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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년 내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하야라는 말도 아깝다, 끌어내려야 한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261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고준길(72), 이금자(85)씨 등 주민들은 9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2005년부터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에 반대하며 싸워왔다. 특히 2014년 6월 11일, 경찰과 공무원 등에 의한 행정대집행 때 대규모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밀양 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전기가 이렇게 많이 남아돌고 있고, 그 사이 두 분의 어르신이 목숨을 끊었고, 밀양 5개면 주민들이 10년의 세월 동안 그렇게 목숨을 걸고 막아서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 비정상적인 힘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밀양도 최순실이가 짓밟으라고 지시했더냐?", "한전과 핵마피아, 전력마피아들은 최순실 일당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우리를 때려잡도록 허락을 받은 것은 또 아니더냐?"는 민심을 전했다.

평밭마을 이금자(85) 할머니는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때 경찰에 개처럼 끌려 나갈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지금도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다"며 애타는 마음을 전했다.

한옥순(70) 할머니도 "박근혜 정권 4년 내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박근혜는 사람 죽이는 창조경제를 하고 있다, 하야라는 말도 아깝다, 끌어내려야 한다, 11월 12일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198세대 300여 명 주민들은 현재 완공된 송전선로로 송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전의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밀양송전탑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산 건강 피해 실태 조사, 에너지 악법 개정 및 송전탑 철거'를 내세우며 현재까지 싸우고 있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밀양 단장·산외면에서 고준길·김정회·안영수씨 등 56명, 상동면에서 안병수·김영자·김영록·조원규씨 등 142명, 부북면에서 이남우·서종범씨 등 54명으로 총 261명이 참여했다.

밀양 주민들은 오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도 버스 1대 규모로 상경할 예정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9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9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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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261명 시국선언문 전문.

박근혜 4년, 우리는 끔찍했다! 이제는 물러나라!

2012년 12월,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 소식은 그때까지 8년 동안 싸워온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난 4년, 우리는 실로 끔찍한 세월을 보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대통령 취임 석달 뒤, 2013년 5월 20일 수백명의 경찰을 앞세운 한국전력의 12차 공사가 들어왔다.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그리고, 열흘 뒤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전문가협의체는 정부와 한국전력의 합작에 의해 대필과 날치기 보고서로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은 국무총리와 장관,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온갖 사탕발림과 거짓 선동, 지역 개발과 보상으로 밀양 지역 사회를 사실상 매수하였고, 반대 주민들을 고립시켰다. 얼마 뒤 2013년 10월 1일부터 재개된 13번째 공사에는 하루 3천명의 경찰이 연인원 38만명이 되도록 9개월간 밀양에 계엄군처럼 주둔하면서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렀다.

그 과정에서 유한숙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00건이 넘는 응급후송사고가 매일처럼 아슬아슬한 생과 사의 기로에 주민들을 서게 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은 30개월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에게는 몸서리처지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살인진압의 책임자들은 포상에 승진에 영전으로 잔치를 발였고, 주민들은 우울과 불면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한국전력의 집요한 금전 회유로 마을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났다.

전기가 그렇게 남아돌고 있건만, 박근혜 정권은 "전기가 모자란다"는 당치도 않는 거짓말로 온 나라를 속였다. 한줌 비선실세들이 국정을 농단한 지난 4년, 박근혜 정부는 밀양 주민들에게는 그저 원전 수출에 몸이 달고, 발전소와 송전선로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볼 대기업들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 주민들을 때려잡은 깡패 용역집단이었다.

우리는 지난 4년 내내, 이 무도한 정권이 하루 빨리 무너지기를, 우리가 겪은 고통의 진실이 제발 한 줌이라도 드러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이제야 밝혀지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은 정말 서글픈 분노를 치밀게 했다.

"밀양도 최순실이가 짓밟으라고 지시했더냐?", "한전과 핵마피아, 전력마피아들은 최순실 일당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우리를 때려잡도록 허락을 받은 것은 또 아니더냐?"

밀양 주민들은 지금도 이 불통 무능 폭력 정권의 허수아비 대통령 박근혜에게 묻고 있다. 우리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261명은 지난 4년간 가슴 속에 담아 둔 분노의 외침을 이제 터뜨리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외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2. 정부와 한국전력은 밀양 주민들에게 저지른 국가폭력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3. 정부와 국회는 밀양송전탑 사태를 가능케 했던 에너지악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고, 탈핵탈송전탑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라!

밀양 주민 261명은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전국민적인 동참을 호소한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최순실과 몇몇 측근들이 끌어내려져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이 썩어빠진 나라를 바꾸어야 하는 일이며, 이 중요한 일에 밀양의 할매․할배들이 앞장서고자 한다.  

2016년 11월 9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시국선언 참여자 261명 일동.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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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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