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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소말리 맘이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가 대부분 거짓말임을 취재해 보도했다.
 최근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소말리 맘이 그동안 해왔던 이야기가 대부분 거짓말임을 취재해 보도했다.
ⓒ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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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지난 5월, 세계적 여성인권운동가인 소말리 맘의 과거사가 거짓으로 날조됐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쓴 사이몬 막스 기자는 그녀의 지인과 선생님, 마을주민 등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14살 어린 시절 성노예로 팔려갔다'는 그녀의 자서전 내용 대부분이 허구임을 밝혀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녀는 지난 2006년 CNN이 선정한 100대 영웅으로, 2009년에는 미국 시사잡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인권상들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을 방문, 포스코 청암재단으로부터 국제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했던 그녀는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재한 유엔총회에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소말리 맘 재단 측은 <뉴스위크> 보도 후 재단 웹사이트에 즉각 해명자료를 올렸으나,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사가 나온 후 약 일 주일여 만에 소말리 맘은 재단 이사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재단측은 법률회사를 고용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6월 말 현재 조사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성착취 피해여성 구제 및 아동인권보호에 앞장서 온 한 여성이 쌓아온 명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2007년, 그녀가 공동창립자로 나서 미국을 근거지로 건립한 소말리 맘 재단 역시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그녀의 사회사업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해외 저명인사들과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수전 서랜던 같은 영화배우들과 유명모델들은 물론이거니와 재단 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자 세릴 샌드버그도 잠시나마 구설에 올랐다.

특히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전 세계 여론의 질타에 여전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이 칼럼니스트는 소말리 맘을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동안 그는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소말리 맘이 꾸며낸 거짓말을 토대로 기사와 칼럼으로 써 올렸다. 또 다큐멘터리 <하프 더 스카이(Half the Sky)>에 소말리 맘을 출연 시켜 그녀의 사회사업을 적극 도왔던 적도 있다.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10일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소말리 맘 관련 칼럼을 쓴 글)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세계 여론과 독자들은 그에게 여전히 실체적 진실과 관련된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블로그와 포스트 등에 해명성 글들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현재 그녀의 재단과 제휴를 맺고 매년 수백만 달러씩 지원해온 세계적 금융기업 골드만 삭스는 물론이고, 사업제휴를 통해 올해 안에 '뷰티살롱'을 열기로 한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와 같은 다른 후원기업들도 "이번 사건은 오로지 소말리 맘 개인의 문제"라며 일정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주요 언론들은 상당기간 침묵했다

소말리 맘
 소말리 맘
ⓒ 소말리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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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보도가 소말리 맘의 몰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녀의 조작된 과거사가 폭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캄보디아 현지 영자신문 <캄보디아 데일리>는 이미 2012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소말리 맘의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관련기사 : "피해여성 조작"...유명 여성 인권운동가의 두얼굴).

그러나 재단 대변인은 언론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그녀를 음해하려는 모종의 세력이 꾸민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구체적인 해명은커녕,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대부분 거부하는 등 그녀를 옹호하기 바빴다. 당사자인 소말리 맘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전 세계 주요언론들은 상당 기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그 흔한 인용기사도 쓰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전세계 내로라하는 주요언론매체들은 현지 언론이 소말리 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시점에도, 불후한 환경과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 인간승리의 전형으로서 그녀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만 급급했다. 성노예에서 일약 세계적인 유명사회사업가로 변신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어쩌면 독자들과 세상의 관심을 끌기 더 좋은 기사거리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소말리 맘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그녀와 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들도 모두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의 불씨는 남아 있다. 그녀가 성착취 피해 여성들과 어린 소녀들을 위해 만든 재활원의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다. 아페십(AFESIP)이라고 불리는 이 사회복지단체는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맘리 맘이 지난 1996년 그녀의 프랑스 출신 남편과 함께 만든 일종의 재활교육을 겸한 여성보호시설이다.

그런데 <아시아 코레스펀던트>는 지난 11일자 '소말리 맘 개인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누군가'를 통해 재단 산하 피해여성들을 보호하는 재활원의 운영방식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네트워크(APNSW)와 통합을 위한 여성네트워크(WNU)는 지난 2008년부터 소말리 맘이 운영해 온 아페십의 인권유린과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다.

소말리 맘 운영 재활원 비판 동영상

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네트워크가 만든 아페쉽 비판 동영상의 한 장면
 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네트워크가 만든 아페쉽 비판 동영상의 한 장면
ⓒ 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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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성노동자 네트워크는 지난 2010년 12월께 아페십이 운영하는 재활원시설과 운영설립자인 소말리 맘의 문제점을 담은 뮤직비디오 제작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 음악을 제작한 미디어 담당이사 데일 콩몬트씨는 같은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30여 명의 성노동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성노동자들이 입은 피해를 보여주기 위해 '배드 리햅'(Bad Rehab)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만든 적이 있다"고 밝혔다.

'오~오~오~오 나는 나쁜 재활원에 잡혀있어요. 라~아~아~아 소말리, 당신은 내가 '못난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내가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모든 것을 가져갔어요. 당신은 내가 자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나는 떠나고 싶어요. 나는 떠나고 싶어요(하략)'

이 동영상에는 아페쉽 재활원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또 성매매여성들의 단속과 체포과정, 감옥과 다름없는 재활원에서의 생활 등이 표현돼 있다.

소말리 맘 개인에 대한 비난내용도 들어 있다. 동영상 첫 부분에 나오는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바로 소말리 맘을 상징한다. 길거리 여성들이 매춘거래 중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과정부터 감옥에서 경찰들에 의해 윤간 당하는 장면, 그 후에 소말리 맘에 의해 개처럼 목에 사슬을 묶인 채 재활원으로 끌려가는 장면들이 시간흐름대로 표현돼 있다. 구타당한 여자의 얼굴과 비참한 재활원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이미 제작된 지 4~5년이 넘은 동영상이지만, 소말리 맘이 사임했다는 사실 외에 아페십의 실체적인 모습이 과거 상황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동영상이 주는 메시지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말리 맘
 소말리 맘
ⓒ 소말리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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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속에는 소말리 맘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내용도 나온다. 아페십이 이들 여성들을 얼마나 기만하고 속였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기 하다. 데일 콩몬트씨는 <아시아 코레스펀던트>와 한 인터뷰에서 "소말리 맘은 참으로 영리했다, 아페십 재활원도 다른 시설보다 외형상으로 더 잘 지었다"면서 "그러나 그런 괜찮은 외관에도 불구하고, 이 동영상(을 만든 것)은 (이곳이) 수감된 여성을 위한 치료를 위해 매우 부적합한 곳임을 보여주려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사회운동가 소말리 맘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무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언론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교묘히 이용할 줄도 알았던 그녀이지만, 결국 비정한 언론들에 의해 버려진 모양새다. 워낙 영리한 여성인 만큼 그녀도 그 이 사실을 원망하며 남은 인생을 숨어 살 것이다. 언론매체들은 그녀를 대체할 또 다른 영웅 만들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재단측도 재단 이름에서 그녀의 이름을 빼겠다고 최근 공식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머지않아 소말리 맘, 그녀의 이름마저도 세상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 속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소말리 맘이 이사장직을 사임했다는 사실 빼고는 달라진 것은 없다.

그녀가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린 재단은 물론이고, 인권탄압 등 논란의 소지가 높다고 지탄을 받아 온 재활원들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재활원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여성들의 아이러니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유린의 추악한 현장에 노출된 수십만여 명의 여성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동남아의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태그:#소말리맘, #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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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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