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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에게 질문 쏟아내는 기자들 지난 2014년 12월 당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는 모습.
정윤회에게 질문 쏟아내는 기자들지난 2014년 12월 당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출석하는 모습. ⓒ 이희훈

지난 2014년 말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문건' 사건 당시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이 수사에 개입해 사건 관련자를 회유했다는 당사자 증언이 나왔다. 검찰에 압수당한 휴대폰에는 최순실씨가 대한승마협회를 주무른다는 내용의 정보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나선 이는 한일 전 서울지방경찰청 경위다. 그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서 박관천 경정의 사무실에 침입해 청와대 문건 14건을 복사해 최경락 경위에게 전달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문건을 전달받은 최 경위가 언론에 유포했다고 결론 냈지만, 최 경위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중앙일보> 11일자에 따르면, 한 전 경위는 체포당하기 하루 전인 2014년 12월 8일 오후 4시경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 P행정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서울 남영동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한 전 경위는 P행정관은 '청와대 문건을 복사해서 최경락 경위에게 넘겼다고 진술해라, 그럼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 전 경위는 "(P행정관이) 하루 전 내가 검찰에 제출한 휴대전화 속 정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전 경위는 자신이 문건을 복사해 최 경위에게 넘긴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최 경위는 "정윤회 문건을 절대로 기자에게 주지 않았다"며 "죽어도 못한다. 내가 한 짓이 절대 아니다. 너 회유당하면 안 된다"고 버텼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최 경위를 문건유출자로 조작하면서 한 경위를 회유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최 경위는 자살을 택했다는 것이다.

최 경위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석방된 뒤 자살하기 전에 남긴 유서엔 한 전 경위를 향해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 부분이 있다.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던 당시에도 청와대가 사건을 왜곡·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한 경위는 변호인을 통해 이를 부인했고 검찰도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 정황을 이미 알고도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전 경위는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난 그때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하고 있었다. (검찰에 압수당한) 그 휴대전화에 이와 관련한 통화 내용들이 녹음돼 있었다. 최순실이 대통령 개인사를 다 관장한다는 정보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검찰 수사 때는 아무도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을 '문건 유출'로 왜곡·축소... 우병우와 검찰의 합작품?

검찰 소환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직권남용과 횡령 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 소환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직권남용과 횡령 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남소연

<중앙>에 따르면 P행정관은 10일 "(한 전 경위와의)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한 전 경위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사건'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왜곡시키는 데에 깊숙이 관여한 게 된다. 한 전 경위의 휴대폰을 통해 최씨의 국정농단 정황을 입수한 검찰이 민정비서관실에 수사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건의 왜곡·축소에 적극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당시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뒤 우 비서관은 민정수석이 됐다.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실이 밝혀질 기회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나섰고 이를 잘 무마한 공으로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를 꿰 찬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분노 일색이다. 포털 네이버에 게재된 <중앙> 기사에는 "우병우 당장 구속하고, 수사과정 생중계해라... 견(犬)찰들 더 이상 못믿겠다"(chpo****), "경찰을 필요에 따라 조작해서 쓰는 도구로 생각하고 사용하면 버려버리는 견찰... 양아치 주식회사 같구나. 법률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검찰이 필요할까?"(cu19****)와 같은 반응이다.


#최순실#우병우#한일#박관천#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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