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일, 벚꽃축제가 한창인 여의도 윤중로엔 평일임에도 수많은 인파로 가득찼다.

화창한 봄기운 아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친구끼리 연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직장인도 상당수였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가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한가롭게 벚꽃을 즐기는 수많은 인파 속에 무언가가 적힌 피켓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그들은 대형피켓을 하나씩 들고 벚꽃을 보러온 수많은 인파 속에서 무언가를 알리고 있었다.

총선이 코앞, 근데 왜 '평화' 얘기는 없지?!

평화에 투표하라는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윤중로에 모여든 시민들.
▲ 피켓든 시민들 평화에 투표하라는 메세지를 알리기 위해 윤중로에 모여든 시민들.
ⓒ 김진일

관련사진보기


'Vote for peace'
(투표하세요, 평화를 위해) 

그들의 피켓에는 이 단어가 적혀있었다. 평화에 투표하라? 선거를 며칠 앞두고 여기저기 총선 이야기가 주된 화제 거리이지만 평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정권심판이냐 야당심판이냐,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하는 것이 주된 이슈이다. 전국 각지에 걸린 선거현수막 어디에도 평화란 단어를 본적은 없다.

총선을 앞두고 평화에 투표하라고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

행사에 참가한 박희진씨는 "많은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어느 때보다 한반도 전쟁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다"라며 "이번 총선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위해 투표하자고 호소하고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이제 남북간에 아무런 대화채널도 없다, 북의 위협을 구실로 개성공단마저 폐쇄됐고 이러다 정말 전쟁이 나는 건 아닌지 두렵다"며 "상황이 심각함에도 지난 국회는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 20대 국회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수많은 인파속에 평화를 지키는 국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시민
▲ 평화를 지키는 국회 수많은 인파속에 평화를 지키는 국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시민
ⓒ 김진일

관련사진보기


총선을 불과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 선거 관련 보도가 언론의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지만 평화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지난 3월 7일부터 한 달 넘게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이 선제공격용 훈련임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일부 언론은 '평양 상륙', '북한 지도부 참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북한을 자극했다.

이에 북한도 청와대 타격을 밝히며 연일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분명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벚꽃축제 속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윤중로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 눈길끄는 피켓 벚꽃축제 속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윤중로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 김진일

관련사진보기


벚꽃축제를 즐기러 온 시민들은 낯선 피켓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유심히 바라봤다.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은 다를 수 있지만 벚꽃이 흩날리는 인파 속에서 피켓을 든 사람들의 메시지를 나름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큰 듯했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중 마포에서 온 김세규씨는 국회 정문에서 1인시위까지 진행했다. 국회 정문앞에서 전쟁 대신 평화에 투표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진행했다.

김씨는 "평화는 산소와 비슷하다, 일상에선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지만 그것이 사라지면 절실함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라며 "평화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평화가 곧 민주주의이고, 민생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치의 첫째는 바로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지키는 국회의원만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대 국회는 갈수록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전환해야할 몫이 주어져 있다
▲ 평화에 투표 20대 국회는 갈수록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새롭게 전환해야할 몫이 주어져 있다
ⓒ 김진일

관련사진보기


최근 몇 년간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엔 대북확성기 설치를 둘러싸고 무력 충돌 일보직전 까지 경험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히며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고, 일본은 집단적 자위대 법이 지난 3월 발효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는 복잡한 한반도 상황 속에 남북관계와 외교관계를 책임져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지금 평화가 사라진 대한민국에서 평화를 외면하는 정치를 마주하고 있다.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 평화를 투표하라는 침묵의 외침과'vote for peace'의 글귀가 자꾸 뇌리에 남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 평화에 투표하자.

총선을 앞두고 평화를 투표하라고 외치는 시민들
▲ VOTE FOR PEACE 총선을 앞두고 평화를 투표하라고 외치는 시민들
ⓒ 김진일

관련사진보기




태그:#총선, #국회, #평화, #전쟁, #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