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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사진이요? 다 옛날 얘기죠. 요즘 누가 대학 졸업 사진을 찍어요. 졸업이 뭐 얼마나 신나는 일이라고…."

"4년 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찍는 졸업 사진이라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같은 학번이라도 같은 시기에 졸업하는 동기를 찾을 수가 없어요. 특히 휴학없이 학교를 다닌 제 경우엔 더더욱 그래요."

겨울, 힘차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그 의미에 맞게 다가오는 2월에는 학교마다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20대의 졸업 문화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졸업을 기념하며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찍었던 졸업 사진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한국외대의 졸업앨범 신청부수는 지난 2012년 1000부에서 2013년 780부, 올해 524부로 크게 줄었다. 서울시립대도 2012년 420부에서 지난해 230부, 올해는 200부까지 감소했다. 타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졸업앨범 신청부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졸업 사진 안 찍으려는 청춘들... 대체 왜?

졸업을 앞둔 졸업 예비생들은 걱정이 많다. 졸업을 해도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취업의 벽에 가로막힌 청춘들은 졸업 뒤 직장인이 아닌 취준생(취업준비생)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 한 많은 20대들에게 졸업은 더 이상 반가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요즘 대학가에서는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졸업을 하지 않고 미루는 유예제도가 인기다. 게다가 요즘 대학가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졸업자보다는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3학년 김아무개(25)씨는 졸업이 두렵다. 4학년 2학기 때 취업에 실패를 하면, 무조건 졸업 유예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졸업을 해도 갈 곳이 없으니 백수보단 학생이 낫다"며 "또 요즘 기업에서는 졸업자보다 졸업 예정자를 더 선호한다고 해서 졸업을 미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졸업 사진을 찍을 예정이냐는 물음에는 "졸업이 안 반가운데 졸업 사진이 웬 말이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4학년 이아무개(23)씨는 졸업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졸업 앨범은 4년 동안 함께 공부한 동기들과의 사진을 남기는 추억 상자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같은 시기에 입학한 동기더라도 인턴, 토익 등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한 잦은 휴학으로 졸업시기가 다르다.

결국 졸업 사진을 찍더라도 어색한 사이인 이들과 함께 찍는 일이 다반사다. 이아무개(23)씨는 "친한 동기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면 졸업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내 동기들은 대부분 휴학 중이거나 (전 학기 휴학으로 인해) 아직 학기가 남았다"고 말했다.
 
비싼 비용에 대한 부담도 이유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 졸업 앨범비는 평균 5만~1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들은 촬영을 위한 헤어 비용과 메이크업 비용까지 생각해야한다. 더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익명의 한 여대생은 "솔직히 졸업 사진 한 번 찍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메이크업을) 안 하자니 모두가 하는 분위기 속에서 홀로 뒤처지는 기분이 싫다"고 말했다. 실제로 졸업 사진 촬영 시즌인 10월 달에는 대학 근처 미용실들이 졸업 메이크업을 패키지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사라져가는 졸업 문화... 높은 현실의 벽에 '캠퍼스 낭만'을 잊어버린 우리 시대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태그:#졸업사진, #졸업, #졸업앨범, #청춘,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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