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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에 영취산 봉우재에서 정상을 거쳐 가마봉까지 약 15만 평에 걸쳐 진달래의 붉은 꽃불이 일어난다.
▲ 여수 영취산 능선의 진달래꽃 군락 4월 초에 영취산 봉우재에서 정상을 거쳐 가마봉까지 약 15만 평에 걸쳐 진달래의 붉은 꽃불이 일어난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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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풍속화가로 유명한 혜원 신윤복의 그림 중에 <상춘야흥(賞春野興)>이 있다. 봄꽃이 만발한 동산에서 남녀가 어울려 술과 음악을 즐기는 그림인데, 알고 보면 양반들이 기생과 악공을 불러 봄을 즐기는, 좋게 말하면 풍류이고, 비틀어 말하면 그들만의 사치 향락이다. 이 그림에 그려진 봄꽃이 진달래꽃이다.

오늘날에는 봄맞이꽃 하면 벚꽃을 연상하지만, 옛날에는 봄맞이꽃 하면 진달래꽃을 의미했다. 신윤복의 그림 <상춘야흥>처럼 양반들이 기생까지 불러 노는 퇴폐적인 봄놀이도 있었지만, 일반 백성들도 마을 단위로 모여 진달래꽃으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어 먹으며 꽃구경을 즐겼다.

이를 화전놀이라고 했다. 이때는 평소 집 밖에 잘 못 나가던 부녀자들도 외출이 허용됐으니, 답답한 가부장제 하에서 당시 여성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양반과 기생이 어울려 야외에서 봄놀이하는 그림. 양반과 기생 뒤에 보이는 꽃이 진달래꽃이다.
▲ 신윤복의 상춘야흥 양반과 기생이 어울려 야외에서 봄놀이하는 그림. 양반과 기생 뒤에 보이는 꽃이 진달래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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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을 부치기 위해 진달래꽃을 따서 잘 정리하는 작업.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다.
▲ 진달래꽃 화전을 부치기 위해 진달래꽃을 따서 잘 정리하는 작업.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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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대변하는 꽃 중 하나, 수많은 시와 노래의 소재가 된 꽃, 그래서 진달래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이미 3월 중순이 지나면 우리 곁에서 진달래를 볼 수 있으니 벚꽃보다 더 빨리 피는 봄꽃이다.

하지만 이 꽃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어 산 위에 사방으로 피어나면, 붉은 꽃구름이 일어나는 듯, 혹은 붉은 꽃불이 일어나듯 산 전체를 붉게 태워버리며, 그 안에 있는 사람도 붉게 채색한다.

산 위에 피는 진달래꽃은 높이에 따라 4월 초에서 중, 하순까지도 핀다. 남부지방의 경우 대개 300~500m 대의 산에서는 4월 초에 이미 만개하고, 700~800m 이상의 높은 산 위에 군락을 이루는 진달래는 4월 중순 이후에 만개한다.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4월 중순이 되어야 산 위에서 진달래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진달래꽃이 사방으로 피어나는 명산들이 꽤 있지만, 그 중 으뜸으로 치는 명산의 목록에 전남 여수 영취산은 꼭 들어간다. 여수 영취산은 평상시에는 지역민들이 주로 오르는 동네 뒷산이지만, 오로지 4월 초 진달래꽃이 필 때는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명산이 된다.

돌고개 행사장에서 산을 타고 오르면 정상부까지 끊임없이 진달래 군락이 이어진다.
▲ 영취산 진달래 돌고개 행사장에서 산을 타고 오르면 정상부까지 끊임없이 진달래 군락이 이어진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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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510m에 평범해 보이는 산이라 다른 계절에는 비교적 한적하다가 4월 초 쯤 영취산 정상부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라는 소식이 들리면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산 입구에 장사진을 이룬다.

워낙 유명해진 탓이지만, 그래도 발품을 팔아 산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절경이라,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사실 산을 많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바다 언저리에 붙은 산이라 조금만 올라도 여수 바다와 진달래가 한 눈에 들어오니 이 또한 매력적이다.

영취산 진달래꽃 군락지는 다른 산들에 비해 등산을 적게 하는 편이다. 비교적 빨리 보려면 1시간 코스로 오르는 길이 있고, 좀 더 산 전체를 음미하며 보려면 2~3시간 코스로 이동하는 길도 있다. 보통은 축제 주 행사장인 돌고개 행사장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어느 쪽이든 산 능선부에 붉게 물든 진달래꽃을 볼 수 있다.

진달래꽃 군락은 규모만으로도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다. 봉우재에서 산 정상, 그리고 가마봉까지 약 15만 평(약 496,000㎡)의 능선에 길게 이어져 있다. 마치 붉은 용이 좌우로 꿈틀거리며 뻗어나가는 형상이다. 능선 사면에 핀 진달래꽃들은 용의 다리나 발톱처럼 보인다. 붉은 색 모자를 머리에 눌러 쓴 것 같기도 하다.

영취산 능선에는 곳곳에 기암이 있어 이를 타고 오르내리는 철사다리가 있다. 이런 철사다리가 산행의 맛을 더한다.
▲ 영취산 능선의 진달래와 철사다리 영취산 능선에는 곳곳에 기암이 있어 이를 타고 오르내리는 철사다리가 있다. 이런 철사다리가 산행의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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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능선에는 곳곳에 기암 덩어리들이 있어 보는 맛도 있지만, 기암을 오르내리는 철사다리에 매달려 산을 타는 멋도 있다. 한창 때는 산 위에서 줄을 서서 가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오전 중에 산에 오르는 게 좋다.

이렇게 능선길을 종주하는 코스는 내내 진달래 꽃불을 감상하는 길이라 전혀 싫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산하는 길이 아쉬울 정도. 도시락이라도 싸 갖고 가면 잠시 쉬면서 여유 있게 꽃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국적인 명소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는 것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오르막길이 비교적 가파른 능선에서 부부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잠시 쉬고 있다.
▲ 영취산 오르는 길 오르막길이 비교적 가파른 능선에서 부부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잠시 쉬고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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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재미. 영취산은 동, 북, 남 3면이 바다에 면한 산이다. 따라서 정상에 서면 광양만 일대와 여수만 일대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오며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정유공장들조차 바둑알 깔아 놓은 듯 시원한 풍경으로 눈에 들어온다. 높이에 비해 전망이 아주 좋다. 굳이 정상이 아니라도 능선을 따라 가면 이런 해안 풍경을 얼마든지 대할 수 있다.

해마다 여수시는 진달래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진달래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2018년의 경우 3월 30일~4월 1일까지이며, 주로 돌고개 행사장을 중심으로 산신제와 민속 공연, 화전 부치기, 진달래 추억 사진관 같은 각종 체험 행사 등이 벌어진다.

축제는 진달래가 정확히 만개하는 때가 아니라 진달래가 피는 시기의 주말에 날을 잡는다. 주말을 끼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실제 영취산 전체에 진달래가 만개한 시기는 4월 초이므로, 축제보다 진달래 자체에 관심이 많은 경우, 할 수만 있다면 4월 3~5일 경에 가볼 것을 권한다.

영취산 입구에 있는 약도. 영취산에 오르는 6개 코스를 안내한다.
▲ 영취산 등산로 지도 영취산 입구에 있는 약도. 영취산에 오르는 6개 코스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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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문의: 061-659-4743, 061-691-3104  
여수 관광 홈페이지는 http://tour.yeosu.go.kr/tour/
축제 주무대(돌고개 행사장): 전남 여수시 월내동 548번지

진달래꽃을 빨리 보려면 월내동 GS칼텍스 뒤편 산길(돌고개 행사장 길, 정상까지 2.2km)과 상암동 상암초등학교 산길(정상까지 1.6km)로 오르는 코스를 이용한다.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으로 진달래꽃 군락을 즐길 수 있다.

전통 사찰인 흥국사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있는데, 산행의 재미는 있지만, 코스가 좀 길다.

* 남해고속도로 순천IC→순천 시내→17번 국도 여수 방향→22km 진행 후 주삼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여수 국가산업단지 방향으로 진행, 직진하면 우측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한편 여수 국가산업단지 방향으로 가다가 중흥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 직진하면 흥국사 입구로 간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흥국사로 가는 것이 편리하다. 여수역, 여수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62번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흥국사 앞 하차. (약 1시간 간격 운행)
한편, 축제 기간 중에 여천역과 여수시청 앞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도 된다.

* 여수도 맛 하면 빠질 수 없는 고장이다. 각종 생선회, 한정식, 서대회무침, 삼치회, 금풍생이 구이, 봉산동 게장골목의 게장백반, 낙지 요리, 갯장어 요리 등 숱한 먹거리가 있다. 야간에는 여수항 낭만포차 거리의 바닷가 포차에서 푸짐한 안주와 함께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토요일 밤에는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서대회에 무와 초고추장을 버무려 고추와 마늘을 올리면 새콤한 맛을 내는 서대회무침이 된다. 여수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먹기 힘든 요리이다. 삼학집과 구백식당 추천.
▲ 여수의 명물 중 하나인 서대회무침 서대회에 무와 초고추장을 버무려 고추와 마늘을 올리면 새콤한 맛을 내는 서대회무침이 된다. 여수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먹기 힘든 요리이다. 삼학집과 구백식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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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취산 진달래, #돌고개행사장, #흥국사, #상춘야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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