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전쟁기 공주 왕촌 민간인희생자 합동 위령제 및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가 진행 중이다.
 한국전쟁기 공주 왕촌 민간인희생자 합동 위령제 및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가 진행 중이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한국전쟁 전후 충남 공주에서는 많은 민간인이 국가 폭력으로 불법 살해되었다. 공주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400여 명은 충남 공주 왕촌지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되었다. 유가족은 '빨갱이'라는 낙인으로 명예회복을 포기하며 숨죽여 살아왔다고 한다. 오늘 그분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14번째 추도식이 열렸다.
 
이영자 우리춤연구소장이 진혼무를 추고 있다.
 이영자 우리춤연구소장이 진혼무를 추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6일 충남 공주 문화원에서 한국전쟁기 공주 왕촌 민간인희생자 합동 위령제 및 <작은 전쟁>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1부 전통제례와 2부 추모식과 출판기념회, 3부 유족회 총회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을 비롯해 김정섭 공주시장, 배찬식 전 시의원, 지수걸 공주대 교수, 박선주 충북대 전 교수, 소재학 박사, 박남식 우금티기념사업회 이사장, 이병우 공주농민회 사무국장, 김홍정 작가, 이경희 공주한살림, 공주민주단체협의회와 정석희 유족회 충남연합회장, 서울, 경산, 경주, 임실, 전남, 경북, 대전, 충주, 홍성, 천안, 광주, 해남, 월미도 등 전국의 유족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소재성 공주유족회 부회장이 오늘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소재성 공주유족회 부회장이 오늘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소재성 공주유족회 부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곽정근 회장의 초헌으로 시작을 알렸다. 김정섭 시장이 아헌, 정석희 회장이 종헌 후 곽정근 회장이 공주 왕촌 살구쟁이 민간인 희생사건 발굴 백서인 <작은 전쟁>을 헌정했다. 이영자 우리춤연구소장은 진혼무로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정선원 유족회 총무이사가 오늘 위령제와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까지 주요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정선원 유족회 총무이사가 오늘 위령제와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까지 주요 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경과보고에 나선 정선원 총무이사는 "지난 1999년 영동 노근리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유족회가 결성되기 시작했다. 마침 2001년 공주 왕촌 살구쟁이 학살 현장이 51년 만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2005년, 정부 기구인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하고 2006년 왕촌 살구쟁이 현장에서 첫 위령제를 지냈다. 2007년 공주 유족회가 결성되고 2009년 40일간 유해발굴 작업을 벌여 317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하지만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유해는 미처 수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3년 충남도 지원으로 2차 유해발굴에서 80구를 추가로 발굴하여 397구로 늘어났다. 2018년 유족회 임원들이 공주시장을 면담하고, 위령비 건립 협조와 백서발간 지원을 요청했다. 유족회 이사진을 중심으로 '백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책 제목을 <작은 전쟁>으로 발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고 경과를 보고했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곽정근 공주유족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곽정근 회장은 "오늘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백서 발간이다. 공주유족회의 탄생에서부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공주대 지리학과 지수걸 교수님은 '공주지역의 한국전쟁과 민간인학살 사건 개요'를 세밀하게 정리해 주었다.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가 아니었으면 이 기록물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모임 이사로, 기자로, 편집기획으로 백서 발간에 함께해 준 심 기자께 특별한 인사를 드린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아쉬운 점이 있다. 진실화해법이 제정되지 않아 진실규명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조촐한 추모공원에 위령비 하나 세우려던 숙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진실, 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이 국회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직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아 법 제정이 되고 있지 않지만, 법안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유족들이 마지막까지 힘을 모아 못 다한 공주 민간인학살 사건의 진실 규명과 국가배상을 위해 힘쓰자"고 요구했다.
 
지수걸 공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가 오늘 발간된 백서를 소개하고 있다.
 지수걸 공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가 오늘 발간된 백서를 소개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지수걸 공주대역사학과 교수는 "억울한 죽음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기뻐하셨을 것이다. 가끔 유족분들이 우리 아버지는 빨갱이도 아니다. 좌익도 아니다. 이런 말씀을 하신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백서를 보고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는지 알아야 돌아가신 분들도 원통하지 않을 것이다. 심규상 기자의 언론 보도를 접하기 전까지는 왕촌 학살에 대해서는 들어 보지도 못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쉬쉬해왔던 문제였다"라고 백서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시민, 학생들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이 사건에 가장 큰 교훈은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주는 역사문화 도시라고 한다. 이 또한 좋은 문화역사 자원일 수 있다. 동학의 우금치나 살구쟁이나 비슷한 성격의 사적지다. 우리가 위령 시설도 만들어 백서와 더불어 잘 활용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백서 발간을 널리 알리겠다고 기념사를 하고 있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백서 발간을 널리 알리겠다고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김정섭 공주시장은 "69년 전, 1950년 7월 9일, 또는 10일, 공주 왕촌에서 희생되신 영정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불행한 역사 속에서 국가 폭력으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추모하는 자리다. 오랜 세월 아픔의 시간을 보내온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 공주 지역의 현대사에 아픈 상처라고 생각한다. 불행한 역사와 상처를 잘 치유하기 위해서는 진실 규명부터 꼭 필요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왕촌 살구쟁이 사건은 1기 진실위원회에서 진실하다고 인정했고, 그에 따라서 2015년 '공주시6.25전쟁민간인희생자위령사업' 등에 관한 조례를 공주시의회 배찬식 의원이 발의해서 통과되었다. 이에 근거해서 시에서도 지원하려고 한다. 오늘 발간한 <작은 전쟁>이 그 이정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저도 잘 몰랐던 당시 공주의 상황, 그리고 그 일이 있기까지, 그리고 그 일을 밝히기까지에 여러분의 노력이 다 적혀있다. 많은 분들이 읽고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남식 공주민주단체협의회 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박남식 공주민주단체협의회 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박남식 공주민주단체협의회장은 "공주에 살면서 유족분을 만났었다. 아버지가 왕촌에서 돌아가셨어도 아버지가 계신 곳을 가보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산소를 찾아보지도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가족사를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에 새기고 살아간다. 뒤늦게나마 역사적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금이나마 한이 풀렸으면 한다. 우리가 새기고 배우면서 후손들에게 남겨야 할 것은 그간의 한이 아니었으면 한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전쟁은 너 죽고 나 살자고 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미래에는 너도 살고 나도 살아가는 평화의 시대로 갔으면 하는 것이 이 백서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뼈아픈 과거 한스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려놓고 전쟁이 아닌 평화로 갔으면 한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기념사를 마쳤다.
 
한국전쟁기 공주 왕촌 민간인희생자 합동 위령제 및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 2부를 마치고 기념사진.
 한국전쟁기 공주 왕촌 민간인희생자 합동 위령제 및 ‘작은 전쟁’ 출판기념회 2부를 마치고 기념사진.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태그:#공주 살구쟁이,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공주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