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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공군기지 K55 근처에 위치한 하북리에서는 수시로 미군 소속 전투기와 다양한 비행기를 볼수 있다.
▲ 하북리 마을 위를 나는 전투기 미군공군기지 K55 근처에 위치한 하북리에서는 수시로 미군 소속 전투기와 다양한 비행기를 볼수 있다.
ⓒ 오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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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하북리다. 마을 뒤 진위천을 지나면 바로 오산 미군공군기지 K55가 있다. 비행기 활주로가 한눈에 보일 만큼 아주 가깝다.

어릴 적 나와 친구들은 이곳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저 비행기는 어디로 날아갈까? 한번 타보고 싶은데...", "저 거대한 비행기를 조종해 보고 싶다"는 등의 꿈을 가졌다. 그 중 한 명은 기어코 전투기 조종사가 됐고 지금은 국내 대형 항공사에서 민항기를 조종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우리들은 고향을 떠나 살았다. 가끔 소음피해보상금을 준다고 부모님께 연락이 와 두세 번 돈도 받아 아주 유용하게 썼다. 마을에는 예전에 없던 공원과 운동 시설도 하나둘 생겼다. 아~ 세월이 좋아졌구나 싶었다. 어릴 적 듣던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장면은 피해라기보다 추억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고향에 작년부터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이제는 학생, 청년이 아닌 아빠가 됐다. 만삭인 아내와 함께 세 살난 아들 그리고 내 동생까지 여섯 식구가 한 집에 살고 있다. 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집이 마을 안에서 밖으로 옮겨졌다는 점뿐이다.

아내는 이곳에 살면서부터 줄곧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출신이지만 비행기 소리라고는 직접 비행기를 탈 때 밖에 들어 본 적이 없었단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수시로 비행기 소리가 들리다 보니 여간 스트레스가 아닌가 보다. 비행기 소음은 낮 밤 가리지 않는 데다 소리도 상당히 크다. 세 살난 아들도 비행기 소리가 나면 "무셔, 무셔"를 외치며 할아버지와 엄마 품으로 달려든다.

비행기 소음에 익숙한 나는 "곧 익숙해 질 거예요"라며 다독이지만 아내는 1년이 넘도록 산 지금도 익숙해지기는커녕 스트레스 1순위로 꼽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비행기 소음은 여러모로 이곳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전화 통화 할 때 비행기 소음이 들리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집 안 창문도 어찌나 심하게 떨리는지 아내 같은 경우는 저러다 깨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다.

소음도 수시로 아주 다양한 소리가 난다. 우리 마을이나 인근 마을에서 소나 개를 키우는 경우는 더한 피해가 있다고 알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집에서는 비행기 이륙 소음이 들리고 있다.

갑자기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문제가 떠오른다. 지금 상태로는 지역민들과 정부와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명쾌한 해결책도 없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어제 저녁 세 살난 아들과 함께 마을 신작로를 걸었다. 어김없이 하늘 위로는 K55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보였다. 아들은 "저게 뭐야?"라며 머리 위로 보이는 비행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비행기야, 정말 크지?"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그 비행기는 커다란 소음과 함께 마을과 활주로를 수차례 선회 비행했다. 30분도 넘는 시간 동안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에 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토피가 있던 아들의 시골 생활을 위한 것도 있었다. 아들을 흙에서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은 생각도 컸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 소음을 접해본 아내는 '이곳은 안 된다'고 생각을 바꾼 지 오래다.

고향인 하북리는 할아버지, 아버지, 나 3대가 살아온 마을이다. 마을이 생긴 지도 100년이 넘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은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가르치셨고 내 담임선생님까지 하셨다.

여전히 애향심은 넘치지만 30년이 넘어도 비행기 소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는 이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먼 훗날 남과 북이 통일되면 기지도 없어질까? 나에게는 꿈과 추억이었지만 과연 내 아이에게도 꿈과 추억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태그:#미군공군기지, #K55, #전투기, #하북리,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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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세상이지만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세상 사람만이 희망이고, 희망만이 살길인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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