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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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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우리 몸의 비만과 비슷합니다. 다이어트는 성인병에 걸리기 전에 해야 하죠.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도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말이다. 3일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부에선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고 위원은 15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계빚에 주목했다.   

고 위원은 "현재 수출, 반도체 등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0.6% 정도로 상당히 낮다"며 "경제성장률이 낮고, 물가도 낮으면 당연히 통화정책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며 "올해 들어 가계부채증가율이 5% 정도로 크게 줄었지만 가계빚에 대해 완전히 안심해도 되는 상황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은 또 "가계부채 관리를 꾸준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실물경제 상황을 신중히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급증,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고 위원은 이날 과도한 가계부채는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그는 "체키티와 카루비의 연구결과, 민간신용(대출)비율로 측정되는 금융발전이 어느 수준까지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 이후부터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라며 "이들은 국내총생산(GDP)대비 민간신용비율 100%가 그 임계점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은 2010년 보고서에서 GDP대비 가계신용은 75%, 기업신용은 80%, 정부부문신용은 90%를 임계치로 제시했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 이상일 경우 은행위기 발생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은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가계부채 증가가 지나칠 경우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은행위기 가능성을 높이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부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신용이 200%에 육박해 GDP대비 매크로레버리지(정부·기업·가계빚의 합) 비율이 23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튤립버블·주식버블, 배경은 같았다

고 위원은 실제 수많은 금융위기들이 지나친 대출증가로 인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킨들버거와 알리버는 1636년 네덜란드 튤립버블, 1995~2000년 미국 나스닥 주식시장 버블 등 10대 버블을 분석했는데, 그 특징은 대부분 신용팽창 이후 부동산·주식시장에서 버블이 생성되고 붕괴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학자들의 경우도 미국의 대공황과 대침체 기간 직전 가계부채가 급증한 뒤 은행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고 위원은 "금융안정이 바탕이 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많은 연구가 강조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수립 때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주장이 통화정책 수립 때 경기와 물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안정도 고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태그:#고승범, #한국은행,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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