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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돌아온 기자에게 친구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집 옮겨야 할 것 같아."

이 얘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 있는 집은 저렴하고 주위 상권도 좋다. 그러나 화장실과 주방은 말할 수 없을만큼 더러웠다. 집주인이 멀리 사는 탓인지 제대로 관리도 안되고 있다. 그래서 옮기자는 얘기가 나온 상태였다.

"어. 알고 있어. 그러기로 했잖아."
"아니, 급하게 옮겨야 할 것 같아. 우리집 계약 만료됐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집계약을 만료하려면 우리가 먼저 통보하거나 집주인이 통보해줘야 한다. 그런데 따로 말이 없었다. 자초지종을 물었다.

"직접 전화해봐. 나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까."

친구는 계속 '허허'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급하게 살 곳을 찾다

"집 계약이 만료됐어요."

자초지종을 묻자 집주인이 말했다. 알고 보니 이 집도 산 것이 아니라고. 집을 렌트해서 돌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집주인이 사실은 집을 '렌트'한 사람일 뿐. 원래 소유자는 따로 있다고 한다.

"소유자가 여기서 산다고 나가라고 했어요."

1주일 뒤에는 나가야 한단다. 이것도 그나마 친구가 전화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뻔했다. 말로는 미리 말해주려고 했다지만. 막막하다. 집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몇 채를 둘러봐야 할지. 가뜩이나 일을 하느라 시간 내기도 빠듯한데. 일단은 집주인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남은 보증금에서 1주일 방값을 제하고 돌려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줄게요."

그리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파트로 가다

급작스럽게 아파트로 이사가게 됐다.
 급작스럽게 아파트로 이사가게 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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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두 군데 구할 수 있었다. 한 곳은 리드컴에 있는 주택. 독방을 쓰는 조건이다.

"새 집이라서 괜찮은 것 같아. 따로 사람을 안받는다는데 그나마 독방 쓰는 조건이면 괜찮다고 하더라."

가격을 들어보니 너무 비싸다. 200호주달러가 넘는 가격. 일단은 보류해두기로 했다. 다른 한 군데는 아파트.

"스트라스필드에 있는데 괜찮아. 내가 깐깐히 봤어."

다만 나올 때 청소비로 보증금의 반을 가져간다고. 일단 이것도 보류해두기로 했다. 친구는 시티로 이사하기로 정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직장이 그 근처기도 하고. 마침 여자친구랑 살던 사람도 다른 곳으로 간다니까 내가 가려고."

이리저리 집을 알아봤지만 차가 문제다. 주차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을 구할 수 없다. 결국 보류해둔 곳 중에서 한 곳을 고르기로 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워홀러 기간. 그동안 살던 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더 끌렸다.

"아파트로 갈게."

주차장을 얻다

이사하기로 한 날. 집주인과 계약을 끝냈다.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살다 갑니다.'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고마워요. 인연 되면 또 봐요.'

답장은 날아온다. 이제 이사하면 된다.

두 번째 이사는 이전보다 쉽다. 차 가득 짐을 실었다. 중간에 버릴 것은 버렸다. 짐을 최대한 줄인다. 이사할 곳은 버우드에서 5분 거리다. 멀지 않으니 대충 짐을 쌌다.

아파트에 도착했다. 집으로 전화를 거니 셰어마스터 아버지가 나온다. 몇 달 이곳에 있기로 했다고. 전자키를 준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키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내 주차장 키를 지니게 됐다. 차를 세우고 짐을 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갔다. 낑낑대며 짐을 옮긴다. 비닐봉지 5개와 캐리어 1개. 짐의 전부다.

고양이와 복층 구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셰어마스터 어머니가 반겨준다. 집은 복층으로 돼 있다. 바깥에 고속도로가 보인다. 거실과 부엌이 1층에 있다. 위로 올라가니 방이 2개, 화장실 하나가 가운데 있다. 꽤 넓다. 아파트 내부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한국인 셰어는 맨발로 생활하기도 한단다. 여기는 딱히 그런 건 없다고.

방 안은 책상과 침대 그리고 옷장이 있다. 그렇게 넓지도 작지도 않다. 다만 관리가 잘 돼 있다는 느낌은 들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눕는다. 이전 집보다는 푹신한 침대다. 이번 집은 고양이를 2마리 기른다고 한다.

새하얀 털을 가진 '미키'와 검은 털과 갈색 털을 두루 가진 '달이'란 두 고양이는 기자의 움직임을 의자 위에 앉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짐을 옮기는 것이 신기한가. 슬쩍 다가가니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뭔가 잘못한 것 같다.

이사라는 큰 일을 치렀다. 이번이 마지막 이사가 되길.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워홀, #이사, #고양이,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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