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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없는 분야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선두는 요리다. 주부 경력 25년이지만 제대로 요리를 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냄비를 태워 본 경험은 부지기수.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기사 쓰느라 그냥 깜박. 처음엔 '몇 분 후면 다 익을 테니 꺼야지' 계산하고 컴퓨터에 앉지만 웬걸 기사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냄비는 숯덩이가 된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과열되면 저절로 소화되는 똑똑한 제품이라 다행이지만 늘 안전사고를 염두에 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들은 엄마의 요리 솜씨를 못 미더워한다. 그 때문에 입대 후 제일 좋았던 일이 "제시간에 균형 잡힌 식단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매스컴이나 타인을 통해 들은 군보다 아들의 입대를 통해 알게 된 군은 인간적이고 선진화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군에 관심이 생겨 병무청 블로그 어머니기자, <국방일보> 모니터 등 군 관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의 왕성한 활동

20분 만에 완성된 요리
▲ 완성된 요리 육군 팀 '나베'와 어머니 팀의 '김치찌개' 20분 만에 완성된 요리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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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요즘 가장 애착을 갖고 하는 활동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운영하는 어머니 장병급식 모니터링단이다. 모니터링단은 군 급식 조리 및 배식 체험, 군 급식 생산업체의 위생점검 참관, 군 급식계약절차, 품질보증활동 교육 등을 통해 장병들의 먹거리 안전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지난 10일은 강원도 한 사단을 방문해 보급수송대대에서 이루어지는 음식재료 분배 과정을 검수하고 병식 체험과 장병 대 어머니들의 요리 대결을 펼쳤다. 수송대대는 수산, 축산, 농산물로 분류되어 구매요구서에 따라 상품의 적격 여부를 판단했다. 예를 들어 양배추의 경우 생산기 1kg, 비생산기는 700g 이상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가뭄이나 홍수 등 재해 발생 시에는 농민의 의견을 반영해 기준을 완화했다.

김치찌개에 넣을 파를 썰고 있다.
 김치찌개에 넣을 파를 썰고 있다.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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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대대에서 복무했던 장병들은 전역 후 군 보직 경험을 인정받아 물류업체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각자 맡은 업무의 전문성을 살린다면 군 복무가 더욱 보람되지 않을까 싶다.

행정병으로 복무했던 아들은 인사와 경리업무를 담당하며 문서작성 능력이 늘어 리포트 작성에도 유리하단다. 취사병이 계기가 되어 요리왕으로 등극한 장병은 전역 후 음식점 경영 계획을 밝혔다.

장병들과 함께한 식사를 마친 후 요리대결에 들어갔다. 요리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지만 장병들의 입맛을 책임지는 조리병들의 손맛은 어떤지 이 기회에 배워보고 싶었다. 3인 1조로 두 팀이 구성되어 요리에 들어갔다. 주어진 시간은 20분으로 주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였다. 육군 팀은  '나베', 어머니 팀은 '김치찌개'를 선택했다.

어머니와 육군 병사의 '손맛' 대결... 승자는?

장병들의 시식장면
 장병들의 시식장면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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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주부 20년 경력의 어머니 팀을 제치고 육군 팀이 우승
 결과는 주부 20년 경력의 어머니 팀을 제치고 육군 팀이 우승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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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의 작전은 돼지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된장을 넣고 끓인 후 청양고추, 양파를 곁들였다. 육군팀은 구성원부터가 화려했다. 국방홍보원이 주최한 '2014년 군 급식요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각종 요리대회 수상 경력을 보유한 최종명 상병이 포함되어 있었다. 육군팀이 만든 '나베'는 일식에 최 상병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퓨전요리로 돼지고기와 달걀, 김치가 재료였다.

최종명 상병은 "일식집에서 이 음식을 먹어보고 장병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냈다. 간장과 설탕, 맛술을 2대 1대 1의 비율로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끓은 소스에 물을 1대 3으로 희석하고 고기는 소스를 넣어 볶는다"라고 조리과정을 설명했다.

육군 팀이 만든 '나베'
 육군 팀이 만든 '나베'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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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소스에 달걀과 양파를 넣어 익히고 송송 썬 김치를 곁들인다. 여기에 쑥갓과 홍고추로 모양을 내면 나베가 완성된다. 장병들이 좋아하는 고기, 김치와의 조화, 달콤한 간장 소스에 달걀을 푼 요리는 영양 면에서도 균형이 잡힌 듯했다.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딱 맞았다.
  
집에 와서 당장 만들어 보았다. 남편도 아들도 흡족해했다. 아들은 "음식집에서 먹는 메뉴 못지않다. 요리법 배워서 직접 해 먹고 싶다."고 했다. 남편 역시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맛도 있다고 평했다.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나는 아들에게 "엄마, 언제 와? 배고파 빨리 와서 밥 줘"라는 말을 늘 듣고 산다. 장병에게 배운 요리가 아들의 밥 달라는 말을 줄여줄 것 같다.

장병들의 응원 장면
 장병들의 응원 장면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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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선 <삼시 세끼>,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다. 요리 초보들에게 쉬운 밥상을 소개하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며 요리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생각이 들어 반갑다. 반복되는 일을 일컬어 '밥 먹듯이 한다'고 표현한다.그 만큼 밥과 인간의 삶은 밀접하다. 육군 팀과의 요리대결에서 주부경력 20여 년을 가진 어머니 팀이 지긴 했지만 아쉽지 않은 것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요리 하나 제대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태그:#어머니 장병 모니터링단, #나베, #군 급식 요리왕, #군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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