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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망언은)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문 대통령은 1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단호하게 거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촉구했다. 국회가 만든 5.18 관련 법안들도 일일이 열거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폭동' 운운하는 건 국회의 '자기부정'이자 '정략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회라고 쓰고,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라고 읽을 만한, 꽤 수위가 높은, 우회적인 듯 직설적인 비판이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일제히 환영의 논평으로 화답했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박 논평을 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 명의였다. 이 논평 구절구절은 자유한국당이 작금의 '5.18 망언'과 국민적 공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을 향한 한국당의 안하무인 논평
 
모두발언하는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모두발언하는 나경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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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정신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여러 사안에는 굳게 닫고만 있던 대통령의 입이 이제야 열린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문제 확대를 위한 갈등 조장은 중단돼야 할 것이다. 文대통령의 선택적 비판의식, 기울어진 비판의식에 깊은 우려가 앞선다. 균형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김 대변인은 이에 앞서 지도부가 대국민 사과했고, '망언 3인방'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렸고", 5.18 정신을 존중했다고 밝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이 논평의 핵심은 이 정도면 충분한데 왜 "정치권이 나서 국민 분열과 갈등 조장에 앞장서냐"는 듯하다. 그러면서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갈등 조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8일 이후 열흘 넘게 사그라지지 않는 공분과 논란을 외면한 채, 비난의 화살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묻겠다. 이 정권 들어 헌법정신에 어긋난 일들이 한두 가지인가"라는 물음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망인 3인방'과 지만원씨가 자처한 한국당의 우경화, '5.18 망언'을 방치하는 한국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의 정략적 행태는 문 대통령 외에 한국당 안팎에서도 쏟아져 나오는 우려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한 김무성 의원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 망언' 해결할 의지 없는 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

반면 한국당 지도부의 생각은 여전했다. 19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윤기찬 대변인은 문 대통령을 향해 "공평함"을 먼저 요구했다. 윤 대변인은 "취지를 공감한다", "맞는 말씀이다"면서도 "다만 대통령께서 나서고 안 나서고 이런 행보를 하실 때 그것이 공평해야 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김경수 경남지사의 판결에 대한 여당의 과도한 개입이나 여러 가지 시도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왜 우려를 표하지 않으시는지. 이것은 삼권분립이라는 가장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을 부정하려는 의혹으로 비춰질 수 있거든요. 이런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우려를 표하셔야 돼요. 그런데 특정 현상에 대해서만 우려를 표하게 되면 저희 당이나 국민들은 오해할 수도 있거든요."

같은 날 나경원 원내대표의 행보나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에게 내린 징계 역시 한국당의 외눈박이 행태를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역사왜곡 세력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마치 김정재 대변인의 논평을 빼다 박은 듯한 논리다. '우리는 사과할 것 다 했는데, 왜 청와대가 역사왜곡 프레임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항변 말이다. 이날 5박 8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이후 처음으로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4대 악정에 대해 전쟁할 것을 선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악정, 안보악정, 정치악정, 비리악정 등을 열거한 나 원내대표의 입에서 '5.18 망언'에 대한 사과나 당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는 나오지 않았다. 19일에도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미 닉슨 대통령에 비유하며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5.18 망언'을 둘러싸고 한국당을 향한 민심은 흉흉한데, 방미 전 이슈에만 매달리는 모양새였다.
 
"문재인 탄핵시키기 위해 전대에 출마했다" 김준교 후보 발언 논란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다. 김준교 후보는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에서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전대에 출마했다. 종북 주사파 문재인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멸망하고 적화통일이 되어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문재인 탄핵 국민운동본부'의 대표라고 소개하기도 한 그는 "표를 몰아주면 문재인 정부를 바로 탄핵시켜버리겠다"고 외쳤다.
▲ "문재인 탄핵시키기 위해 전대에 출마했다" 김준교 후보 발언 논란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다. 김준교 후보는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에서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전대에 출마했다. 종북 주사파 문재인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멸망하고 적화통일이 되어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문재인 탄핵 국민운동본부"의 대표라고 소개하기도 한 그는 "표를 몰아주면 문재인 정부를 바로 탄핵시켜버리겠다"고 외쳤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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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국당의 안일함은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며 태극기 집회인지, 정당 연설회인지를 의심케 하는 합동연설회에서도 계속됐다.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더 커진 '욕설과 야유'…"급격한 우경화 우려"> 리포트를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욕설도 문제지만 일부 최고위원 후보는 민족반역자 문재인 대통령을 처단해야 한다는 등 관심을 끌기 위해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급진 우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하지만, 당 지도부는 대전 연설회 당시 '김진태를 데리고 나가 달라'며 태극기 부대를 비판한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서만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14일 "종북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멸망한다"라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더니, 18일에도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라는 막말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당 선관위는 이러한 막말은 놔둔 채 지난 14일 "김진태 데리고 좀 우리 당을 나가 달라…. 여러분! 이래가지고 수권정당 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입니까?"라던 조대원 후보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반말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지난 16일 한국당 선관위는 조 후보에게 제5조 1항(후보자의 정견을 지지·선전하거나 이를 비판·반대함에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및 당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와 제39조(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할 수 없다)를 위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기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종북 주사파 발언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김진태 후보에 대한 반말 혹은 비방은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이다. 극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한국당의 의도된 구애는 이렇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전당대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진태 의원은 19일 <머니투데이>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대한애국당과 한국당이 합칠 날이 머지않았다"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애국우파의 통합진지를 구축해야 한다. 중도층을 포용하고 선심성정책을 편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른미래당이 내놓은 명문의 의미

'5.18 망언'을 해결할 의지조차 상실한 한국당은 지지율 하락을 자처하고 있다. 30%를 향해 가던 한국당 지지율이 주저앉았다. 최근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는 25%대까지 떨어졌고,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19%대를 기록했다.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엇비슷하게 하락했다. 특히나 전당대회를 위한 합동연설회가 이어지고 있는 시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5.18 망언'뿐 아니라 제1야당에 대한 보수와 중도층의 실망이 하락세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니까 돌이켜 보면 여당의 악재가 많았었는데 그 재료가 많은데도 요리를 못하고 있다가 오히려 거꾸로 이제 죽을 쑤는 형국인데 그래서 이제 이 자유한국당에서는 집포당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집권을 포기한 정당이다. 집포당."

19일 MBC라디오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개탄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수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의 쓴 소리가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완구 전 총리 역시 한국당 전당대회 안팎에서 쏟아지는 막말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전날 문 대통령의 '5.18 망언' 관련 발언은 "부절적했다"면서도 "국민적 화합과 통합 하에 국가를 발전시키자는 게 정당의 존립 이유인데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표현을 하고 행위를 하는 것은 정말 경계해야 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일"이라며 "해당(害黨) 정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입은 더 독했다.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윤 전 장관은 '5.18 망언'과 관련 지만원씨에 대해서는 "일종의 정신질환의 수준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고"라며 말을 아낀 뒤, "다양한 해석" 운운했던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독한 말을 쏟아냈다. 특히 '6.25 북침설'과의 비교는 탁월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더군다나 얼마 전까지 학교 교수 하시던 분이잖아요. 그분이 물론 TK 출신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런 분으로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나하는 것 때문에 저도 굉장히 뜻밖이라고 받아들였고요. 나경원 원내대표도 판사까지 지낸 분이 중진 정치인인데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구분을 못한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한국전쟁을 얘기할 때 북한의 남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건 이미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에요. 학문적으로도 다 규명이 됐어요. 그런데 누가 이걸 북침이라고 하면 그걸 역사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봐야 됩니까? 나경원 원내대표 원리를 빌리면 그렇잖아요. 이미 다 규명이 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해석의 차이라고 하면 6.25가 북침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도 해석의 차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 아니에요."
 
 
탈북자 김영순 “광수로 몰려 억울하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지만원피해자대책위원회, 5.18 단체장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5.18 유공자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만원씨로부터 지목한 탈북 광수 김영순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탈북자 김영순 “광수로 몰려 억울하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지만원피해자대책위원회, 5.18 단체장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5.18 유공자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만원씨로부터 지목한 탈북 광수 김영순씨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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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쯤 되면, 기왕 이렇게 된 것 김진태 당 대표를 원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태극기 부대나 일부 극렬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당 안밖에서 쓴 소리를 쏟아내는 보수인사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한국당이 좀 더 오른쪽으로, 극우로 향하기를 바라는, 그리하여 대한민국에서 보수라는 이름을 욕되게 했던 이들에게 본래 자리를 찾아주고 싶다는 열망이 담긴 응원인 셈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 같은 한국당 바깥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열망을 감지한 듯 싶다. 19일 김정화 대변인이 내놓은 "자유한국당 잔당(殘黨)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한다"는 제목의 논평이 딱 그러한 바람을 담고 있었다. 찬찬히 읽어 보시라. 예상 못한, 의외의 명문이다.
 
"올 것이 왔다. 깃발이 꽂히고 좌표가 찍혔다. 장외를 떠돌던 '태극기모욕부대'가 오랜 방황을 마치고 자유한국당에 정착했다. 흥행에 목마른 자유한국당은 막말, 왜곡, 거짓이 일상인 집단을 두팔 벌려 끌어안았다. 선동부대, 바람잡이 부대와 반성도 비전도 없는 자한당의 결합으로 전당대회는 잔당(殘黨)대회로 전락했다. 태극기부대의 놀이터로 좌지우지되는 전당대회가 참담하다.

태극기부대여! 자한당의 운명이 부대원들의 손에 달렸다. 분발하라. 고지가 멀지 않았다. 지긋지긋했던 태극기부대도, 자한당도 이제는 끝이 보인다. 거꾸로 가는 자한당, 결코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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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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