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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차와의 안전거리 유지로 인해 잠시 정차하겠습니다."
"선행 열차가 전 역을 출발하지 못해 대기 중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박아무개씨에게 앞서가는 열차와의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열차가 멈춰서 있다는 이 안내 방송은 이제 익숙할 지경이다.

컴컴한 터널 속에 멈춰서 한동안 꼼짝하지 않거나 한 구간 갈 때마다 2번씩 가다서기도 하는 등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이후 2호선의 연착은 더욱 잦아졌다. 박아무개씨는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기름값과 도로에서의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들어 열차 지연이 심해지면서 그는 전보다 20분이나 일찍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홍대에서 문래까지 40분 걸림" 등 지연 불만 글 쏟아져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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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지하철 2호선은 평소보다 30분 이상 지연되면서 아침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대규모 지각 사태를 초래했다. 홍대입구역에서 교대역까지를 예로 들면, 이 구간은 본래 35분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이날은 무려 1시간 10분이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일명 '지옥철'이라 불릴만큼 혼잡한 2호선에 월요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연착에 대비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전 9시를 전후로 열차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직장인들은 저마다 회사로 전화를 걸어 열차 지연 상황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도 "지금 2호선 타면 무조건 지각","2호선 오늘 심하게 정체 중","홍대에서 문래까지 40분 걸림" 등과 같은 열차 지연에 대한 불만의 글이 쏟아졌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도 열차 지연으로 인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글이 폭주했다.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무궁화호 정기권을 구매해 매일 아침 영등포역에서 8시 27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 2호선 지연으로 기차를 놓쳐 지각을 했다"면서 "8시 27분 무궁화호를 타지 못해 정기권으로는 이용이 불가한 새마을호를 추가비용을 내고 타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각으로 인한 명예 실추에 대한 보상으로 정확한 지연원인과 공식적인 사과가 담긴 문서를 요청한다"면서 "2호선 지연으로 예정에 없던 추가 지출 비용에 대한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하철 여객운송약관 제30조(열차운행 불능시 여객운송)에 의거하면 여객이 승차권 개표 후 열차운행 중단 및 지연 등의 사유로 여행을 계속할 수 없을 때에는 금액을 반환하고 사고 등으로 인해 열차가 5분 이상 지연됐을 때에는 지연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
ⓒ 이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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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승객은 "신입사원인데 지하철 때문에 회사에 늦어 굉장히 곤란해졌다"면서 "최소한 이번 역에서 몇 분 지체된다거나 전체적으로 얼마나 지체될 것 같으니 급하면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해라 그 정도만 얘기해줘도 오늘 같은 욕은 안 먹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출근 시간에 승객이 많이 몰리다보니 열차가 지연된 것이지 다른 사고가 난 것은 아니다. 지난번 열차 추돌사고 이후로 열차 간 간격 조정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 승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서울메트로측은 홈페이지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금일(5.26) 아침 2호선 내외선 열차 지연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승객들이 요청한 보상에 대해서는 회사나 학교 등에 제출 가능한 지연증명서를 역무실과 홈페이지에서 발급해 주고 있으나 지하철 운임 반환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열차가 지연운행 한 것에 대해서는 운임을 반환하지 않는다"면서 "사고 등으로 열차 운행이 불가능했을 때에만 대체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운임을 반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열차지연에 대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 열차 지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선로확충, 전동차 투입 등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비용이 막대하게 수반되기 때문에 당장에 해결이 쉽지 않다. 비공식적으로 출근시간대에 역장님들이 열차도우미로 나서 승차질서에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워낙 승객들이 많다보니 한 두명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뉴스통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호선 지연, #서울메트로, #지연증명서, #지하철 연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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