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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교육부 국장의 발언 국정교과서 실무책임자인 교육부 박성민 국장이 22일 국회의원회관 새누리당 토론회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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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설렁설렁 가르치고, 가르치는 내용도 좌편향으로 가르치고 하니까 아이들이 역사인식이 없는 거고, 북한에 대한 개념도 없는 거고…."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 실무책임을 맡은 교육부 고위관리가 22일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한 공개발언이다.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기 위해 '학생과 교사의 인격을 모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학생 모독 이어 촛불 폄하까지?

이날 오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 13명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학부모들에게 듣는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국장급)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날 동영상 파일을 살펴본 결과, 박 국장의 발언은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 그리고 촛불을 모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 국장의 발언 내용이다.

"우리 앞 세대가 어떤 일을 했다라는 거를 우리 아이들은 몰라요. 아니 교과서에서 가르쳐야 알지 무슨 수로 압니까?(중략)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모른다는 거예요."

그는 이렇게 학생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곧바로 촛불 폄하 지적을 받을 만한 말을 이어서 했다.

"(아이들이) 촛불집회 한다고 하니까 우우우 가 가지고 뭐 막 얘길하고 하는데. 이것도 정말로 소중한 민주주의가 이뤄졌으니깐 하는 거지, 아니 중국이나 이런 나라에서 이런 거 할 수 있습니까?"

박 국장은 이날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교육학술단체 관계자들을 겨냥해 "좌파 학자들"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하고 (교과서를) 썼다고 우기며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퍼부었다.

"교학사 교과서 좌절 돼서 정부가 나선 것"

22일 오전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박성민 교육부 국장이 강연하고 있다.
 22일 오전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박성민 교육부 국장이 강연하고 있다.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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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정교과서 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처음에 민간 차원에서 뜻 있는 저자들이 교학사 검정시스템으로 하나 해보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게 좌절되고 그래서 보다 못해 정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친일독재 미화와 무더기 오류 지적을 받은 교학사의 <한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의 기원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박 국장은 이날 발표 끝부분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건 (국정교과서) 폐기, 폐기 그러는데 절대 폐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박 국장 "적절하지 않은 표현 있었지만 폄하 의도 없어"

한편, 박 국장은 이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폄하성 발언도 내놨다. 다음은 관련 내용.

"김대중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사진. 악수하는 사진 그게 (검정교과서) 현대사 챕터의 대표사진입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현실에 우리가 봤을 때 큰 의미가 있습니까? 그 때 합의했던 것 다 물거품 되고 경제개발 자금 지원했던 것 다 무기로 돼서 우리 위협하고 있고. 그런데 검정교과서는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 6·10 공동선언에 뭐가 되어 있네. 합의문에 뭐가 되어 있네. 그 이후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뭐가 되어 있네. 이런 것만 잔뜩 해놓고, 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해서 계속 협력했다는 그런 것만 잔뜩 쓰여 있습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교과서 연구팀장은 "우익단체 대표도 아닌 교육부 고위관리가 전국의 역사교사들과 학생들, 심지어 아이들의 촛불까지 모독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기 위한 이런 막무가내 식 발언은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지난날 교육부 관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오늘 말한 취지는 오죽하면 국정교과서를 발행하기로 했겠느냐. 1년여 고생한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것"이라면서 "절대 교사와 학생, 촛불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사가 슬렁슬렁 가르친다'는 표현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했다면 적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일부 시인했다.


태그:#국정교과서,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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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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