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다양한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스마트폰용 '바른말 키패드'를 만든 선린인터넷고등학교 동아리 '비트바이트' 팀이 만든 개량버전 '바른말 키패드 2.0' 발표회 현장에 나가, 새로운 키패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자 말

'재미있는 기능이 새로 추가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Q&A 시간에는 기자가 끼어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의 새 휴대폰 발표회도 아니다. 검정 폴라티를 입은 스티븐 잡스가 발표한 애플 이벤트의 장면도 아니다. 고등학생 개발진인 비트바이트 팀이 새로 내놓은 바른말 키패드의 개량판, '바른말 키패드 2.0'의 새로운 발표회 현장이었다.'

비트바이트 팀의 발표회 현장
 비트바이트 팀의 발표회 현장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던 '바른말 키패드', 비속어 사용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귀여운 이모티콘이나 적절한 단어로 바꾸어주는 키패드는 지난 2015년 선린인터넷고 학생 개발진들인 '비트바이트' 팀의 팀원 다섯 명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이었다. (관련기사: '졸라'가 '엄청'으로...고등학생이 만든 기발한 앱)

이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된 직후 여러 언론매체에서 소개하는 등 관심이 이어졌다. 현재는 약 5만 명 이상이 지속적으로 이 키패드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고, 8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키패드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오타가 많다던지, 천지인이나 나랏글 등 키가 넓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 좋은 키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작은 문제가 드러났다. 비속어 사용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보상이나 게임요소가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5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금까지의 '확장판' 개발상황을 브리핑한 '바른말 키패드 2.0'의 발표회가 열렸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서버 개발 담당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버 개발 담당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처음에는 낯 가려운 자화자찬... 하지만 충분히 할 자격 있었네

들어가자 팀원 소개와 함께 팀장인 안서형씨의 간단한 현재 상황 브리핑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84초에 한 번씩 욕설을 한다는 뉴스와 온라인상의 비속어 사용은 특히나 보존되고 저장되어 언제까지나 남는다는 점을 간단히 설명한 뒤, 지금까지 개발된 비속어 방지 어플리케이션의 문제점을 간단히 짚어보았다.

통신사나 기성개발회사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돼지갈비'를 먹고 싶다거나 '바보'라고 자아비판을 한 것까지도 폭언, 학교폭력으로 간주해 부모님께 협박이나 욕설을 받았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실제 해결은 못하고 스트레스를 키우거나, 오히려 사생활 침해를 한다는 비판 받았다.

바른말 키패드는 자각적인 비속어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차별성을 내세웠다. 강제로 비속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비속어를 쓸 때마다 간단한 알림과 함께 자발적으로 욕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긍정적인 변화를 낳게 된다고 한다.

국내에 발매된 언어습관 관련 어플리케이션 중 가장 높은 평가와 가장 큰 시장을 갖게 되었고, 이는 '바른말 신드롬'으로 이어졌다는 '자화자찬'도 이어졌다. 하지만 낯이 가려울지언정 뜨겁지는 않은 자화자찬이었다. 언론의 관심이 멀어진 이후에도 끊임없이 앱을 개량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은 우리 사회 '고딩'들인데 이 정도 자화자찬은 '내가 나를 춤추게 만드는' 그런 발전 아니겠는가.

세 가지 '감'으로 이루어낸 다섯 가지 '새로운 기능'

섭외된 바른말 키패드 사용자의 간단한 인터뷰 이후, 개발자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안서형씨가 "새로운 바른말 키패드를 개발하면서 슬로건은 '연결의 혁신에 따뜻함을 더하다'로 정했다"라며 "매일 수천명이 이 키패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책임감, 우리가 청소년의 언어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명감, 그 일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세 가지를 원동력으로 한, 바른말 키패드 2.0을 소개한다"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졌다.

서버 담당 개발자가 마이크를 넘겨받고, 첫 번째 기능을 소개했다. 바로 자체 서버를 통한 클라우드 기능 추가였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계정을 통한 동기화로, 새로 폰을 바꾸거나 잃어버려도 기존 데이터를 잃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었다. 최근 'Osu!'를 비롯한 각종 게임이나 '손전등 어플' 등이 개인정보 수집 문제로 큰 문제를 겪었던 것에 착안해, 이름, 생일, 페이스북 아이디 등 단 네가지 정보만 수집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능 발표에 박수갈채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기능 발표에 박수갈채가 나오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특히, 복호화(암호 해독)에만 10억 년의 제곱이 걸리는 AES-256 암호화를 적용해 '중국 어디 이상한 곳에 개인정보가 10원에 팔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며 자신있는 목소리를 냈다. 그간 개인정보로 대형사고를 친 여러 회사들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두 번째 기능은 키패드의 개선이었다. 여러 문제점이 있었던 것을 감안해 키패드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개발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길게 눌러 특수문자를 추가하거나, 각 문자별로 구분선을 추가해 오타를 줄일 수 있게 된 점도 볼 만했다. 더욱이, VEGA, 나랏글, 천지인, 두벌식 등 휴대폰용으로 출시된 거의 모든 키패드를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은 큰 성과였다.

더욱 다양한 이모티콘도 지원을 시작했고, 어쩔 수 없이 비속어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는 비속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도 지원했다. 스와이프(좌우로 쓸어넘기기)를 하면 비속어가 복구되는 기능을 시연했고, 단계별로 비속어를 모두 바꿀지, 경고만 할지, 아니면 경고 없이 비속어 사용 횟수만을 조회할지 등으로 나눈 것도 이번 키패드의 멋진 개선안이었다.

개발자인 안서형씨가 바른말 프렌즈를 소개해주고 있다.
 개발자인 안서형씨가 바른말 프렌즈를 소개해주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 신기능은 카카오프렌즈와 비슷한 프렌즈의 추가. 각각 SD카드와 휴대폰을 형상화한 귀여운 캐릭터인 비티와 럭시가 추가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와 비슷하게 각각의 설정과 성격이 있고, 바른말 키보드에 새로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네 번째 기능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통한 게임요소 추가를 통한 레이아웃 개편이었다. 바른말 점수가 '만렙' 없이 무한정 올라가는 기능이 추가되었고, 바른말 목표를 통해 일주일에 몇 번 이하, 하루에 몇 번 이하 등 비속어 사용 횟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내부 레이아웃도 상당히 바뀌어, 바른말 포인트를 획득하거나, 트로피를 살펴보기 더 좋게 바뀌었다.

비속어의 뜻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비속어사전, 목표를 페이스북에 공유시키는 기능 등 좋은 기능도 추가되었지만, 가장 돋보이는 기능은 배틀이었다.

24시간 동안 페이스북 친구와 비속어 사용량을 두고 대결하는 것인데, 직접 시연해 본 자리에서 웃음이 터지는 일이 연발했다. 레벨업 요소를 통해 친구들과 '애니팡' 점수를 경쟁하듯 비속어를 얼마나 덜 쓰는지 경쟁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신기능은 스토어. 새로운 키보드나, 새로운 기능, 새로운 '바른말 프렌즈'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인데, 바른말을 지속적으로 쓰면 모이는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신기능 발표를 마지막으로 발표를 종료하고 개발자들끼리 모여 Q&A를 받았는데, iOS를 언제 지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안서형씨가 "나도 개인용으로는 아이폰을 쓰고 있는데 내 폰으로 내 앱을 쓰지 못한다"며 좋은 소식으로 보답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서버 충당비용에 대한 질문에는 "재작년 삼성 투모로우 지원금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자금상 문제가 없다. 사업 비지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개발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라는 답변을 했다.

개발자들끼리 직접 어플을 실행해 신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개발자들끼리 직접 어플을 실행해 신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매끄러웠던 Q&A가 끝나고, 발표회가 끝났다. Q&A 중간에 안서형씨의 어머니가 던졌던 질문과 답이 생각났다. "학업과 개발이라는 큰 과제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부모님께 도움받고 싶은 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이었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답변과 함께 "이런 일에 대해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고, 권유만 해드리고 있으신다. 그래서 어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이런 일에 도움을 주심으로써 도움을 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싶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식이 공부가 아닌 일에 도전할 때, 즉 '말을 듣지 않을 때' 응원하고 오히려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부모님들 덕분에 사회의 멋진 사람들이 배출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트바이트 팀의 개발자들이 이번 어플의 개발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자,  문답을 듣는 시간이었다.
▲ Q&A 시간 비트바이트 팀의 개발자들이 이번 어플의 개발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자, 문답을 듣는 시간이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이들 앞에서는 프로그래밍을 이용하는, 그런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까

발표회를 보고 나오자니 순간적으로 지난 4월 열렸던 국내 회사의 새 운영체제 발표회가 떠올랐다. 여기서는 언론, 참관객 모두 악평을 쏟았고, 현장에서도 박수는커녕 농담에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웃음소리마저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는 왜 작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박수갈채와 환호성,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까. 발표회의 규모에 차이가 있었음도 들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른 데 있다.

대략적인 개발이 끝나고도 적절한 피드백을 담아 멋진 발표회를, 나아가 어플리케이션의 리부트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이들과 한번의 개발 설명회에 자잘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업데이트 없음'으로 일관한 이들, 과연 누가 진짜 프로그래밍에 열정이 있는 이들일까에 대한 질문은 바른말 키패드가 대신 답변해준다.

프로그래밍에 열정을 가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아가 멋진 어플리케이션을 세상에 내놓아 '바른말 신드롬'을 이끌어가는 이들, 그들 앞에서는 최소한 프로그래밍과 앱 개발을 하나의 부속품 따위로 취급하는 못된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태그:#앱개발, #청소년, #고등학생, #비트바이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