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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는 민주주의가 융성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인근의 페르시아나 저 멀리 중국이 군주제를 중심으로 정치 체제를 확립시키고 있을 때,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 도시국가들은 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에 따라 민회에 나가서 정치적 활동을 펼쳤고, 민주주의적 결정방식에 따라 사회 제도를 구축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페르시아와 맞서 싸워서 그리스를 지켜낸 영웅이기도 했으며, 해양 무역을 바탕으로 해군을 육성하여 델로스 동맹이라는 도시국가간 군사 동맹을 이끌기도 했다.

스파르타 역시 군주제를 채택하지 않았으나 적은 수의 시민을 바탕으로 한 보수적인 과두제 사회였기 때문에 아테네와 같은 활동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이 고대 민주주의가 실제 어떤 식으로 작동되었는지, 아테네 시민들은 페르시아를 물리친 이후 어떻게 국제 사회를 이끌었는지의 실제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아테네 시민들의 탐욕에 찌든 대중민주주의와 냉혹한 국제정치의 강자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고대 그리스 대중의 수호자를 자처했지만 필요하다면 국제 '깡패'로서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냉혹한 강자의 전쟁을 그대로 적다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숲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숲
ⓒ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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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고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국제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년)의 일부를 다룬 역사서이다. 실제 아테네의 장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투키디데스가 서술한 책이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시민이자 장군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기반하여 허구적 요소를 제외하고 실제 사실에 입각하여 역사를 서술하였다. 예를 들자면 트로이 전쟁 시기에 전쟁 기간이 길어진 이유를 신이나 다른 인물들의 정서적 요소에서 찾지 않고 '보급이 부족하니까 그렇지' 하고 딱 지적하고 넘어간다.

고대 그리스 신의 도움을 받거나 하는 내용은 전혀 적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객관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이 책에서 많은 자금력을 가진 장군으로 등장하나 암피폴리스에 제때 구원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테네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투키디데스는 지근거리에서 아테네의 정치와 전쟁을 바라보면서, 아테네와 아테네를 중심으로 하는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와 코린토스, 시라쿠사를 비롯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전쟁을 썼다.

아쉽게도 전쟁의 모든 내용을 쓴 것은 아니고 아테네에 과두정부 쿠데타가 일어나는 시점까지만 기록되어 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 적대 세력에 대한 정치적 증오심을 중심으로 서술하여 비슷한 시기 중국의 고전인 <전국책>과 흡사한 느낌도 든다.

페르시아 침공 이후 급성장한 아테네와 위기를 느낀 스파르타의 국제전

페르시아의 침공에 맞서 그리스 세계가 승리한 이후, 아테네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그리스 세계의 맹주로 군림하게 된다. 아테네는 강한 해군력을 가진 나라이기도 했고, 말은 동맹인데 거의 반예속상태인 도시국가들에게 공물을 징수받고 돈을 긁어모아서 엄청나게 강해진 상황이었다.

이에 스파르타는 위협을 느끼나 아테네의 해군이 나머지 모든 그리스 국가들 해군보다도 강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움직이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테네는 페리클레스를 오랫동안 지도자로 삼고 있었는데 그의 지도하에 엄청난 재력을 저축한 상황이었다.

당시 아테네는 민주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해군과 무역을 바탕으로 한 재력이 있었다. 또한 해군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섬에 위치한 작은 도시국가들에게 공물을 징수받기가 아주 쉬웠다. 델로스 동맹이라는 국제 조직에 속한 동맹군들에게 공물이나 해군 병력을 요구하면, 해군 병력을 보내기 싫은 도시 국가들이 공물을 바쳤는데 이를 기반으로 아테네 해군은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에우보이아, 케르퀴라, 자퀸토스 섬 등이 아테네의 영역이었다.

반면 스파르타는 과두체제였다. 두 명의 왕과 왕을 감시하는 감독관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인구는 국가노예였다. 시민은 정말 일부였고 해군은 거의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스파르타는 비교적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을 추구한다. 이 책 초반에는 스파르타 사람들이 용맹하다는 명성엑 걸맞지 않게 첫 해전에 속된 말로 '쪼는' 광경이 나타난다. 코린토스 등이 동맹이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그리스의 패권을 놓고 긴장을 고조시켜왔고 결국 에피담노스와 케르퀴라 인근에서 분쟁이 터지고 만다. 테베에서 친아테네계 도시 플라타이아이를 기습하면서 육지에서도 갈등이 폭발한다. 아테네 사람들은 해군에 강했고 스파르타 사람들은 육군에 강했으며 이를 서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파르타 육군이 아테네에 쳐들어오면 아테네는 성벽에 의지해서 방어만 하고 대신 해군을 끌고 스파르타 동맹 지역을 약탈하는 식으로 전쟁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전쟁이 고착화되자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평화협상이 제의된다. 아테네 측의 민중선동가 클레온은 아테네 내의 친 스파르타 세력들이 다 이길 수 있는데 평화협상을 시도한다고 선동한다.

아테네 장군 니키아스가 그럼 클레온에게 직접 싸워보라고 바로 반박하자, 대중들은 진짜로 클레온을 장군으로 삼아버린다. 클레온은 스팍테리아 섬에 포위된 스파르타군을 직접 중보병으로 상대하지 않고 투창병으로 공격해 포로로 잡는데 성공한다. 스파르타 포로는 몇백명이었지만 워낙 스파르타는 시민 숫자가 적었고 정부 고관이 많이 붙잡혔기 때문에 말 그대로 대승한다.

스파르타는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장군 브라시다스를 외국에 파견한다. 브라시다스는 전쟁 와중에 자신의 능력을 통해 인기를 끌 생각도 있었고 실제 그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브라시다스는 혼자서 뛰어난 언변으로 아테네 동맹 도시들의 일탈을 주도한다. 이후 아테네의 대중선동가 클레온이 브라시다스와 싸우러 오나 대패하고 전사한다.

연이은 활약으로 입지를 넓히던 브라시다스는 전투에서 이기고 걷다가 넘어져서 최후를 맞이한다. 양측 강경파들이 다 사라졌기 때문에 또 평화협상의 분위기가 찾아온다. 결국 두 국가간의 협상이 시작되고 평화 협정이 이루어져 몇 년간의 짧은 평화가 온다. 물론 이 평화는 오래 갈 수 없는 것이었다.

아테네 민주주의 시민들의 싸움

아테네인들은 스파르타들의 이주지역이지만 스파르타를 지지하지않고 중립을 지키던 멜로스에 간다. 멜로스는 작은 섬으로 아테네에게 호의적인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고 제의했으나 아테네는 항복하라고 거절한다. 멜로스인 의원들은 보편적인 선 원칙에 따라 공정한 처우를 할 것을 부탁하지만 아테네인들은 우리가 여기 온 건 '우리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아테네인들이 멜로스인들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주면 아테네 휘하의 도시들이 아테네가 약해진 것은 아닌가 의심할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멜로스인 의원들은 항복을 거절하고 결국 아테네의 침공으로 멜로스인 남자는 도륙되고 여자와 아이는 노예로 끌려간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아테네에 있던 장군 알키비아데스가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 침공을 제안한다. 친 스파르타 계열의 도시를 공격하자는 것이었다. 4개월이나 걸리는 먼 거리와 국내 온건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의해 이 계획은 실행된다. 온건파 장군 니키아스는 이 전쟁에 반대했는데도 대중에 의해 강제로 장군에 임명되어 알키비아데스와 시라쿠사 원정 지휘관으로 가게 된다.

한편, 전쟁중에도 아테네의 정치인들은 정적 모함에 절대 여력을 아끼지 않았다. 알키비아데스는 출병 직전에 모함을 받는다. 헤르메스 석상을 파괴하고 비밀의식을 흉내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근거가 희미한 중상모략이었으나 아테네인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이 없는 동안 모함을 당해서 쫓겨날 것을 두려워하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병 전에 사실을 밝히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출병한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어 항해 도중 스파르타에 투항한다.

배신과 술수가 난무하는 아테네 정치와 시민을 믿지 못하는 장군

애당초 전쟁을 반대했던 니키아스는 전황 역시 생각만큼 나쁨을 깨닫는다. 니키아스는 회군을 전황의 어려움을 들어 청하나 오히려 아테네에선 더 강력한 군사로 싸우라며 지원군을 보낸다. 그러나 역시 시라쿠사와의 전투는 만만치 않았고, 퇴각의 주장이 나오나 이번엔 불길한 점괘를 두려워한 니키아스의 판단으로 퇴각의 때를 놓치고 만다.

니키아스는 애당초 아테네 시민들을 전혀 믿지 않는데, 지금은 군사들이 퇴각을 주장하지만 내가 여기서 돌아가면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포기한 자로 몰려 매장당할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낸다. 결국 퇴각의 때를 놓쳐 끝내 물자와 식량을 모두 잃은 아테네군은 항복하여 장군들은 처형되고 병사들은 스파르타의 노예가 된 뒤 채석장에서 고통을 맛보게 된다. 이로 인해 아테네엔 큰 위기가 찾아오고 정치 변혁이 일어나다가 과두제 쿠데타가 터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 사는 모습이 참 오늘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이 책의 배경은 고대 그리스 세계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과 권력 확대를 위해서 전쟁을 활용하려는 정치가들,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립적인 세력들에게도 폭력을 서슴지 않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행위자들,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서 모략과 배신을 서슴지 않는 세력들의 모습은 이 책이 왜 오랜 세월 전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으로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야말로 정치와 전쟁의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책이다.

책의 부록으로 천병희씨가 참고한 문헌과 이 책에 나오는 화폐, 도량형의 단위, 지명과 인명 수록, 연설문이 나오는 페이지가 언급되어 있으며 맨 뒤엔 이 책을 읽는데 매우 중요한 당시 그리스와 시칠리아 섬 지도가 있어서 참고하기에 유용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2011)


태그:#펠로폰네소스, #그리스, #국제 정치, #전쟁, #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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