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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 기자말
 

아일랜드 더블린에는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아일랜드 촛불행동이 있습니다. 아일랜드 촛불행동에서 활동하는 김기림씨를 지난 10월 28일부터 사흘간 이메일 인터뷰 했습니다.

김기림씨는 2014년 4월 16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언론에서 전원구조라고 해서 안심했는데, 이내 오보라는 것이 밝혀지고, 기다려도 승객 구조는 되지 않고 세월호는 침몰했습니다. 김기림씨는 그렇게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먼 타국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사 이후 한동안 이런 참사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런던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월례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차와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김기림씨는 런던에서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도 집회를 열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김기림씨의 고민을 들은 런던 집회 참석자들은 김기림씨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주었고, 김기림씨는 마침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2016년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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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집회를 열기로 하니,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노란 리본과 배지를 받아오고, 집회를 위한 현수막을 준비했습니다. 아일랜드 한인 커뮤니티에 공지하여 참석자들을 모았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집회에 함께했고, 노란리본을 나눠 가졌습니다. 이후 이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몇 차례 리본 나눔을 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활동을 시작한 김기림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취지는 좋지만, 우리나라의 아프고 창피한 모습을 굳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기림씨에게 정작 부끄러운 건, 이런 참사 앞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김기림씨는 집회 참석 공지를 하며,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가족, 모두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 그저 운이 좋다고 여기며 외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라 생각했습니다.

김기림씨는 우연한 기회에 아일랜드에서 2주기 추모 집회 참석자 중 한 명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먼 타국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김기림씨는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문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막상 유가족을 만나고 나니, '우리 모두가 유가족입니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의 책임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김기림씨와 함께 아일랜드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들과 새로 만난 활동가들이 모여 2018년 1월에 '아일랜드 촛불행동'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세미나 등을 열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아일랜드 촛불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아일랜드 촛불행동'과 같은 모임이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아일랜드 촛불행동이 연 세월호 4주기 추모 모임
 아일랜드 촛불행동이 연 세월호 4주기 추모 모임
ⓒ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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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기림, #아일랜드 촛불행동, #아일랜드, #더블린, #S.P.RING세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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