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혼자 '한 달 네팔여행'을 다녀왔다. 10박 11일 동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랐고, 어떤 날은 할 일 없이 골목을 서성였다. 바쁘게 다니는 여행 대신 느리게 쉬는 여행을 택했다. 쉼을 얻고 돌아온 여행이었지만, 그 끝은 슬펐다. 한국에 돌아오고 2주 뒤 네팔은 지진의 슬픔에 잠겼다. 그래도 네팔이 살면서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임에는 변함이 없다. 30일간의 이야기를 전한다. - 기자 말

10박 11일은 길고도 짧았다. 설산을 질리도록 볼 수 있었고, 계단은 더욱 질리도록 오르내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트레킹 중 아무 생각하지 말고 걷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조언을 어디선가 봤는데, 그 말은 필요가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걸었으니까.

미리 알려드리는 중요한 정보(?) 하나. 트레킹에서 천 개의 계단을 내려왔는데 계곡과 다리가 있다는 건, 그걸 건너 다시 맞은편 산에 놓인 천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또 천 개의 계단을 올랐는데 전망 좋은 로지와 식당이 있다면, 다음 산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시 천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란드룩(1640m)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1920m)로 가는 길.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나를 보고 포터 아저씨는 말했다.

"넌 곧 다시 여기에 오게 될 거야. 네팔에는 나무 뿌리에 걸리면 곧 그 장소에 다시 오게 된다는 말이 있거든."

정말 나는 그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웠던 그 길을 다시 걷게 될까. 부정도 긍정도 못하겠다. 10박 11일 동안에도 '다시 와야지 → 두 번은 못하겠다 → 힘들어도 또 올 만해 → 두 번 왔다간 무릎 다 나가겠네' 수십 번 바뀌었던 게 내 마음이니까.

트레킹 마지막 코스였던 오스트레일리안 캠프(1920m)는 '정말' 아름다웠다. ABC 트레킹 코스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곳이라는 이름값을 하고도 남았다. 포카라에서 한 시간 정도 택시를 타고 와 40분 가량만 오르면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 도착할 수 있으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눈으로 설산 풍경을 즐기고(캠프 정면으로 6993m의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귀로는 새소리에 젖어있기 좋다.

카메라에 담아온 그 풍경과 새소리를 전한다. 트레킹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