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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5차 범국민행동이 열렸던 26일 저녁, 호주 퍼스 웰링턴 스퀘어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36℃가 넘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집회 전부터 모여 304개의 컵에 물을 담고 노란리본을 띄워 대형 세월호를 만들고, 즉석 제안으로 참가자 전원이 누운 채로 두 팔을 뻗어 세월호를 인양하는 퍼포먼스를 하며 진상규명에 마음을 모았다.

지난 12일 퍼스 시국선언 이후 서호주 전역으로 확대된 이번 집회에 퍼스에서 6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칼굴리에 거주하는 김유찬씨가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서호주 각지에서 달려온 참가자들은 촛불을 켜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자유발언시간을 가졌다.

박근혜 퇴진촉구 서호주 촛불집회
 박근혜 퇴진촉구 서호주 촛불집회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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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우리가 인양한다

해가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워킹홀리데이로 머물고 있는 참가자, 영주권자, 시민권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배모형 퍼포먼스를 제안한 김수영씨는 304개의 컵 중 하나를 발로 밟아 부수며 "박근혜가 우리를 이렇게 짓밟고 있다" "세월호만 생각하면 이 물을 다 마셔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를 즉석에서 제안한 박영주씨는 "비록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됐으니 기대하고 응원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완벽한 배신으로 갚은 박근혜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면서 분노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참가자는 "작금의 현실이 세월호의 연장선상"이라며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싸우자"라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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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혁명의 주인공이 되자

대통령 선거때마다 비행기 타고 시드니, 멜번으로 가서 투표를 해왔다는 김현수씨는 "시민권을 신청할 자격은 충분히 되지만, 오로지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 영주권을 연장하면서 살고 있는데, 작금의 현실을 보려고 투표하러 다녔나 자괴감이 든다"라고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주원이 아빠'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박근혜 퇴진은 물론 기득권의 만행을 낱낱이 밝히고 시민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한 뒤 "둘째가 곧 태어나는데 이름을 라임으로 지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종석씨는 "무관심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고 했고, 조재룡씨는 "우리의 미래는 투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참가자들은 같은 시각 한국에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친구·지인 등을 언급하며,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우리도 함께 혁명의 주인공이 되자"면서 서로를 북돋았다.

자유발언하는 참가자들
 자유발언하는 참가자들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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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촉구 서호주 한인행동

지난 12일 시국선언과 이번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퇴진까지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호주 한인행동'의 일정 및 활동은 페이스북 페이지 '서호주 촛불'(https://www.facebook.com/westauscandleligh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릴레이1인시위 및 집회에 동참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와 연락을 기다린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서호주 교민 시국선언 참여하기 https://goo.gl/7wozBp (문의 : westauscandlelight@gmail.com)

박근혜 퇴진촉구 서호주 한인행동
 박근혜 퇴진촉구 서호주 한인행동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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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주원이 아빠 : "현재 우리는 거대한 역사의 굴레 안에 있습니다. 비록 지금 먼 타국 땅에서 적은 인원이 모였고, 우리의 행동이 당장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멀리 동학농민운동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의 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인 시민의 투쟁으로 우리의 인권과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하여 왔습니다.

다만,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4.19 혁명 이후 우리는 박정희를 겪었고 6월 항쟁 이후 노태우를, 또한 이는 김영삼으로 하여금 전대미문의 3당 합당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11월 촛불민심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박근혜 탄핵과 그 이후의 정권 교체 과정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순실근혜'의 모든 부역자는 물론, 그들을 알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눈감았던 자들, 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며 국민연금에도 손을 댄 삼성과 같은 재벌들, 마지막으로 임기 내 개헌을 논하면서 이 시국을 자신의 정치적 재도약 혹은 집권 야욕을 드러내는 자들에게 우리는 경고해야 합니다, 선언해야 합니다. 다시는 속지 않을 것이며, 무기력하게 친일독재부패 세력에 우리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박영주 : "박정희에게 속고 산 세월이 있어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왕지사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 뉘우치고 국민들께 속죄하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지역감정 해소와 좌우통합에 힘써 주지는 않을까, 현대사에서 버림받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워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신께서 이런 기회를 우리 민족에게 주신 것은 아닐까, 내심 꿈 같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간절한 기대를 완벽한 배신으로 갚은 박근혜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퇴진은 물론, 향후 청와대의 이미지가 과거의 권위와 신비함이 아닌 소통과 상생의 이미지로 바뀌는 시대적 환골탈태를 소망합니다."

한종석 : "그동안 '나 하나의 침묵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은 기득권으로 하여금 민중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는 개돼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라를 이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건 침묵했던 나의 책임이었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나의 침묵으로 인해 그들이 호의호식 하는 동안 우리의 가족, 친구, 후배들은 입시, 취업, 대출, 육아, 저임금 등 어느 하나 정상적인 게 없는 소위 헬조선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작은 외침이 변화의 시발점이라 믿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돌이키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 저들은 아직도 종북 타령하면서 좌우 대결 운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싸움은 좌우 대결이 아닌 옳고 그름, 선과 악의 대결이라 생각합니다. '난 정치에 관심 없어', '난 좌도 우도 아닌 중도야'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침묵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입니다. 어느 영화의 한 대사처럼 그들을 방관한 건 우리들의 책임임을 절실히 깨닫고 이제 그들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것 만이 멀리서 작게 나마 할 수 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조재룡 : "김해에서 태어나 쭉 흔히 말하는 보수세력이라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습니다. 신문도 조중동만 읽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진짜 교육이란 것을 받기 전까지는 저는 정말 흔히 말하는 개돼지에 불과했습니다.

기존 언론에 휩쓸리기 쉽고 중고등학교도 교육이 아닌 수능을 위한 훈련만 하고 세뇌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만난 전교조 선생님들의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를 처음 알게 되었고, 대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헬조선을 탈출하자'였습니다. 결정을 내리고 호주로 와서 호주 국적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최순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우병우가 말했던 것처럼 이것도 얼마 안가 묻힐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두달 뒤 100만 명의 인파가 청와대를 둘러쌌습니다.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한국이 바뀌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 집회를 보며 앞으로 조금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정권이 교체되어도 이명박과 박근혜가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기 위해 10년 정도는 고생하겠지만 적어도 우리 자식들은 민주공화국에서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이것이 실현되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더러워서 싫어'라는 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국가의 주인인 주권자에서 기득권에게 사육당하는 개돼지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사람같지 않은 인간들의 모략과 언론플레이가 계속 되고 험난한 일이 많겠지만, 우리는 투쟁해서 우리의 미래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태그:#박근혜 퇴진, #서호주 , #촛불집회, #세월호,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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