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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 앞서 "투표가 경제다"를 외치며 총선 슬로건을 알리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무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한 사람을 위해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해서 한 사람을 구해내는 공동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거대 기업은 전체를 독식해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다"며 "더불어민주당은 4.13총선을 맞이해 포용적 성장을 경제 운영 가치로 내세우고 국민들에게 넓은 기회를 제공하는 정치적 혁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운열, 전병헌, 김진표, 김종인, 진영, 이근식)
▲ 더불어민주당 총선 슬로건 "투표가 경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 앞서 "투표가 경제다"를 외치며 총선 슬로건을 알리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의 경제무능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한 사람을 위해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해서 한 사람을 구해내는 공동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거대 기업은 전체를 독식해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다"며 "더불어민주당은 4.13총선을 맞이해 포용적 성장을 경제 운영 가치로 내세우고 국민들에게 넓은 기회를 제공하는 정치적 혁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운열, 전병헌, 김진표, 김종인, 진영, 이근식)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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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 90% 기회 박탈" 김종인 주장은 '대부분 거짓'(<중앙일보> 3월 31일 팩트체커 뉴스)

<중앙일보>는 4.13 총선을 맞아 '팩트체커'(사실검증)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발언과 정당 공약을 검증해 '진실-다소 과장-절반의 진실-대부분 거짓-거짓' 5단계로 판정합니다.

그런데 지난 3월 31일 보도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제목만 보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인데, 본문을 읽어보면 오히려 '절반의 진실' 내지는 '다소 과장'에 더 가깝습니다.

<중앙>은 왜 김 대표의 발언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본 걸까요? <오마이팩트>가 김 대표 발언과 <중앙>의 팩트체커를 검증했습니다.

<중앙>은 왜 김종인 발언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봤나

먼저 김종인 대표 발언부터 복기해 볼까요. 김 대표는 지난 3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한 사람을 위해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해서 한 사람을 구해내는 공동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최근 거대 기업(과 거대 금융)은 전체를 독식해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다."(관련기사: [오마이포토] 더불어민주당 총선 슬로건 "투표가 경제다")

김 대표는 '투표가 경제다'라는 총선 슬로건과 함께 이른바 '포용적 성장 경제'를 내세운 것이죠. 그런데 <중앙>은 '거대 기업, 거대 금융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했다'는 김 대표 발언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앙>은 10%, 90%란 수치에 주목합니다. "2014년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상장사)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53.5%, 영업이익은 62.0%다. 김 대표가 언급한 수치보다 훨씬 높다"면서 "이 통계로만 볼 때 대기업의 영향력이 큰 건 맞다"고 사실상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중앙>은 '10%'의 출처에 집착합니다. 김종인 대표 쪽에서 참고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지난 2013년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아시아 국가 중 최고치고, 1995년 29%보다 무려 16%포인트 급등했다면서도 "이 보고서는 상위 10% 소득의 비중을 말한 것이지 대기업의 독식이나 기회의 박탈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긋습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 봉급생활자가 서민의 기회를 뺏는다는 것도 과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결국 <중앙>은 "취지는 이해되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정확한 통계를 인용하지 않았다"면서 김 대표 발언을 '대부분 거짓'이라고 판정합니다.

중앙일보 팩트체크 검증
 중앙일보 팩트체크 검증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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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금액 상위 10%가 법인세 96% 차지, '대기업 쏠림' 심각

<중앙> 팩트체커의 판단은 옳았을까요? <오마이팩트>는 김 대표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사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경제력 쏠림 현상은 새삼스런 얘기는 아닙니다. <중앙>의 논리대로 10%라는 숫자가 중요하다면 국내 기업 상위 10%의 경제력 집중도를 따져보면 됩니다.

국세청은 매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 현황을 발표합니다.(국세통계)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4년 통계를 보면, 전체 55만 개 법인 가운데 소득금액 상위 10% 법인 5만5천 개에서 내는 법인세가 약 33조 9천억 원으로 전체 96%에 이릅니다.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금액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73.8%지만, 이익에 해당하는 소득금액 비중은 무려 133.7%로 100%를 넘습니다. 하위 40% 미만 법인들 가운데 적자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흑자 기업만 따져도 상위 10%가 수입금액의 80%, 소득금액의 90%를 가져갑니다.

기업에게 이윤은 곧 기회입니다. 이윤을 토대로 재투자하고 기업 규모를 키웁니다. 하지만 상위 10% 기업에 이윤 90%가 집중되면 나머지 하위 90% 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윤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촉발시킨 대기업 독과점, 불공정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중소기업들의 기회를 빼앗습니다.    

통계청에서도 매년 '영리 법인 기업체 행정 통계'를 발표합니다. 지난 2014년 전체 54만 개 법인 가운데 0.8%(4310개)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기업 매출의 63.6%(2663조 원)를 가져갔습니다. 반면 92.2%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매출은 36.4%(1526조 원)에 불과합니다. 중소기업 평균 매출액은 28억 원인데, 대기업 평균 매출은 6178억 원으로 무려 220배에 이릅니다.   

상위 10%, 아니 상위 1% 안에서도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집니다. 기업분석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에서 지난해 7월 전체 상위 1% 안에 드는 국내 2000대 기업의 2014년 매출을 분석했더니 매출 5000억 원 이상 334개 기업(약 16.7%)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0%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상위 1%인 20개 기업 비중은 42.34%였고, 매출 137조 원이었던 삼성전자 혼자서 8.6%를 차지했습니다.

경제학에는 '20대 80 법칙'(파레토 법칙)이 있습니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10대 90'에 더 가까운 셈입니다. 결국 김종인 대표가 '거대기업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6번인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31일 "김종인 대표가 공식적인 통계를 가지고 얘기한 아니지만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한 것처럼 거대기업 쏠림이 심해지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2013년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만 30조 5000억 원으로, 상장사 500여 개 전체 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49.4%를 차지했습니다. 2014년 이후 실적 악화로 다시 20~30%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20%에도 못 미쳤던 삼성전자 순이익 비중이 2011년 30.7%, 2012년 36.8%로 껑충 튀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10%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독점적 상태를 해소해 90%를 살리는 기회의 경제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기업과 기득권층에 쏠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겠다는 말입니다.

김병권 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부원장은 "기회 불평등 문제를 따질 때는 보통 상위 0.1%나 1%를 얘기하는데 김 대표가 말한 상위 10%는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면서도 "대기업뿐 아니라 청년 취업부터 사교육 문제까지 기득권을 가진 압도적 소수가 다수의 기회를 빼앗는 현실을 지적했다는 점에선 김 대표의 말은 진실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소득 상위 10% 'SKY대' 갈 확률, 하위 10%의 5배")

<오마이팩트>는 앞서 제시한 통계들과 이처럼 숫자로는 말할 수 없는 기회 불평등 현실을 근거로 김 대표 발언이 '대체로 진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태그:#김종인, #기회불평등,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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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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