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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막내 고모와 함께 했던 아들 면회. 할머니는 오는 주말 면회에 함께 가지 못하시니 아들이 휴가 나올 때까지 우리와 같이 기다리셔야 할 것 같다.
ⓒ 박미경	관련사진보기

 
"○○○ 이병은 병과교육 수료 후 8군단으로 부대배치 됩니다."

지난 29일, 육군인사사령부에서 메시지가 왔다. 아들 이름 앞에 붙은 '이병'이라는 단어도 낯설었지만 '8군단'이라는 명칭은 더 낯설었다. 8군단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강원도 양양군을 근거지로 하는 대한민국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소속 군단으로 1987년 4월 1일 창설됐으며 여타 군단보다 작은 규모이고 사령부는 설악산국립공원과 오대산국립공원 사이인 손양면에 있다'는데 내 눈에는 '강원도' 세 글자만 들어왔다. 강원도라니. 참고로 우리 집은 전라남도 화순에 있다.

강원도는 어렸을 적 잠시 인천에 살 때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남편과 연애할 때 경포해수욕장과 오대산을 다녀온 것이 전부다. 전라도에 살게 된 이후로는 강원도 근처에도 못 가봤다. 양양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인 낙산사가 있는 곳이라는 것뿐.

그동안 누차 "강원도로 부대배치 받으면 집에서 너무 멀어서 면회는 못 간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는데, 정말 강원도로 부대 배치가 된다니.

혹시나 해서 전남 화순에서 부대까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지 검색했다. 부대 주소는 알 길이 없으니 양양군청을 목적지로 검색했다. 집에서부터 양양군청까지 476.7km, 자동차로 5시간 56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부대가 양양군청 바로 옆에 있지는 않을 테니 적어도 6시간 이상에 중간에 휴게소라도 들르면 7시간 이상은 걸린다는 얘기다.

적어도 이틀 일정을 잡아야 왕복 가능한 거리. 당일 면회를 계획할 경우 새벽 2시쯤에나 출발해야 아침 9시 경에 도착. 가족 중에 운전면허를 가진 이가 나와 딸내미 뿐인데, 딸내미는 이제 막 면허를 따서 나 혼자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

이틀 일정을 잡는다면 새벽 일찍 출발해 오랜만에 아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낸 후 저녁에 푹 자고 아침 일찍 싸목싸목 내려오든가, 외박이 가능하다면 저녁 늦게까지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헤어져 6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오면 될 것 같기는 하다.

멀어도 너무 멀다

하지만 나이에 반비례해 떨어지는 나의 저질 체력이 버텨줄지는 불투명하다. 적어도 2박 3일은 잡아야 넉넉하니 덜 피곤하게 아들 면회를 다녀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편은 업무 특성상 평일 휴가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3일 연속 공휴일이 이어져야 시간을 낼 수 있다. 병원 근무하느라 3교대를 하는 딸도 3일간 휴가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나는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이 자유로우니 아무 때나 가능하다). 설령 남편과 딸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해도 모두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어 달 전부터 일정 조율을 해야 할 판이다.

우리가 면회 계획을 짜는 동안 아들 녀석이 먼저 휴가랍시고 집으로 올지도 모르겠다. 군대 간 아들 면회 가기가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복잡하다니. 입대하기 전 아들이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 내가 만약 군대를 강원도로 가게 되면 너무 멀어서 우리 가족은 나 면회하러 못 와. 내 친구들 부모님들도 '강원도로 가게 되면 면회는 없다'고 말한대. 우리도 면회 오는 거 기대 안 해. 친구들 중에 강원도에 있는 애들도 있는데 식구들이 면회 왔다가 집에 가면 너무 피곤해서 3일 정도는 아무것도 못하고 거의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대."

그때는 "나도 못 가"라며 웃어넘겼는데... 막상 강원도로 배치받았다는 통보를 받으니 착잡하다. 돌아오는 주말에 후반기 교육 중인 아들을 만나러 찾아갈 계획인데, 그날이 사실상 마지막 면회가 되지 않을까. 부대 배치 후 첫 휴가 때까지 당분간 못 볼 걸 생각하니 슬퍼진다.

군대가 학교처럼 학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집 가까운 곳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강원도는 아니기를 내심 바랐는데. 그래도 제주도가 집인데 강원도에 배치되는 것보다는 낫겠다며 위로를 삼는다. 제주도가 집인 훈련병이 강원도로 배치되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