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당진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소장 동준석, 이하 당진IL센터)는 사전투표일(8일)과 본투표일(13일)에 걸쳐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투표소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모니터링에서 당진IL센터는 단순한 장애인의 '이동권' 혹은 '접근성'이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장애인의 '투표 가능성'을 강조했다. 본인이 장애인 당사자이면서 투표 가능성의 개념을 처음 사용한 당진IL센터의 동준석 소장을 만나봤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 혹은 장소 접근성과는 다른 '투표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어떻게 다른 것인가?"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장소의 접근성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장애인의 '사회 참여' 이전에 장애인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부분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이런 조사를 했던 이유는 '시민으로서의 장애인'에 대해 주목했기 때문이다. '선거와 투표'는 시민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민주 사회 성립'의 척도다. 사회 의사 결정의 결정체인 선거에서 충분한 투표권 보장이 바로 투표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투표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의 확보는 '이동권', 투표소 내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 등이 설치되어 있다면 '시설접근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투표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투표소 내의 수어 통역과 각종 투표 보조용구의 즉시 사용 가능여부, '사용이 가능한' 장애인 화장실 설치여부 등의 정보접근성, 시설편의성 보장에 충분하고 적절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장애인이 투표소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조건에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설명하는 보다 확대된 개념으로 제시했다."
- IL센터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IL센터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IL센터는 장애인 당사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체라고 보면 된다.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동료상담을 바탕으로 서로가 겪는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란 자기선택과 자기결정에 따른 책임감 있는 주체적인 삶을 뜻한다.
또한 투표권, 정확하게는 앞서 언급한 투표 가능성 같은 것들, 즉 비장애인은 당연히 누리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누리지 못하는 권리들이 많은데 이런 불합리한 것들을 바로잡고 옹호해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공공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구와 조사도 벌인다.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는 단체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 이전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 2곳과 세종의 IL센터에서 활동했다. 당진으로 온 지 5개월이 되어간다. 당진 지역 당사자들, 각계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또 알아가는 중이다. 직전 이명희 소장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 장애인들에게 당진이 대전이나 세종과 다른 점이 있나?"무엇보다 이동권 확보가 가장 다르다. 당진이 아무래도 도농복합도시이다 보니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도 상대적으로 더뎌 지는 것 같다. 대전의 경우에는 지하철이라는 이동수단이 생기면서 사회로 좀 더 활발하게 나오게 됐다. 주변에 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다보니 인식개선도 빨라졌다. 당진에서도 이동 수단 등이 보다 나아지길 바란다."
- 장애인에 대한 공공정책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우선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점이 여전히 시혜와 동정의 관점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장애인도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시민으로서의 인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복지정책의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제공자의 시선이 아닌 이용자의 시선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제공자로서 좋아 보이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다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IL센터 역시 그런 소통의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겠다."
-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해 본다면? "우선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지역의 장애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장애인복지 추진 방향이 탈시설 자립생활이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지원 확대, 자립생활 정착금 지원 등의 탈시설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체험홈의 설치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이런 자립생활지원 서비스는 성격상 개별 지원이 기본이다. 투입대비 산출 논리보다는 개별적인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지역사회 접근권은 대중교통과 그에 따른 교통 시설물, 지역사회 시설물 환경 개선 등을 통해 가능하다.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