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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0대 초반인 저는 몸무게가 40킬로그램에 조금 미치지 못합니다. 키는 160센티미터에서 3 혹은 4센티미터 정도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오른 쪽 다리가 약 9센티미터 정도 짧습니다.

제게는 올해 중3인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들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예인의 꿈은 요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가져보는 것이지만 제 아들의 경우는 좀 특별합니다. 어린 시절, 제 아들은 '이 아이가 과연 사람이 될까?' 싶을 정도로 체격이 왜소했거든요.

제 아들은 아빠인 저를 닮아 몸이 아주 약했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아빠인 저보다 더 작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몸이 약한 아들은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또래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심지어 아빠인 제가 보는 앞에서도 그랬습니다.

어느 날은 제가 속상한 마음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민아, 맞지만 말고 너도 같이 때려."

제 말에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봐야 내가 져. 난 힘이 약하니까..."

아들의 말은 무모하게 대드느니 그냥 가만히 맞는 게 더 낫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들의 대답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못난 아빠의 마음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아들은 주로 자기보다 두어 살  어린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 또한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는데, 저의 어두운 기억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이 무척 속상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아들은 외톨이었습니다. 아들은 그야말로 아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수업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요.

저는 작아도 너무 작은 아들을 보며 아들이 사는 길은 오직 '공부'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에게 시도때도 없이 공부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저녁을 먹고 학교 운동장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서도 운동장 모래 위에 문제를 쓰고 아들에게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고맙게도 아빠의 말을 잘 따라주었습니다. 아빠가 내는 문제를 열심히 풀어주었고, 커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힘든 학교 생활을 꿋꿋이  버텨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아들은 이제 중3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아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대신 친구가 많이 생겼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데 바쁘다보니 과학자의 꿈은 슬그머니  연예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키가 컸습니다. 예전의 '아무리 못해도 아빠 만큼은 커야 하는데...'라는 걱정은 '적어도 175는 찍겠다'는 감개무량한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아들의 키는 160센티미터입니다.

'160'이란 숫자는 저에겐 참 의미가 깊고 사연이 많은 숫자입니다. 학창시절 저의 소원은 키가 160을 넘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무엇을 희생하고서라도  이 소원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절에  제가 믿던 신에게 제발 160을 넘겨 달라고 빌고 또 빌었지만 신은 끝내 제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이 그 한 맺힌 160 고지를 밟은 것입니다. 아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참 기적 같은 일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아빠의 걱정이던 아들은 어느새 아빠보다 더 커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꾸로 아빠를 걱정해줍니다.

"아빠, 책은 언제 나와?"

2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글만 쓰고 있는 아빠가 걱정스러운지 아들이 묻습니다.

"거의 다 썼으니까 곧 나올 거야."

저는 여전히 기약없는 대답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여태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들에게 부담과 걱정만 끼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아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자비출판이지만 지난 2년여 동안 쓴 원고를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아빠를 닮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아들, 하지만 씩씩힌게 자라나서 연예인의 꿈을 키우는 아들, 이제는 아빠의 일을 걱정해 줄 만큼 의젓해 진 고마운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민아, 미안하고 고맙다. 연예인의 꿈 꼭 이루어라."


태그:#아들의 꿈, #연예인꿈, #경제동화, #아빠의꿈,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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