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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책만드는 과정을 해봅니다~
▲ 망가진 책 보수하는 정성으로~ 직접 책만드는 과정을 해봅니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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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성큼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달은 연휴도 많았고, 이래저래 도서관 행사며, 강의 요청이 많아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부분 지역 도서관에서는 이 시기에 '사서도우미 교육과정'이나 도서관 담당자 또는 자원봉사자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많습니다. 그러한 교육과정에 우리 도서관 '도서보수팀'의 훼손도서 보수법에 관한 강의와 '빅북구연팀'의 책 만드는 과정 교육 강의가 많은 인기를 얻어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바쁘게 강의를 할 의향은 없었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너무 많이 알려져 거절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고 보니, 저의 할 일이 더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샘~들 우리 내년엔 강의 그만 하입시더~"
"와요~좋구만~할 수 있는데꺼정 해야죠~왜 그래요~"
"내가 이제 힘에 부침더~내가 할일이 더 많아져서 그라지요~"
"하기사 샘이 쪼매 힘들긴 하겠구만요~일정 잡고 데리고 다닐라하믄~"
"어쨌건 작년에도 내년엔 하지 말자꼬 해놓고 강의 요청 들어오믄 샘이 또 잡아불고~그랬다 아인가요~"
"그거야 그렇지만~아이고 맞심더~다 내가 일 욕심이 과해서 그랬지요~누굴 탓하겠는교~"

도서관 업무에다 도서관 샘들의 강의 일정을 일일이 다 챙겨가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만 많아진 것 같아 괜히 샘들한테 푸념을 늘어놓았지요.

밋밋한 도서관 활동보다야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를 알아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은 건 사실입니다. 나 역시 몸은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도서관 샘들이 있어서 힘을 얻고 활력을 되찾는 건 맞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도서관에서 열성적으로 강의를 하는 책 보수팀~
▲ 책 보수팀, 강의하다! 다른 도서관에서 열성적으로 강의를 하는 책 보수팀~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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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야 할 행사가 많아 부득이 저에게 요청이 왔던 강의를 도서보수팀의 한 샘한테 대신 강의를 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저보다는 책 보수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 해줄 것 같아 도서관 담당자와 협의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지역의 학교도서관은 참으로 열악합니다. 담당 사서가 없는 곳이 많고, 예산이 그다지 많지 않아 도서관 운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그래서 더욱더 학교도서관으로 책 보수교육을 가려고 하는 것도 저희 도서보수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교육 강의할 곳도 울산 지역의 학교도서관 학부모 도우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했는데, 학교도서관에 망가진 책들이 너무 많아 그동안 고민만 하고 있던 찰나에 지역 대표 도서관인 중부도서관에서 학교도서관 사서도우미 대상 교육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샘~이번 기회에 학교도서관 봉사활동 하는 엄마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게 돼서 무엇보다 기쁘네요~"
"그러게요~늘 도서관 담당자 대상으로만 했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우리가 바라던 대로 엄마들 대상이어서 좋네요~좀 짧은 시간이지만~그래도~"
"일단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직접 망가진 책을 수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하죠~"

울산에서도 중구와 북구를 오가며 도서보수 교육에 바빴던 한 달을 보내고,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볼까 싶었는데, 이번엔 동구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교도서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이러다 전국으로 책 보수 하러 다녀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 망가지고 안타까워하는 모습. 그런 모습으로 시작된 작은 일, 그래서 도서관으로 인해 행복합니다. 더 많은 학교도서관에서 책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원봉사자에서 이제 의젓한 강사님이 되었네요~
▲ 책 보수 교육중~ 자원봉사자에서 이제 의젓한 강사님이 되었네요~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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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들~우째 앞으로 일정은 잡았는교~"
"시간되시는 샘들만이라도 할라 했는데, 다들 좋다고 하시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학교도서관에 나간다카니 적극적인데요~"
"일단 올해는 학교도서관으로 봉사를 나가야 하는기 맞는기라요~안 그렇는교~"
"쪼매 힘들긴 하겠지만 샘들이 좋아서 하는거라 내사 뭐라고 말은 못하겠고~암튼 잘해보입시더"

이번 달을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세 군데 학교도서관을 찾아갑니다. 그럴듯하게 '찾아가는 119책 병원'의 타이틀을 달고 그렇게 우리 도서관 샘들은 달릴 준비를 하고 있지요. 늘 하는 일에 변함없이 돌아가는 도서관 일이지만 할 때마다 생각이 달라집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더 죄어오는 강한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달리고 있는 이분들이 있어 저 또한 긴장의 연속이고, 딴 생각을 감히 할 수가 없네요.

단 1초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교도서관 학부모엄마들~
▲ 정말 필요한 교육입니다~감사해요~ 단 1초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교도서관 학부모엄마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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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자극제가 되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라고 하는 도서관 샘들이 있어 오늘보다 더 재미있는 보람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곧 있으면 저희 작은도서관의 개관 4주년을 맞이합니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조촐한 도서관 행사를 준비해야겠습니다. 꾸준히 찾아와 주는 사람들에게 작은 공간이지만 함께 어울러 살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곳임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공연을 하나 준비해 놓고 또 한번 시끌벅적한 도서관을 만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태그:#도서보수팀, #책 보수 교육강의, #꽃바위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 #사서도우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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