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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가 24일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상경하기 전 울산역에서 '500병상 공공병원' 펼침막을 들고 있다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가 24일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상경하기 전 울산역에서 "500병상 공공병원" 펼침막을 들고 있다
ⓒ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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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시민사회가 발끈하고 있다. 연일 기자회견과 집회 등으로 정부가 울산에 추진하는 300병상 규모 산재병원 형태를 반대하고 있다.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해 자신의 공약이자 울산의 숙원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라는 선물보따리를 풀면서 시작됐다. (관련기사 :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 보따리, 송철호 울산시장은 되살아날까)

문 대통령은  이날 지역 각계와의 오찬에서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와 울산공공병원 건립사업의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경우 처음 약속과 달리 300병상 규모 산재병원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 산재병원은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를 치료하는 시설이다. 

시민사회는 "울산시민에게 500병상 규모의 공공종합병원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갑자기 산재모병원(전국 산재병원의 중심역할)을 짓겠다고 한다"며 "이는 시민의 건강상태와 보건의료현실에 맞는 공공병원이 아니다.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공공병원이 한 곳도 없는 울산에서는 지난 10여년 간 각계가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려 공공종합병원 설립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500병상 규모의 공공종합병원을 공약한 후 당선되고, 뒤이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송철호 시장까지 500병상 규모를 약속하며 9전10기로 당선되자 시민사회는 고무됐다. 이에 지난 하반기 내내 "울산 공공병원의 형태를 건강보험공단병원과 시립의료원으로 해달라"며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한 후 300병상 근로복지공단병원 형태 설립이 기정사실화되어가자 시민사회가 연일 반발하고 있는 것. 추진위는 지난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24일에는 서울로 가 국회와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300병상 근로복지공단 병원 반대 500병상 공공종합병원 설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는 왜 대통령이 선물 형식으로 내놓은 300병상 규모의 산재모병원설립을 반대하는 것일까? 

울산 시민사회 "적자를 감수하고 필수 의료를 제공할 병원이 없다"

정부가 울산에 300병상 규모의 산재모병원설립을 추진하자 시민사회는 "전국의 산재병원들이 제대로 된 지역 공공의료 기능을 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한 산재(모)병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관리 감독을 하기 때문에 울산시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정책 실행과정에서의 협력·조율 등 또다른 행정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추진위는 지난 23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에는 그동안 공공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서 필수 의료를 제공할 병원이 없다"면서 "산재모병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등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시민 5%만이 "전문병원 필요"

또한 추진위는 지난해 울산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었다. 결과에 따르면, 울산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공종합병원의 규모는 대학병원급이라는 응답(약 70%)이 가장 많았고 산재병원 같은 특화된 전문병원은 5%에 불과했다. 

추진위는 "울산시와 울산시민사회는 그동안 바람직한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의 모델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모델, 국립중앙의료원 분원 모델, 시립의료원 모델 등을 논의했고, 어떠한 모델이 시민에게 가장 도움이 될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왔다"면서 "하지만 이 논의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산재모병원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무엇이 급한지 정치적으로 산재모병원의 설립을 갑자기 결정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추진위와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이 24일 오후1시 국회 정론관에서 500병상 울산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열고 있다.
 추진위와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이 24일 오후1시 국회 정론관에서 500병상 울산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열고 있다.
ⓒ 김종훈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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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울산은 타 시도에 비해 사망률이 높고 인구 십만 명 당 응급의료전문의 수, 중환자실 병상 수, 격리병상 수가 광역시 꼴찌다. 따라서 그동안 시민사회에서는 "사스, 메르스 같은 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적자를 감수하면서 앞장서서 치료할 병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렇게 건강지표가 나쁘고 필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에서 기대수명 및 건강수명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산재모병원이 아니라 수준 높은 일반 공공종합병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울산시와 추진위는 그동안 줄곧 정부에 건강보험공단병원 또는 국립중앙의료원 분원 건립을 요청해왔고 정부와 협상을 이어왔다.   
 
김현주 울산국립병원설립 추진위 집행위원장
- 300병상 규모의 산재모병원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300병상은 울산시티병원 정도의 규모다. 이 규모로는 수준 높은 진료를 하기 어렵다. 보건 연구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 규모가 되어야 진료 사망률이 낮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진료 외에 화상센터, 장애인진료센터, 어린이재활센터, 격리병상 등을 갖추려면 500병상이 되어야 한다. 
 
- 노동자의 도시에서 산재병원도 괜찮지 않나?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산재모병원 기능과 공공성을 갖춘 공공원은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공공병원의 모델이다. 구체적인 병원 기능과 역할 설정, 건립에 대해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본다. 울산 시민들은 300병상의 산재모병원이 아니라 500병상 이상의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을 원한다.

- 울산의 여권에서는 일제히 환영하면서 반겼는데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심 쓰듯이 주어지는 산재모병원이 아니라 울산 시민이 바라고 울산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태그:#울산공공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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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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