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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개개인이 하나의 독립된 기관이다.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판사만은 적어도 중립적이라는 믿음 아래 독립된 권한을 부여 받는다. 누군가에게 형벌을 내리고,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하고 결론짓는 권한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법원은 가장 절박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뻗는 곳이다.

그런데 그 사법부의 전직 수장이 구속됐다. 그 독립된 권한을 남용했다는 이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으로 드러난 내용은 충격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는 서로의 이익을 두고 '사법거래'를 도모하고 실행했다. 상고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의 최대 숙원이자 역점 사업이었다. 법원 위상이나 법관 해외 파견도 신경 썼다. 이를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은 한마디로 '재판을 팔았다'.

양 전 대법원장 혼자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었다.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 대법관, 고위 판사, 그리고 이들의 명령을 수행한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 적지 않은 판사들이 사법농단에 가담했다.

대법관도, 일선 판사도

대법원 최고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행정처장들은 정부와의 커넥션을 마다하지 않았다. 2013년 차한성, 2014년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최한 '삼청동 회동'에 참석했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등은 외교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실무를 담당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입김을 넣기 위해서였다. 

사법농단의 가장 큰 혐의인 재판거래는 이렇게 생겨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한일위안부협정을 앞두고 고등법원 판결대로 피해자 승소 판결이 확정될까 부담스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맺은 한일청구권협정을 부정하는 판결이 싫기도 했다. 
 
해당 사건의 담당자였던 김용덕 전 대법관은 "원고 승소 그대로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발할 것"이라는 말을 양 전 대법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김 전 대법관은 해당 방향대로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소송은 이유 없이 5년 동안 미뤄졌다.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가담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원래 친분이 있던 한상호 변호사(김앤장)는 식당 등에서 그를 따로 만나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며 소송에 관해 논의했다. 대화 내용에는 외교부 의견서도 포함됐다. 

외교부는 빠른 시기에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범기업에 유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직전에 대법원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은 박근혜 정부의 관심재판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시진국 당시 기획조정실 심의관은 '박근혜-양승태 독대'를 앞두고 말씀자료에 국정협력사례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을 적었다. 실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김종필 당시 법무비서관을 통해 소송이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주문했다. 통합진보당 행정 소송의 경우에는 이진만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팀장인 TF팀까지 따로 만들어졌다. 

'인비' 봉투부터 기밀 유출까지

전국 법원장들은 상고법원 로비용인 '대법원장 격려금'을 받았다. 대법원은 각급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을 법원장과 행정처 고위 간부들에게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지급결의서와 수령확인증은 허위로 작성됐다. 

법원장들은 내부 감시에도 동참했다. 일명 '튀는 판결'을 하거나 행정처가 못마땅해하는 판사들을 가려내는 '인비(인사비밀)'가 적힌 봉투를 매년 대법원장 신년인사 뒤 제출했다. 인비는 법관 인사불이익을 목적으로 관리되는 '물의야기 법관' 목록에 쓰였다. 

법원 위상 관리에도 판사들이 동원됐다.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판사 비리 수사 확대를 막으라는 행정처 지시에 따라 성창호, 조의연 등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전달했다. 헌법재판소에 파견 나간 최희준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뜻에 따라 헌법재판소 사건 정보, 비공개 평의 내용 등을 유출했다.

검찰은 부당한 행위로 나아간 목표의 최종 수혜자를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일부 고위 법관들이라고 보고 그들을 재판에 넘겼다.

[피해자들] 이들은 두고두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http://omn.kr/1hdrp
[덕 본 자들] 일본 전범기업들도 양승태 덕 봤네 http://omn.kr/1hd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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