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투탕카멘 의자
 투탕카멘 의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탄광이 문화예술단지로 변했다"에서 이어집니다.)

2층에 있는 세계미술품 수장고는 ㈜솔로몬의 김민석 대표가 35년 동안 수집한 10만점의 골동품과 예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일종의 창고다. 김민석 대표는 미국에 있는 경매회사 소더비(Sotheby's)의 아프리카 미술 구매담당을 했기 때문에 아트 마이스터(Art Meister)로 불린다. 그는 예술품을 구매할 때 스토리를 중시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 수집품 하나하나에는 스토리가 있다.

그는 또한 문화 엑스포, 예술 비엔날레에 전시와 연출을 맡기도 했다. 그래선지 수장고에는 눈에 띄는 유물과 예술품들이 많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 이들을 살펴볼 수가 없다. 폐쇄형 수장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냥 겉에서 보면서 가치 있는 유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

첫 눈에 투탕카멘의 보물들이 눈에 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황금마스크, 의자, 수호 동물 등. 그런데 이들 작품이 복제품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이집트 유물은 외부 반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춤 추는 여인'(진품: 뉴델리 고고학박물관)
 "춤 추는 여인"(진품: 뉴델리 고고학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춤 추는 여인'(복제품)
 "춤 추는 여인"(복제품)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렇지만 1980년대부터 이러한 유물을 수집했다는 것만으로도 평가할 일이다. 복제품이라도 전시하는 것은 홍보와 교육을 위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또한 아프리카 문화유산이 상당히 많다. 사실 아프리카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김민석 대표의 안목을 믿을 수밖에 없다. 원색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직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게 아프리카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인더스 문명의 유물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모헨조다로에서 발굴된 <춤추는 여인>이다. 춤추는 여인은 청동으로 만든 조각상이다. 기원전 2500년경 작품으로 밀랍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 눈이 크고 코는 넓적하며 입도 큰 젊은 여인이다. 목걸이를 했으며 머리를 들고 막 춤을 추려는 모습이다. 그것은 무릎을 구부린 왼발, 오른손을 구부려 엉덩이에 댄 모습, 장신구를 한 왼손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제 겸 왕'(복제품)
 "사제 겸 왕"(복제품)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작품은 인도 뉴델리에 있는 국립 고고학박물관에서 살펴본 적이 있다. 실물이 이곳 복제품보다 크기가 작았던 것 같다. 또 다른 복제품으로 모헨조다로 출토 사제 겸 왕(Priester King) 조각이 있다. 눈과 코와 입이 크고, 턱수염이 머리까지 이어져 있다. 강렬한 인상의 고대 인도인이다. 이것은 파키스탄 카라치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진한당나라 시대 유물까지 볼 수 있어
 
진시황 병마용
 진시황 병마용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뿐이 아니다. 중국 고대유물은 별도의 공간에 개방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춘추전국시대 청동기, 진시황 병마용갱에 있는 병마용, 한나라시대 제기, 당나라시대 삼채(三彩)에 이르기까지 명품들이 보인다. 이들은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이들을 만져볼 수도 있다.

육안으로는 진품처럼 보이나, 모조품이다. 청동기로는 금수(禽獸)가 새겨진 유물들이 인상적이다. 봉황, 용, 뱀, 이름을 말하기 어려운 상상의 동물이 보인다. 그런데 조각의 수준이 대단하다. 구체적인 동물은 사실적이고, 상상의 동물은 이상적이다.
 
청동 쌍봉호
 청동 쌍봉호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예술은 사실성과 이상성이 어우러질 때 감동이 배가되는 경향이 있다. 청동으로 만든 쌍봉호(雙鳳壺)는 예술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두 마리의 봉황이 서로 등지고, 목과 머리 부분이 항아리의 손잡이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꼬리 깃털이 항아리의 주둥이를 형성하고 있다. 늑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개처럼 보이기도 하는 동물 조각도 일품이다. 균형감도 뛰어나고 몸에 새겨진 조각도 최고 수준이다.

향로, 촛대, 주병으로 보이는 제기도 최상품이다. 이들 문화유산의 특징도 균형과 대칭이다. 이들 제기는 좌우보다는 상하로 긴 경항이 있다. 그래선지 더 날렵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일부 문화유산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그 역사와 쓰임새를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주시대 청동으로 만든 사장반(史墻盤)이 있다. 이 유물은 1976년 섬서성 부풍현(扶風縣)에서 출토되어 부풍주원박물관(扶風周原博物館)에 소장되어 있다.
 
청동 사장반
 청동 사장반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곳에 새겨진 문자가 전서(篆書)다. 첫 글자가 부왕(父王)으로 보인다. 자료를 보니 전반부는 선왕의 공덕을 칭송하고, 후반부는 사관인 장(墻)이 소속된 미씨(微氏)가문의 업적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병마용갱에서 출토된 병사와 말 그리고 병기가 전시되고 있다. 복제품인 이들 크기가 실제보다 작다. 

이곳의 진열품은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진시황과 호위무사전>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시 되었던 유물이다. 중국 서안의 병마용갱에 가면 진품을 볼 수 있지만, 이처럼 가까이에서 유물을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이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병사의 얼굴, 갑옷, 글자와 숫자 등까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말의 역동성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다.

광부체험방과 레일바이뮤지엄
 
광부체험방
 광부체험방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1층에는 마인갤러리, 예술놀이터, 광부체험방이 있다. 마인갤러리는 탄광의 시설을 활용한 갤러리로,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작업장화를 씻던 세화장(洗靴場)을 활용한 갤러리로 웨딩드레스가 전시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안전모에 달린 랜턴을 충전하던 캡램프(Cap Lamp)실을 활용한 갤러리다. 예술놀이터는 외부사람들이 와서 예술을 체험하고, 창작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공간이다.

정선군 학생들이 찾아오고, 외부 예술애호가들이 온다고 하는데, 한겨울이라 그런지 찾는 사람이 없다. 이곳에서는 각종 단체 세미나와 강의, 영상회의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 광부체험방에는 광산용품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정보센터와 아트샵이 있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예술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건물 내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레일바이뮤지엄
 레일바이뮤지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들을 보고 연결 다리를 통해 밖으로 나오면 레일바이뮤지엄이다. 레일바이뮤지엄은 말 그대로 레일로 이루어진 조차장(操車場) 박물관이다. 조차장이란 철도에서 차량을 연결하거나 떼어 내 열차를 출발시키는 장소다. 지하 갱도에서 캐낸 석탄이 산업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곳 조차장으로 올려 보내진 다음, 기차를 이용해 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이 선로 주변에 수직갱, 컨베이어 벨트, 철구조물, 강철 로프, 탄차, 광원 조형물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직도 담배 및 인화물질을 소지하고 입갱하십니까"라는 경고문구가 선명하다. 그리고 인차 운행시간표와 인차 탑승자 준수사항이 걸려 있다. 여기서 인차는 광부들이 지하갱으로 들어갈 때 타던 엘리베이터다. 우리가 갱속으로 들어갈 수는 않지만, 이곳에서 지상의 탄광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진정으로 광부의 고통과 애환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기억의 정원을 지나 갱도로
 
기억의 정원
 기억의 정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레일바이뮤지엄을 지나면 이제 기억의 정원으로 불리는 야외로 나올 수 있다. 기억의 정원은 탄광과 관련된 물건으로 이루어진 예술품이 진열된 공간이다. 먼저 연탄을 쌓아 만든 원형의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증기기관차를 변형에 만든 카페테리아도 보인다. 버려진 갱차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한쪽에는 온실 같은 건물이 있다. 들어가 보니 휴게소 형태로 꾸며 놓았다. 낡은 피아노까지 갖춰져 있다.

이곳에는 또 2층 버스도 있다. 런던에서 본 시티투어 버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마당에는 포도주 항아리(독) 같은 것도 놓여 있다. 여기서는 레일바이뮤지엄 위쪽의 권양기를 올려다볼 수 있다. 기억의 정원 앞쪽으로는 832L레스토랑, 원시미술관, 동굴 와이너리가 있다. 그런데 이들 레스토랑과 미술관은 문을 닫았다. 단지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뿐이다.
 
동굴 와이너리
 동굴 와이너리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동굴 와이너리는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내부에 오크통과 병에 담긴 포도주가 놓여 있다. 옛날에는 레일이 이 동굴 안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와인 저장고로 사용되는 것 같다. 기억의 정원을 다 보고 나면 삼탄아트센터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처음 관람을 시작한 4층 로비로 올라갈 수 있다. 이곳 삼탄아트마인을 제대로 보려면 한두 시간은 걸린다.

아트센터 밖으로 나오니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이곳은 또 해발 고도가 높아 마당에 눈에 쌓여 있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면서 탄광의 갱도를 잠시 들여다본다. 이곳에도 동굴 갤러리와 탄광체험관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관람객이 많지 않아 문을 닫은 상태다. 갱도 위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가 마음을 저민다. 광부들이 갱도를 내려가면서 자식들을 다시 한 번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탄아트마인, 그곳은 광부의 땀과 예술가의 혼이 만나는 장소다.

태그:#세계미술품 수장고 , #고대문명시대 유물, #광부체험방, #레일바이뮤지엄, #기억의 정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