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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교육감후보 TV토론에서 선행학습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원인과 처방에 대한 후보들의 토론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단언컨대 선행학습의 문제는 미친 영어교육 때문입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에게 영어음악, 영어회화로 태교를 하고 있으며, 젖먹이 영아의 혀를 늘어 빼는 수술마저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유아들을 고액과외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초·중학교 아이들에게는 토플시험을 위해 노는 시간은 고사하고 영어교육의 노예가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가요? 대부분의 언어학자나 교육전문가들은 영어조기교육의 위험성을 경고 하고 있습니다. 교육선진국인 프랑스나 독일에서 취학 전 어린이에게 읽고 쓰기를 익혔을 경우 입학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바르게 새겨야 할 것입니다.

사교육의 원흉 또한 미친 영어교육에 있습니다. 부유층의 자제들은 중고등학교때부터 영어권으로 외국유학을 떠나고, 독선생영어과외로 계급적 차별의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88만 원으로 대표되는 힘겨운 생활고로 학습지 과외마저 할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라 돈 속에서 용 나는 시대로 사회적 계급분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많고 많은 외국어 중에 왜 하필 영어에만 미쳐 날뛰어야 하는 것입니까? 영어가 세계적인 언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오직 영어만일 수는 없고, 모든 사람이 영어사용자일 필요도 없습니다. 현대문화교양인의 표상일 수도 없습니다. 세계를 상대로 뻗어 나가야할 소중한 인재들이 오직 영어에만 매달리고서는 세계시장의 미아가 될 뿐입니다. 
중국어, 러시아어, 일어, 남아프리카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등 외국어의 학생선택권을 부여해주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다양성과 흥미를 살려주는 교육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차지하는 외국어 비중을 낮추고, 실업고는 졸업 후 직접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실무교육을, 인문고에서는 정치, 인문, 사회, 철학 등을 폭넓게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선행학습과 사교육으로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와 습속을 익히는 것입니다. 미국어로 대표되는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미국적 사고와 의식을 길러서 생활양태를 미국화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소홀히 한 채 남의 것만을 모방하고 추종하다가는 우리의 혼마저 뺏기고 말 것입니다.

그러기에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제일 먼저 우리말과 글을 파괴하고 일본어를 강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비의 대부분을 영어교육에 쏟아 붓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내 돈 들여 영어교육에 미쳐 날뛰고 있으니 나라장래가 위태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영어는 사회적 계급어가 되고 있습니다. 지배층과 피지배층 부자와 가난한자를 가르는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미개하고 촌스럽고, 품위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 시골의 경로당에서마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영어교육을 한다고 별의별 이상한 외국인까지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몇 년전 총리와 교육부총리까지 나서서 영어공용화를 주장하고, 나라 곳곳에 영어마을을 짓고, 대학에서는 국어와 국사마저 영어로 강의하자는 판이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입니다. 제발 영어 때문에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가족이 해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영어 교육비 때문에 결혼과 출산마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한옥 기자는 전 한국산업안전공단 교육홍보이사입니다.



태그:#조희연, #선행학습 , #조기교육 , #미친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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