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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중학교<역사> 국정교과서 표지.
 교육부가 만든 중학교<역사> 국정교과서 표지.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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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하기 위해 교사 설득 작업에 나선 공립중학교 교장이 처음 포착됐다. 울산광역시에 있는 A중학교 B교장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승진가산점 필요한 교사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도울 것"

13일 오후 B교장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이 교장은 지난 12일과 13일 각각 2명과 3명의 교사에게 "연구학교 신청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동의' 의견을 낸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다음은 B교장의 말이다.

"역사와 지리 선생과 통화했죠. '연구학교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더니 난감해하더라고요. 오늘도 3명한테 물어봤는데, 이분들은 떠날(전근할) 사람들이라 별생각이 없다는 거예요."

이 학교는 지난해 말 '교과 역량 강화' 주제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쟁률은 9대 1이었다.

"연구학교 떨어졌어요. 그런데 이번 역사 연구학교는 신청만 하면 다 해주겠다는 거예요. (승진가산점이) 필요한 교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도울 겁니다."

사실 이 학교는 교육부가 지난 12일 전국 중고교에 보낸 '역사 연구학교 지정계획'에 따르면 자격미달이다. 이 학교는 2학년부터 <역사>과를 편성해왔고, 올해도 그렇게 하기로 내부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연구학교는 2017학년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역사> <한국사> 과목을 편성한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고 못박은 바 있다.

자격미달 학교인데도, 왜 무리수를?

B교장은 왜 교원들의 학교 교육과정 합의까지 깨버리면서 연구학교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까닭을 알아보기 위해 이 교장과 40분에 걸쳐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교장은 언성을 높여가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하자고 교사들에게 말했다고 하는데...
"선생님들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역사 담당교사하고는 통화했다. 일단은 좀 힘들다고 하더라. 의식이 있는 분이니까. 교과서 뒷부분 근현대사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 울산교육청이 규정한 '연구학교 신청을 위한 교원 찬성 비율'이 있지 않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과반수가 찬성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 연구학교에 대해 몇 명에게 제안했나?
"어제 2명과 오늘 3명, 그렇게 했다. 저희학교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학교도 많이 준비하고 있다."

- 교사들은 어떤 반응인가?
"'연구학교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더니 난감해하시더라. 오늘도 3명한테 물어봤는데, 이분들은 떠날(전근할) 사람들이라 별생각이 없다는 거다."

- 울산교육청에서 연구학교에 대해 따로 전화를 줬나?
"교육청은 12일 오후 3시쯤 공문만 내려 보냈다."

- 그렇다면 왜 연구학교를 하려고 하나?
"현실적으로 승진가산점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교장의 역량이라는 게 학생 성장이 1차 목표이지만 교육자 성장도 교장 역량 가운데 하나다. (가산점이) 필요한 선생님 한 분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돕겠다. 물론 전부 반대하면 못하는 거다."

- 가산점 필요한 선생님은 몇 분인가?
"그걸 왜 묻나. 내가 그걸 말하면 그 선생님이 인신공격에 처할 수가 있는데 교장까지 나서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 올해 <역사>과목을 1학년에서 가르쳐야 연구학교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인데...
"그건 학년별로 상관없는 거다. 우리 학교도 2, 3학년 때 <역사>과목을 배웠다. 하지만 1학년에 하도록 바꾸면 된다."

지난 12일 교육부가 일선 중고교에 보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
 지난 12일 교육부가 일선 중고교에 보낸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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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가산점 없으면 신청 않겠다"

- 이미 2017 교육과정을 교원들이 짜놓은 것으로 아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하자고(2학년부터 역사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수학이나 영어처럼 단계학습이 아니고 사회라는 과목 중에서 역사와 지리 등으로 파트가 나눠진 것이기 때문에 바꾸는 거는 문제없다. 학운위 심의도 하지 않았고 2월말에 교육청에 교육과정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교육과정이 결정된 게 아니다."

- 교장이 교사들의 생각을 연구학교 찬성 쪽으로 유도하거나 압력을 넣는 게 아니냐?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예를 들면 5명에게 물어봤지만 찬성하는 게 아니라고 말을 했다. 교사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못하는 거다. 우리 교사들 아무도 압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압력이라 생각했다면 '교장 선생님 뜻대로 하십시오' 할 텐데 반대했다."

- 실험용 교과서를 가르치려는 건 아이들 생각보다는 승진가산점을 먼저 생각하는 것 아니냐?
"나름 양쪽 다 생각할 수 있는 거다."

- 수업을 제사에 빗댄다면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돈 1000만 원 주는 것은 선생님들이 서류 처리해야 하는 것이기에 젯밥이 아니다. 귀찮게만 생각한다. 만약에 승진가산점이 없다면 (다시) 생각을 해보겠다."

- 승진가산점 없다면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그렇다."

- 그것은 아이들을 뒷전에 둔 행동 아니냐.
"그거는 저한테 말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절대로 아이들을 뒷전으로 놓는 것 아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근현대사 부분은 1학년에서 배우지도 않는다."

- 그래도 국민 70%가 반대하는 교과서를 왜...
"트럼프가 대통령될지 누가 알았나? 겉으로는 70%가 반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속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승진가산점과 같은 인센티브가 있지 않나. 교육부도 그걸 노린 것일 거고. 그걸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 연구학교가 그토록 절실한 문제인가?
"우리 학교가 낸 일반연구학교 응모는 '교과 역량' 주제였는데 9대 1이었다. 우리는 떨어졌고 농어촌학교에서 가져갔다. 그런데 이번 역사 연구학교는 신청만 하면 다 주겠다는 거다. 교육부도 의도가 있다. 점수와 돈을 주어서 한번 일반화시켜서 해보자는 것이다"

- 국정교과서를 읽어봤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인센티브 주니까. 교육부도 그걸 노린 것"

- 먼저 교과서라도 읽어본 다음에 연구학교 신청을 하는 게 맞지 않나?
"맞다. 그래서 교무부장을 시켜서 국정교과서를 갖고 오라고 했다. 나는 신청 공문이 와서 담당선생님에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밀어붙인 게 아니다."

- 앞으로 계획은?
"일단은 전체 교원이 모이는 2월 6일에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교육부의 하부기관이다. 교육부에서 그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 책을 만들어냈는데 그냥 사장시키기에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단위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낸대로 따르는 것일 뿐이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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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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