 위해 아기 엄마들이 거리로 나왔다. '마담방배' 등 육아 커뮤니티에서 모인 엄마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보를 왕복하며 추모행진을 벌였다. 걸으면서도 수시로 아이를 살펴보는 엄마들은 별다른 구호를 외치지 않고 조용히 걷는 모습이었다.

이날 추모행진을 주도한 전주영(30)씨는 생후 20개월 아기를 둔 엄마다. 전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슬픔과 분노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곤 한다"며 "온라인에서만 슬퍼하고 분노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다른 엄마들에게 추모행진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향해 "엄마의 마음으로 실종자 찾아달라"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모차 끌고 거리로 나선 엄마들 '질책 아닌 대책을'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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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진에 참여한 엄마들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14일이 지난 지금까지 실종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김지현(34)씨는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불안한 게 부모 마음인데, 차가운 바닷속에 갇힌 아이를 생각하는 실종자 가족 마음은 이미 무너지고도 남았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부모 마음을 안다면, 이렇게까지 구조 작업을 더디게 진행할 순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생후 19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지혜(36)씨는 "사고 초반에 신속하게 구조했더라면 큰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을 텐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김씨는 "실종자 부모들이 아이 손을 잡아 보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며 "어떻게든 실종자를 전부 찾아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모차 끌고 거리로 나온 엄마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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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불안감을 느끼는 엄마들도 많았다. 도미정(35)씨는 "사고 이후 수시로 아이가 잘 있나 보게 된다"면서 심경을 털어놓았다.

"사고 당시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고 구해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더라고요. 어떤 부모가 세상을 믿고 아이를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겠어요? 오늘 여기에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집에서 걱정하며 울기만 하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요.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생후 18개월 아기를 힙시트에 메고 온 김진경(34)씨는 "아기 데리고 굳이 이렇게 해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들과 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제발 '위'에 계시는 분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진실을 밝히고 사고를 수습했으면 한다"며 "나라를 믿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안전시스템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내 아이가 조국 사랑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 보여야"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세월호 침몰사고에 분노한 엄마들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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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진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난안전처 신설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근본적 대책을 요구했다. 심아무개(39)씨는 "침몰된 배를 눈앞에 두고 제대로 구조조차 하지 못하는 정부를 보며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엄마는 "부모로서 걱정이 크다"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구조가 제대로 안 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나라를 불신할까 봐 걱정이에요. 내 아이가 조국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지금 정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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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모차 끌고 거리로 나선 엄마들 '마담방배' 육아 커뮤니티 회원들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애도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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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침몰사건, #세월호, #아기엄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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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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