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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소통하는 방법을 여전히 알 지 못하는 50대 학부모입니다. 삶의 목표를 잡지 못해 표류하는 큰애와, 은퇴 후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가 현실적인 문제가 된 저의 처지는 일응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 먼 이국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문제와 베이비 부머들의 2막 인생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울러 제 마음을 큰애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기자말

여행 마지막 날 새벽, 짐을 싸면서 그리고 맬버른 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 내 아이를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날 답답하게 했다.

영어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영어가 안 되면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요리에 사용되는 용어는 불어나 기타 외래어로부터 온 것이 많고, 그래서 대부분 낯설고, 발음이 어려워 암기가 잘 안 된다. 하다 못해 요리 재료의 명칭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당시뿐만 아니라 대충 눈치껏 따라 하며 첫 학기를 무사히 통과한 현재 시점에도 불확실함이 그렇게 많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정말 힘들게, 정신 없이 지나간다는 두 번째, 세 번째 학기도 물러터진 큰애가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자세도 그렇고, 아토피에다 뚱뚱한 몸매를 보면 자기관리도 많이 부실한 것 같다. 공부나 다른 생활에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일주일간 같이 생활하면서도 별로 해소되지 않은 불안감을 애써 떨쳐 버리고 우린 공항에서 이별의 포옹을 나눴다.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하면 전세계를 마음껏 돌아 다니다가 나중에 나랑 같이 레스토랑 하자."
"알았어."

더 이상의 잔소리를 잘라 버리는 큰애의 별로 성의 없어 보이는 대꾸를 뒤로 하며 나는 공항의 출국심사대로 걸어 갔다. 멜버른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롬푸르 공항까지의 짧지 않은 비행시간 동안 롤러 코스터처럼 흔들리던 내 마음이 비행기가 착륙할 즈음에는 어느 정도 안정됐다.

'그래, 기다리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잖아. 자기도 지금 이 길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야. 어쩔 수 없이 죽으라고 하겠지. 무사히 졸업만 한다면 그 때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훨씬 많아지는 거고….'

혼자 여행한다는 건 이런 걸까

 - 빈 좌석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 쿠알라롬푸르 야시장 모습 - 빈 좌석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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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우리는 당초 계획한 대로 공항에서의 환승 대기시간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 야시장 투어를 하기로 했다. 교통편은 택시를 이용했는데, 특이한 점은 요금을 기사에게 직접 주지 않고 공항에서 파는 쿠폰을 산다는 것이었다. 좋은 점은 바가지 쓸 염려가 없고, 적정 택시요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어서 공항으로 돌아올 때 택시기사와의 협상이 용이해진다.

우리 나라와 달리 공항택시가 독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금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로 비교전 싼 편이었으며, 야시장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9시간의 환승 대기시간 중에서 한 시간 정도를 공항 출국심사, 교통편 알아보기 등에 사용했다. 택시에서 2시간,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으로 다시 와야 하므로 실제로 우리가 야시장 투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이었다. 작은 애는 4시간 중에 절반을 마사지에 할애했다. 마사지숍도 우리가 맛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인터넷 사전조사를 통해 평판이 좋은 곳을 미리 알아놨다고 한다.

마사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간단하게 발마사지만 받고 숍 주변의 가게에서 먼저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였다. 호기롭게 혼자 마사지숍을 나섰지만, 막상 혼자가 되니 모든 게 어색했다.

한창 피크 타임이 된 야시장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그것이 나를 위축되게 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은퇴하면 혼자서 하는 낭만적인 여행을 꿈꿔왔던 나의 환상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출장을 제외하고는 혼자서 어디 여행을 해본 경험이 없다. 나는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한 데 대해 주인의 눈총을 받아가며 주문한 음식과 맥주를 허겁지겁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마사지를 마친 작은애, 아내와 함께 근처 다른 식당을 찾았을 때는 신기하게도 이전의 위축된 기분은 눈 녹 듯 사라졌다. 주문을 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고, 의자에도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느긋하게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원래 혼자서는 약해지는 동물인 모양이다. 은퇴 후 혼자서 해보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결국 일한 만큼 주기 싫어서 만든 제도

 ? 여기 요리사들은 엄청나게 밀려 들어오는 주문을 단시간에 처리해야 한다.
▲ 야시장의 조리실 내부모습 ? 여기 요리사들은 엄청나게 밀려 들어오는 주문을 단시간에 처리해야 한다.
ⓒ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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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뜨거운 가스불 위에 열심히 프라이 팬을 돌리던 남자 요리사였다. 동남아인 특유의 마른 몸매에 슬리퍼를 신은 편한 옷차림의 그 남자는 주문 쪽지를 연신 보면서 끊임 없이 밀려드는 요리 주문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나의 요리를 만들어 접시에 부은 후 프라이팬을 물로 씻고 그 다음 주문 쪽지에 적힌 요리를 만드는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우리가 머무른 1시간 남짓 동안 그는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요리를 만들었다. 야시장 운영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인파가 밀려 드는 쿠알라룸푸르 야시장의 음식가격은 그리 싸지 않다. 관광객을 비롯해서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 돈을 뿌리고 갈 것이다. 그 돈은 어떻게 분배가 될까? 건물주, 가게 주인, 종업원이 어느 정도 비율로 돈을 나눠 가질까? 그 분배에 납득할 정도의 합리성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는 분배의 정의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가?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질 나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분배의 정의가 훼손되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비정규직이란 결국 일한 만큼 주기 싫어서 만든 제도이지 않은가?

내 또래 세대는 별다른 자각 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정규직으로 편입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비정규직이라는 괴물이 생겨나서 우리 자식 세대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 오다가 자식을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려고 하니 그 길목에 버티고 서있는 괴물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 것이다.

강 건너 불로 여겼던 사회문제가 나한테 현실적인 고민이 되었다. 나는 이 괴물로부터 우리 아이를 보호 할 나름대로의 소박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생각이 좀 더 정리되면 그 내용을 주변 사람들과 공휴하고 의견을 들어 볼 예정이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지.

요리과정 3단계 'Dry Method'

지난 글에서 윌리엄 앵글리스 1학기 커리큘럼의 1, 2단계를 소개했다. 1단계는 장비사용법이고 2단계는 국물이 있는 요리방법, 즉 'Wet Method'이다. 이 글에서는 국물이 없는 요리방법, 'Dry Method'를 소개한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오븐이나 팬을 사용하여 요리재료에 직접 열을 가한다.

1일차 로스팅, 빠엘르(Roasting & Poêle): 로스팅은 손질된 치킨 등 고기를 바로 오븐에 넣어서 굽는 것이다. 빠엘르는 불어로 팬, 냄비를 의미하는데, 조리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재료를 손질해 식용유를 두른 팬이나 냄비에 담아서 센불에서 재료의 겉부분을 1차로 구운 다음에, 이어서 재료가 담긴 용기 통째로 오븐에 넣어서 재료의 속 부분을 익힌다. 큰애는 치킨과 메츄리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2일차 튀기기, 볶기(Frying). 네 가지 요리법을 배운다.

① 소테(sauté)는 높이가 낮은 팬을 사용하여 센불에 짧은 시간에 찌지는 방법으로 재료의 겉은 구워지지만 속에는 액즙이 그대로 남아 있다.
② 스터 프라잉(stir frying)은 높이가 높은 팬을 사용하여 약간 높은 불에 재료가 다 익을 때까지 볶는 것이다. 중국식 조리법에서 나왔다고 한다.
③ 쉘로우 프라잉(shallow frying)은 두툼한 고기를 익힐 때, 고기의 1/3정도까지 기름을 써서 조리하는 방법이다.
④ 딥 프라잉(deep frying)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재료를 기름에 푹 잠기게 하여 튀기는 것이다.

3일차 베이킹, 석쇠구이(Baking and Grilling)

① 베이킹(Baking)은 빵과 같은 음식을 오븐과 같이 건조하고 뜨거운 분위기에서 구워내는 것이다. 큰애는 감자 속에 베이컨, 치즈, 양파를 섞어 넣어 구운 Pommes Gratinee와 크리미 카라멜을 만들었다고 한다.
② 석쇠구이(Grilling)는 약불에 고기가 타지 않도록 굽는 것인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업시간에는 미리 약간 익힌 고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상 아마추어 냄새를 팍팍 풍기면서 3단계에서 배우는 요리법을 소개해보았다. 하나하나가 금방 익히기 힘든 것들이지만 1학기 때에는 한번 해본다는 의미가 강하고, 보다 전문적인 접근은 2, 3학기 때 실전 상황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태그:#호주, #워홀, #멜버른, #쿠알라룸푸르, #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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