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정부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리(사진 가운데)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전은정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결국 구조조정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의 자본을 늘리는데 12조원을 확충한다.

정부는 8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이들 국책은행에 1조 원을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11조원은 펀드(간접출자) 형태로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조선·해운업에 대한 자구계획안도 내놨다.

산업, 수출입은행 등 12조원 넣기로

유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수출입은행에 올해 1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활한 수출입금융 지원을 위해 자기자본비율(BIS) 10.5%를 유지하려면 1조 원 규모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BIS는 총자산 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다.

또 11조 원 한도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 유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담보대출 형태로 10조 원을 지원하고, 기업은행을 통한 자산관리공사의 후순위대출 1조 원 등 총 11조 원 한도로 펀드를 조성해 오는 7월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자본확충펀드는 한국은행이 대출해 준 돈으로 펀드를 조성해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 자본증권(계약에 명시된 위기상황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채권)을 사주는 방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국책은행의 자본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시사한 바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충분한 재원 조달을 위한 규모가 5~8조 원인데 이에 대한 충분한 방어막을 만들기 위한 규모가 11조 원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자본확충펀드 전부를 즉시 투입하는 것은 아니며 구조조정 상황 등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해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은행 등 임원 연봉삭감,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

큰사진보기
ⓒ 전은정	관련사진보기

유 부총리는 자본 확충과 더불어 오는 9월까지 산업·수출입은행에 대한 전면적인 조직·인력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책은행의 자구노력을 통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도덕적인 해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수출입은행은 임원의 연봉삭감과 2년간 전 직원의 임금상승분 반납, 성과연봉제 확대 추진 등을 시행할 것"이라며 "공직자 윤리법에 준하는 취업심사도 도입해 임직원의 불합리한 재취업은 통제할 것"이라고 했다.

임 위원장은 "이들 기관의 인력을 줄인다는 것은 군살을 뺀다는 차원"이라며 "불필요한 것들을 빼서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산업은행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며 "앞으로도 (구조조정의) 중심 기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정부에서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이를 충실히 해 나가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또 이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사의 자구계획안도 나왔다. 이들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가금 조달과 인력조정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계획한 1조 8000억 원 규모의 자구 계획에 추가로 3조5000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수립된 자구계획을 포함하면 총 5조3000억 원 규모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상황이 나빠지는 것에 대비해 (5조3000 억 원과) 별도로 2조 원대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인력 재조정과 설계 감축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고 했다.

조선·해운사도 자구계획, 대주주 등 책임론 여전

현대중공업은 3조5000억 원의 자구계획을 추진한다. 비상시에는 3조6000억 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의) 수주 전망이 회사에서 계획하는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면 추가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유동성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 원의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오는 6월 말 경영진단 이후 유상증자 등 추가 자구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협상이 마무리 단계이며 얼라이언스(해운동맹) 편입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힘쓸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선박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동일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은 엄정한 자구노력과 절차에 의해 추진하고 있으며 절차상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합당한 새로운 절차를 밟아갈 수밖에 없다"며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도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의 자구노력으로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