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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국어교과서

집안 정리를 하다가 내가 예전부터 보관해 오던 책 하나를 발견했다. 낡고 볼품없는 책 한 권. 이것은 나의 아버지께서 국민학교 다닐 때 배우던 책이다. 보관만 했지 내용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이제 새삼 마음이 여유로와 책을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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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은 찢어져 없었다. 맨 뒷장을 보니 구멍이 나 있었다. 추측하건대 아마 당시에 전기가 없어서 촛불이나 호롱불에 태워먹은 자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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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기 몇년이 아니고 '단기 4287. 3. 1 박음'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에는 '단기'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계산해보니 1954년. 1954년이면 6.25전쟁이 끝난 그 이듬해다. 이 책을 보니 아버지가 왜 초등학교에 나이에 비해 늦게 입학하셨는지 짐작이 간다.

또한 '박음'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현대말로 '인쇄'인 것 같다. 특이한 것은 좌측에는 한글로 우측에는 영어로 표기돼 있는데 아마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종이 살 돈이 없었나보다.

'이 책은 국제 연합 한국 재건 위원단(운끄라)에서 기증한 종이로 박은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가격은 20환. 내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 50환이 있었고 그 뒤로 없어지면서 '환'이 '원'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되박이 : 대한문교서적주식회사' 되박이(재인쇄?)가 무슨 말인지 추정은 가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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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보면 한글에 괄호를 쳐서 한자가 기재돼 있다. 그리고 '아까시아'란 말은 요즘 '아카시아'로 쓰이고 '너르고'는 '넓고'로 쓰인다. 교과서 내용은 1과는 찢어져 사라졌고 2과는 희곡, 3과는 신문-'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지구 위에...'-, 6과는 시 이런 내용들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문구용품이 귀하던 시절이기는 했으나 아버지 세대는 오죽했으랴. 문득 그렇게 미운 아버지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그렇게 힘들게 일궈낸 이 성장을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당신은 여전히 그 흔한 인플란트도 마다하시고, 돈 생기면 자식에게 건내시고, 아직도 농사일에 몰두하시는 모습에 측은을 떠나 가엾기까지 하다. 물론 나의 아버지만의 모습이겠는가?

이렇게 아버지세대들께서 이룩해 놓은 이 업적에 그들 덕택에 그래도 밥은 굶지 않지않은가? 젊은이들이여, 그래도 그들의 노고에 대해서 손톱만큼이라도 인정해주고, 공경하고, 감사의 마음을 가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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