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일 서울 명동성당 사거리 세월호 특조위 앞에서 열린 <사라진 시간을 밝혀라, 416연대 행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간단한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박근혜 하야하고 사라진 7시간을 밝혀라" 26일 서울 명동성당 사거리 세월호 특조위 앞에서 열린 <사라진 시간을 밝혀라, 416연대 행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간단한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어렸던 나도, 그 날 2014년 4월 16일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들과 동갑내기라는 한 학생 메시지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일갈로 끝맺는다.

"나는 기억합니다. 그 날의 그 허무하고 먹먹한 기분을.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던 내 모습을. 한없이 안타까워했던 우리 부모님 모습을. 소중한 아들, 딸을 보내야만 했던 유가족의 얼굴을. 나는 똑똑히 기억합니다."('우리는 기억합니다' 사이트 '기억하셔야 합니다' 가운데)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 지난 26일 문을 열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werecall.org)이란 이름이 붙은 기억의 공간에서는 누구든 익명으로 당시 기억을 남기고 서로 나눌 수 있다.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 의기투합, '세월호 7시간' 기억 모으기

이 공간은 지난 21일 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에서 출발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진료를 맡았던 의사들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을 진료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대 동문 200여 명이 모인 단톡방(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아이디어를 모았고 서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동문 7명(기억하는 사람들)의 재능 기부로 '우리는 기억합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들의 7시간' 홈페이지에는 11월 28일 오후 4시 20분 현재 700여 명의 7시간 기억이 모여 5000시간을 돌파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들의 7시간' 홈페이지에는 11월 28일 오후 4시 20분 현재 700여 명의 7시간 기억이 모여 5000시간을 돌파했다.
ⓒ 기억하는사람들

관련사진보기


한 재능기부자는 28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핵심에 있는 정치인이나 의료진, 정부 관계자들은 그날의 7시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무책임한 말로 7시간의 진실을 앗아 가고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 그날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한편, 그들에게 우리 시민들은 그날의 7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기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 날의 기억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은 최소 1만 시간을 목표로 삼았지만, 기한을 두지 않고 이 공간을 계속 열어둘 예정이다. 28일 오후 4시 현재 '우리는 기억합니다' 참여자는 700여 명을 넘어 보관된 기억도 목표의 절반인 5000시간(1인당 7시간)을 돌파했다.

700여 개의 글 속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생을 비롯해 대학생, 취업준비생, 회사원, 신혼부부, 군 복무 중이던 군인, 의경, 제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기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참사 당일이 군복무 마지막 날이었다는 한 청년은 아직까지 전투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부모님께 당당한 모습으로 전역 신고를 하고 채 전투복을 벗기도 전에 비보가 전해져왔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안산'이란 단어가 들려와 멈춘 뉴스에서 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금 진도로 가야하나?', '가서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저녁 늦게까지 전투복을 입은 채 TV뉴스만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다시 찾은 광화문 광장, 그동안 애써 잊고 지냈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고, 나는 아직 전투복을 벗지 못 했다."('벗지 못한 전투복' 가운데)

세월호 7시간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는 기억합니다' 홈페이지 로고
 세월호 7시간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는 기억합니다' 홈페이지 로고
ⓒ 기억하는사람들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7시간 진실 밝힐 단서 남겨주길 기대"

심지어 참사 당일 최순실 관련 재단에서 미팅 중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저는 그날 최순실과 관련된 체육계의 재단 중 한 곳에 컨설팅을 가서 그곳의 인사담당자와 점심을 먹다가 TV를 보았어요. 그곳의 인사담당자도 저도 우리가 최순실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는데 ㅠㅠ 전원 구조된 것 듣고 다행이라면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나요. ㅠㅠ"('훨훨날아' 가운데)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표도 단순히 옛 기억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재능기부자는 "사이트를 익명 공간으로 만든 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억의 조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면서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힐 단서가 담긴 기억을 남겨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그:#세월호7시간,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세월호, #박근혜, #최순실국정농단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