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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34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일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참배하고 있다. 두 대표 사이에서 광주광역시장 윤장현 후보(가운데)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34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일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참배하고 있다. 두 대표 사이에서 광주광역시장 윤장현 후보(가운데)가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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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광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부모다. 자식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사전에 부모와 합의 못한 것에 서운할 수 있지만, 자식이 가서 머리 숙이고 잘 말씀 드리면 광주 시민들의 마음이 녹을 것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광주에서 '계란 봉변'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공보단장이 한 말이다. 당 지도부가 전격적으로 결정한 '윤장현 전략공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주말 동안 광주를 방문할 것임을 알리며 나온 설명이다. 그러나 계란 봉변 사태에서 보듯 '부모'의 마음은 쉽게 녹지 않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특히 안 대표가 바빠졌다. 안 대표는 2주 새 광주를 세 번 방문하며 광주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7일~18일, 지난 24일 광주를 찾았던 안 대표는 6월 1일  광주를 또 방문한다.

야당의 상징이자 텃밭인 광주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책임은 안 대표에게 지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구 새정치연합' 때부터 안 대표와 함께 한 '안철수 사람'이라는 점에서 윤 후보 전략공천을 안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터다. 결국 안 대표의 운명이 윤 후보에 달린 셈이다.

애타는 지도부 "윤장현을 살려내야 안철수를 살려낼 수 있다"

지도부는 광주 시민에게 "안철수를 살려야 한다"라고 호소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안 대표의 미래가 광주 시민의 '한 표'에 달렸음을 알리며 정치적 선택을 요청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윤 후보 지원유세에서 '정권교체'를 언급했다. 그는 "시민들께서 윤 후보를 시장으로 뽑아주시면, 광주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 2017년 정권교체로 보답해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동행한 김효석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윤장현을 살려내야 안철수를 살려낼 수 있다"라며 "그래야 정권교체를 위한 희망이 생긴다"라고 외쳤다. 윤장현 후보의 당락에 안철수의 미래가 달렸고, 안 대표가 살아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8일 광주를 찾은 김한길 대표 역시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대표의 결단이 있었던 것인 만큼 광주시민이 안철수 대표에게 기회를 달라"라며 "광주에서부터 새로운 변화가 시작돼야 총선에서도 이길 수 있고 2017년 정권교체도 실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2017년 정권교체와 대선승리를 위해 안철수 대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광주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광주 여론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 후보는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강운태 광주시장 무소속 후보에 비해 10~15%p 가량 뒤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7일 광주 지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후보(46.8%)는 윤 후보(31.9%)를 14.9%p로 앞섰다(유선전화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중앙일보>가 22~26일 광주 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강 후보(37.8%)는 윤 후보(22.4%)를 15.4%p로 앞섰다(집전화와 휴대전화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광주지역 7개 신문·방송사가 공동으로 27일 광주 시민 1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후보는 36.7%를 얻어 26.8%를 얻은 윤 후보를 9.9%p 앞섰다(설문지 이용 임의 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광주지역 7개 신문·방송사 공동 조사 결과 가운데 '정당 지지도'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무당파가 50.4%로 나타난 것.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37.4%로 폭락했다. 야당의 심장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만큼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광주 시민의 시선은 냉랭하다.

윤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안 대표 지지율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26일 발표한 조사 결과(19세 이상 2565명 대상,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RDD 방법,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9%p)에 따르면 5월 3째 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안 대표는 11.5%를 기록해 4위를 차지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박원순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 다음이다.

안 대표는 5월 첫째 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위, 둘째 주에는 3위를 기록했다가 4위로 밀려난 상황. 26일 YTN 여론조사(23~24일 조사, 720명 대상, 선전화+무선전화, 유선 RDD, 무선 엠브레인 패널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에서도 안 대표 지지도는 4위였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문재인-박원순 다음이다.

'정치적 선택' 앞에 놓인 광주 시민들, 안철수·윤장현 손을 들어줄까

지지율 답보 상태에 있는 윤장현 후보(사진 가운데) 지원에 새정치연합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안철수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첫 주말을 광주에서 보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있는 윤장현 후보(사진 가운데) 지원에 새정치연합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4일 안철수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첫 주말을 광주에서 보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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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새정치연합은 윤 후보가 패배해도 안 대표에게 내상이 적게 가게끔 책임 소재를 넓히는 방향을 택했다. 최재천 본부장은 지난 27일 "윤 후보는 당 전체의 이름으로 전략공천된 부분이다, (윤 후보 성패 문제가) 결코 안철수 대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당 내에서 조차 윤 후보가 패배할 시 안 대표에게 타격이 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광주는 중요 전략지다, 오죽하면 광주에 정권교체가 달렸다고 하겠냐"라며 "윤 후보가 떨어질 경우, 안 대표에게 타격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광주에서 패배해도 두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당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단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책임지는 게 맞다"라며 "처음에는 강운태 후보와 20%p가량 차이가 나다가 이제 5~6%p 안팎까지 좁혀졌다, 광주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만일 윤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안 대표에게 타격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 내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 같진 않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더 큰 폭의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 내에서 '혁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광주를 자신의 시험대로 만들었다, 무대를 만든 후 본인이 제 발로 걸어 올라갔다"라며 "윤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 안철수의 미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빨리 '안철수' 거품이 꺼져버리고 당의 자산이 무너진 거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 민주당' 측 관계자는 "광주 패배의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당장 당 내에서는 7·30 재보궐을 두 대표에게 맡길 수 없다는 움직임이 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장현 전략공천'을 결정한 두 대표 책임론이 불거져 종국에는 두 대표가 직에서 물러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지도부는 이용섭 전 광주시장 후보의 지지층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이었던 이 전 후보는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지난 26일 강운태 후보와 단일화 한 바 있다. 실제 윤 후보 측은 이 전 후보 측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민병두 공보단장은 "이용섭 후보 지지자들은 이 전 후보가 참여정부 때 청와대 수석으로 장관으로 역할을 했고 우리 당 대변인과 정책위의장을 해서 사랑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 분의 지지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윤 후보를 지지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 표심이 변하고 있다"라며 "탄핵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킨 분과 아닌 분으로 대결 구도가 분명해 졌다"라고 강조했다. 강 후보가 지난 2004년 민주당 사무총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주도했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2002년 '노풍'의 시작점인 광주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구도 세우기'다.

단순히 '광주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닌 안철수 대표의 미래까지 좌우되는 선거에서 이 같은 구도가 먹힐지, 또 광주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태그:#윤장현, #안철수, #광주, #강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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