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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정부펀드 운용사에 잇따라 선정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정부펀드 운용사에 잇따라 선정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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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외사촌이라면 먼 친척 아니냐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그렇지 않아요. 친가 쪽으로는 거의 없고, 외가 쪽으로도 몇 안되는데…. 이분들은 과거에 (박 대통령에게) 정치자금도 낸 기록이 있어요.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는 그냥 얼버무려선 안 돼죠. 나중에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는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 높지 않은 그의 목소리 톤이지만 회의실 안의 울림은 컸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의 말이다. 중반에 접어든 올해 국정감사에서 그는 말그대로 가장 '핫(hot)'한 인물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그는 꾸준히 정부의 부자감세에 따른 폐해와 증세 논란, 인사 난맥상 등을 정면으로 비판해 왔다.

특히 그의 날선 비판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늘상 제기돼 왔던, 어찌보면 다소 식상할(?)만한 뻔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문제 제기는 집권 2년 차, 그것도 다른 정권보다 친인척 문제에 대해선 '깨끗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했다(관련기사: 박 대통령 외조카 대주주후 870억대 정부펀드 운용 따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이날 역시 국회 기재위의 관세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때였다. 박 의원은 보충질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와 인터뷰에 나섰다.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 시간에 쫓기면서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이어나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외사촌 조카 그리고 컴퍼니케이의 특혜 시비

- 어제(13일)에 이어 오늘(14일)도 박 대통령의 친인척 기업 특혜를 제기하고 있는데.
"오늘은 컴퍼니케이파트너스(아래 컴퍼니케이)가 올해 870억 원대의 정부 펀드 4개를 따내는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한마디로 (컴퍼니케이는) 이번 정부 펀드 운용사 신청 자격조차 없는 회사였다."

창업투자회사인 컴퍼니케이는 박 대통령의 외사촌 조카인 정원석씨가 갖고 있는 금보개발이라는 회사가 최대주주로 돼 있다. 이 회사는 올 3월 금보개발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연속해서 4개의 정부 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이들 펀드 규모만 870억 원대에 달했고, 특혜 시비가 일었다.

- 컴퍼니케이가 신청 자격조차 없었다는 근거는?
"작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콘텐츠펀드' 운용사를 선정했는데, 당시 컴퍼니케이와 대성창업투자가 공동운용사로 뽑혔다. 하지만 이들 컨소시엄은 당초 예정된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고, 기한 연장까지 했지만 결국 작년 8월에 펀드결성이 무산돼 버렸다."

- 그런데?
"'글로벌콘텐츠펀드' 의 제재조항을 보면 '펀드 결성 시한을 연장하고도 시한내 결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1년에 최소 1회 이상 출자를 제한'하도록 돼 있다. 이대로라면 컴퍼니케이는 올 8월까지 1회 이상 정부 펀드 운용사로 선정될 수 없다. 또 5~6월에 걸쳐 4개의 정부 펀드에 신청 자격조차 없는 회사다."

- 정부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한국벤처투자조합과 해당 부처 등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하는데.
"(곧장)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컴퍼니케이가 작년 펀드결성 실패에 따른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인데, 공동운용사였던 대성창업투자는 제재를 받았다. 투자유치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할 두 회사 가운데 한 곳만 제재를 받은 것이다. 당장 대성창업투자 쪽에서 억울하다고 하지 않은가."

박 의원은 "한국벤처투자에서는 투자 유치 실패 책임이 대성창업투자에만 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특정 회사만 결국 막대한 이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컴퍼니케이의 운용사 선정 과정의 문제는 이미 지난 주 산업자원통상위원회 국감에서도 제기됐었다. 당시 여당의원인 홍지만 의원도 이같은 사례를 들어가며, 컴퍼니케이의 운용사 선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여당의원도 박 대통령 외조카 회사 특혜 의심)

정씨일가의 석연치 않은 한국민속촌 습득과 부의 축적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정부펀드 운용사에 잇따라 선정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정부펀드 운용사에 잇따라 선정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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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박 의원은 지난 15일엔 컴퍼니케이가 정부펀드 운용에 있어서 계약조건까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펀드 출자조건을 보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3개를 초과하는 펀드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라면서 "하지만 컴퍼니케이의 펀드매니저 A씨는 4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펀드 운용의 중요한 출자조건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그는 연일 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둘러싼 의혹들을 내놓고 있다. 거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소수 야당 소속 의원 개인이 고전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어떻게 박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2012년에 한국민속촌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였죠. 그때도 국정감사였는데, 한국민속촌이 1974년에 정부의 관광진흥기금 등과 민간자금이 들어가서 만들어졌어요. 일종의 국책사업인데, 그만큼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받고 있다가 1976년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영삼씨에게 넘어갑니다. 정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조카 사위였어요."

- 이번에 문제됐던 컴퍼니케이의 최대주주인 금보개발의 소유주가 정원석씨인데, 그 아버지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한국민속촌이 정영삼 개인으로 넘어가면서, 정부가 투자한 6억8000만 원을 회수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질 못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200억 원 정도 된다. 정씨는 신군부 시절에 민속촌 주변의 땅까지 개발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 정씨일가의 기업들이 7개나 되더라. 재산도 7400억 원대에 달한다고 하는데.
"대부분 1~2명이 있는 업체들인데, 매출은 작고 부동산 자산이 많은 회사들이다. 2012년에 한국민속촌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정씨일가 회사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 8월께 금보개발이라는 회사가 컴퍼니케이의 최대주주로 된 이후 정부펀드를 4개나 수주한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부처를 상대로 자료를 요청하고, 창업투자와 관련한 전문가 등으로부터 설명을 들어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다시 그의 말이다.

"이쪽 창업투자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요. 게다가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의 경우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인식이 커서 누구나 수주하려고 하죠. 정부가 절반의 돈을 내니까 아무래도 펀드의 안정성면이나 운용면에서 관리보수 등 짭짤할 수밖에 없죠."

<조선일보> 계열의 창투사도 떨어뜨린 정부펀드 운용사 공모

- 컴퍼니케이의 대표는 이번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다른 곳들도 선정됐다고 하는데.
"그쪽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컴퍼니케이보다 훨씬 투자 경력이나 운용면에서 뛰어난 창업투자회사들도 다 나가 떨어졌다. 예를 들면 케이티비(KTB)네트워크의 경우가 그런 예다. 또 국내 중앙 언론사의 창업투자회사도 경쟁에 나섰다가 떨어졌다고 한다."

- 어디를 말하는건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방아무개 사장이 만든 창업투자회사도 농식품부에서 주도한 애그로씨드 펀드 운용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운용사 선정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펀드 운용 자격자체가 의심이 되는 중소 창업투자회사가 정부주도의 펀드 4개를 두 달 사이에 수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이번 친인척 기업 특혜 의혹을 폭로하고 난 후, 청와대 등으로부터 반응은 있었나.
"(웃으면서) 일단 무반응으로 나가는 것 같은데…. 금융위에서 공식적인 해명자료를 냈는데, 정말 아무런 내용이 없는 해명이었다. 청와대 쪽도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민정수석실에서 해당 부처 등에 소명자료를 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

- 아직 국감 일정이 남아있는데, 정원석씨 등을 증인으로 부를 생각은 없나.
"(곧장) 증인으로 부를 생각이다. 대통령의 외사촌 조카인 정원석 금보개발 대표와 김학범 컴퍼니케이 대표 등 2명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정유신 전 한국벤처투자 사장과 최두환 포스코 아이씨티(ICT)대표 등도 증인으로 신청할 생각이다. 최 대표는 금융위의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운영자문위원장이었다. 이밖에 정부펀드 관련 공무원 등도 증인으로 낼 생각이다."

- 정원석씨의 경우 여당에서 증인 채택에 합의해줄 수 있을까.
"물론 여당에서는 적극적으로 보호막을 칠 것이다. 그래도 핵심증인인데 채택되도록 노력해볼 것이다. 김학범씨는 지금 해외에 있다고 하는데, 자칫 이들 2명의 핵심인사들의 국회 증언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국내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와 인터뷰는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박 의원의 옆자리에 있던 비서관이 시계를 자꾸 쳐다봤다. 국정감사장으로 다시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는 눈짓도 이어졌다. 국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아마 박 대통령은 이런 외사촌 일가의 일들을 보고받지도 않았고,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권력 주변에는 항상 파리가 모이는 법이잖아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면, 까마귀가 의심을 받는 거예요. 이제라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감사원이 나서 제대로 조사를 해야죠. 대통령 친인척 문제를 그냥 방치했다가 곧장 정권 몰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가 그동안 봤잖아요."


태그:#박원석 의원,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 특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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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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