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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시민연대>에서는 "송파구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송파구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함께하기 위한 청년들을 모았던 과정, 조례제정을 위한 설문조사와 캠페인 등의 과정을 연재기사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저희의 활동이 "이 시대의 최대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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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송파구 청년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와 캠페인에 나서다.

「송파구 청년실태보고서」 발간을 위한 기초자료조사

송파구 청년기본조례를 만들기 위한 "청년입법컨설턴트"의 본격적인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송파구 청년실태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보고서 발간을 통해 송파구 청년기본조례의 필요성을 송파구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동시에 조례 제정권이 있는 구청장과 구의원에게 보고서를 전달하여 실질적으로 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견인할 생각이었다.

우리는 「송파구 청년실태보고서」를 발간하기 위해 자료조사부터 착수했다. 팀을 나눠 송파구 청년의 숫자와 전체 구민 대비 비율, 청년실업률과 니트족 현황, 송파구 1인 가구 비중과 주택비 현황, 청년이 향유하는 문화와 선호하는 문화, 학자금 대출과 같은 청년 금융현황, 해외 청년정책사례, 타 구의 정책사례 등에 대해 조사하였고 그 결과를 정리했다.

일찌감치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서울시의 경우, 청년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수행한 실태조사 자료 및 청년정책대안 관련 자료가 상당히 많았다. 반면, 송파구에 해당되는 자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도 송파구 청년기본조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대략적인 자료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송파구 청년 인구는 서울시 총 청년 인구 중 6.73%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청년이 거주하고 있었다.
2.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2016년에는 59만 9천 명에 이르렀다. 이는 2013년 대비 45%나 증가한 결과였다.
3. 청년 1인 가구는 521,685가구로 서울시 전체 1인 가구 중 47%를 차지했으며, 송파구 1인 가구 비중은 서울시 25개구 중 8번째로 중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4. 청년들은 문화생활로 영화관람을 가장 즐기고 있으며, 콘서트, 연극, 뮤지컬 관람을 선호하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선호하는 만큼 관람하지는 못하고 있다.
5.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타 자치구에서는 일자리 카페와 같은 일자리사업, 청춘마켓과 같은 청년창업지원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온라인 설문조사 캡쳐화면 우리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해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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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송파 청년들의 실태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처음에 우리가 잡은 목표는 천 명이었다. 천 명으로 정하게 된 계기는 "천 명 정도는 받아야 어디에다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우리의 역량이나 청년들의 호응도와는 전혀 동떨어진 일종의 "자존심"이었다.

설문은 온라인 조사와 오프라인 조사를 병행했다. 온라인 조사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하여 주변 지인들에게 카톡 등을 통해 돌리는 방법, 자신이 사용하는 SNS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오프라인 조사는 잠실역, 방이동 먹자골목, 석촌호수 등 청년들이 많이 오가는 곳을 찾아 청년들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 즉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을 멈춰 세워 설문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도를 아십니까?"를 만났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카페에 앉아 있는 청년들에게 설문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정적인 설문을 위해서는 카페 점장 혹은 알바에게 우리 설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잠시 손님들에게 설문을 받아도 될지 허락을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몇 층으로 된 비교적 큰 카페의 경우 직원들의 눈을 피해 바로 2층, 3층으로 올라가서 받으면 됐지만, 단층으로 된 비교적 작은 카페의 경우 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수없이 카페에서 쫓겨났다.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놀랐던 사실은 예상보다 많은 청년들이 청년조례제정운동에 관심을 가져주었고, 설문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는 것이다. 서술식으로 작성해야 하는 문항에 길게 답변해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을 하나만 꼽자면, 청년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정서적 문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송파구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답변이 아닐까 생각했다. 증가하는 청년실업률과 길어지는 취업준비기간, 그나마 취업한 직장도 계약직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청년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설문조사를 받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청년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그저 「송파구 청년실태보고서」 작성에 참고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설문조사는, 송파구 청년기본조례의 필요성과 우리의 활동에 대한 확신이 섰다.

안정적으로 설문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역시 카페였다.
▲ 오프라인 설문조사 안정적으로 설문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역시 카페였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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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설문조사 인원은 1000명의 목표인원의 반 정도에 불과한 533명에 불과했지만 이제껏 어느 누구도 해보지 못한 시도였고, 송파구 청년들의 진짜 목소리가 담긴 소중한 자료였다.

우리가 낸 정책으로 청년을 완성하자!

설문조사를 마치고 난 후, 우리는 송파구 청년기본조례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였다. 시민들에게 "내가 바라는 청년정책"을 포스트잇에 적어달라고 했다. 이렇게 받은 포스트잇은 청년실루엣의 등신대에 붙였다. "우리가 낸 정책으로 청년을 완성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다. 청년실루엣의 등신대는 어느새 시민들이 써준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송파구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신천역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 신천역 캠페인 송파구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신천역 앞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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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처음 해보는 경험이기에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이내 다들 능숙하게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한 사람은 마이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이목을 집중시켰고, 또 다른 사람은 직접 사람들에게 포스트잇을 주며 캠페인 참여를 부탁했고, 또 어떤 사람은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에게 우리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이렇게 우리는 각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찾아 나갔고, 캠페인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두 달여 간 진행된 설문조사와 캠페인이 마무리되었고, 이제  「송파구 청년실태보고서」 편집 및 발간과 <구의원 간담회> 등 실질적으로 조례제정을 이끌어낼 활동이 남아있었다. 송파구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청년정책입법프로젝트는 이제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3편에서 계속)


태그:#청년, #청년기본조례, #송파, #송파시민연대, #청년입법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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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사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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